지원기관이 많다는 사실보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이 같은 사업을 여러 기관에 따로 설명하고, 제품·창업·판로 지원을 각각 찾아다녀야 한다는 데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소관 공공기관의 유사·중복 기능을 정리하고 기관 간 연계를 강화하는 기능개혁에 나선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에 따른 후속 조치다. 핵심은 기관 수를 단순히 줄이는 데 있지 않다. 흩어진 지원 기능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중소기업과 창업자가 실제 성과에 도달하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데 있다.
제품 발굴부터 매출까지, 끊어진 지원을 잇는다
가장 큰 변화는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과 공영홈쇼핑의 통합이다. 중기부는 두 기관을 합쳐 ‘중소기업마케팅진흥공사’ 설립을 추진한다.
현재 두 기관은 유망 중소기업 제품 발굴과 상품화 지원이라는 비슷한 기능을 수행해 왔다. 반면 판매 지원은 온라인·오프라인, 자체·외부 채널로 나뉘어 운영됐다. 이 때문에 좋은 제품을 발굴해도 실제 소비자 구매와 매출로 연결되는 과정이 단절될 수 있었고, 기업은 필요한 지원사업을 기관별로 따로 찾아야 했다.
통합기관은 제품 발굴과 상품화를 묶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자체 채널과 외부 유통망을 연계하는 중소기업 마케팅 전문기관을 지향한다. 중요한 것은 ‘어느 기관이 담당하느냐’보다 기업이 제품 발굴 이후 상품 개선, 홍보, 판매, 매출 데이터 확인까지 한 흐름 안에서 지원받을 수 있느냐다.
다만 기관을 합친다고 자동으로 판로가 넓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원 대상 선정 기준이 달라지거나 기존 채널 간 이해관계가 조정되지 않으면 통합은 조직 개편에 그칠 수 있다. 향후에는 지원기업의 실제 판매 전환율, 재구매율, 매출 증가, 지원 신청에 걸린 시간 등을 성과지표로 관리해야 한다.
창업진흥원과 248개 창업보육 거점 연결
창업 분야에서는 창업진흥원과 한국창업보육협회를 통합한다. 그동안 창업진흥원의 정책·사업 지원과 전국 248개 창업보육센터의 현장 보육 기능은 별도 체계로 운영돼 왔다.
이번 통합은 창업 정책과 현장 지원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초기 창업자는 사업계획과 자금 지원 정보뿐 아니라 입주공간, 멘토링, 고객 검증, 투자 연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기관별 사업이 따로 움직이면 창업자는 지원사업을 찾아다니는 데 시간을 쓰고, 사업 단계가 바뀔 때마다 비슷한 서류와 정보를 반복 제출하게 된다.
중기부는 창업진흥원과 창업보육센터의 연계를 강화하고,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지역 창업지원 거점과의 협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역 어디서나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모두의 창업’ 생태계를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관건은 전국 단위 통합이 지역의 특성을 지우지 않는 것이다. 지역 창업은 산업구조와 인구, 대학, 생활권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다르다. 중앙기관이 표준화된 프로그램만 확대하면 현장성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 지역 거점이 보유한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정보와 사업을 연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연구원·장애인기업 지원도 소관을 넘어 재배치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은 국무조정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로 이관된다. 중기부 정책 연구 기능은 유지하되, 기업 생태계·금융·고용·지역 문제를 다른 국책연구기관과 함께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개별 지원사업의 효과를 평가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성장과 경영 안정, 지역경제와 일자리까지 연결해 정책을 설계하려는 시도다. 다만 연구가 현장과 멀어지지 않도록 중소기업의 실제 애로와 정책 수요가 연구과제에 반영되는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는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 이관한다. 공단의 전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장애인기업 지원 접근성을 높이고, 장애인 고용 서비스와 기업 경영 지원을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지원 창구가 가까워질 가능성은 있지만 장애인기업의 창업·경영 특수성이 약화되지 않도록 전문 인력과 상담 기능을 함께 유지해야 한다.
이밖에 기보메이트, 중진공파트너스, 한유원파트너스 등 3개 시설관리 자회사는 ‘중소벤처관리주식회사’로 통합한다. 중소벤처기업인증원·한국산학연협회·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는 공공기관 지정요건을 해소해 운영 유연성과 민간 협업을 높이는 방향이 제시됐다.
이번 개편의 최종 평가는 기관 수나 조직도 변화가 아니라 기업의 이동거리로 이뤄져야 한다. 지원 신청 창구가 줄었는지, 같은 자료를 반복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지, 제품과 창업이 실제 매출과 고용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중기부는 관계부처·기관·노조와 협의하고 현장 의견을 반영해 조직·인력과 법령 개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공공기관 개편이 행정 효율화에 머물지 않고 기업의 성장 경로를 단축하는 기능개혁이 되려면, 통합 이후의 책임 주체와 성과 데이터까지 공개해야 한다. 결국 이번 개편의 성패는 기관을 얼마나 합쳤느냐가 아니라, 기업이 지원을 받기 위해 얼마나 덜 헤매게 됐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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