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권이나 관광 현장을 찾으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사람이 없습니다.”

인구가 줄고 청년이 떠나고 방문객이 감소하니 장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지방의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분명 지역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다른 장면도 보인다.

같은 지역 안에서도 사람들이 줄을 서는 가게가 있고,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가기 어려운 공간이 있다. 주말마다 외지인이 찾아오는 골목도 있다. 몇 킬로미터 떨어진 다른 상권에서는 빈 점포가 늘어나는데 한쪽에서는 새로운 가게가 계속 생긴다.

이 차이를 인구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나는 상인교육이나 지역 컨설팅 현장에서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 한 가지를 더 묻는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곳에 와야 할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질문 앞에서는 대답이 달라진다.

주차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 홍보가 약하다는 이야기, 관광객이 줄었다는 이야기는 많이 나오지만 고객이 일부러 찾아올 이유에 대해서는 답이 선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여기서 지역마케팅의 출발점이 달라진다.

사람이 없는 지역과 사람들이 갈 이유가 없는 지역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도 고객을 끌어올 수 있다. 반대로 수십만 명이 사는 도시 한가운데에서도 방문동기가 약한 상권은 외면받는다. 주민등록 인구가 많다고 고객이 자동으로 생기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고객은 행정구역을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맛있는 한 끼를 먹기 위해 이동하고,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골목을 찾는다. 아이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기 위해 농촌으로 간다. 유명한 빵을 사기 위해 한 시간을 운전하고, 오래된 시장의 한 가게를 찾아 다른 도시까지 간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숫자가 아니라 이유다.

지역은 그래서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보다 ‘고객이 무엇 때문에 움직일 것인가’를 먼저 봐야 한다.

오래된 시장이 있다고 하자. 시장 자체가 방문 이유가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백 년 된 가게의 이야기를 따라 걷고, 지역 음식 세 가지를 맛보고, 상인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만나는 코스로 바뀌면 경험이 달라진다.


농촌도 마찬가지다.

농산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방문객은 움직이지 않는다. 수확하고, 요리하고, 농부와 식탁에 앉고, 아이가 그 과정을 기억하게 만들 때 농촌은 하나의 여행상품이 된다.

이런 변화는 시설을 새로 짓는 것보다 어렵다.

고객을 관찰해야 하고, 지역 안에 흩어진 자원을 연결해야 하며, 상인과 주민이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지역이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쪽을 선택한다. 눈에 보이고 사업성과도 설명하기 쉽다.


문제는 공간이 생겼다고 고객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전국을 다니다 보면 비슷한 카페, 비슷한 복합문화공간, 비슷한 포토존을 만난다. 만들어 놓고 나서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순서가 거꾸로다.

먼저 고객을 정해야 한다. 그 고객이 왜 오는지 정해야 한다. 무엇을 경험하고 얼마 동안 머무를지 설계해야 한다. 그다음 공간과 콘텐츠가 따라와야 한다.


특히 생활인구가 중요해지는 시대에는 이 관점이 더 필요하다.

지역 주민만 바라보고 장사를 하던 방식으로는 시장이 커지기 어렵다. 관광객, 업무 방문자, 한 달 살기 방문자, 관계인구처럼 지역 밖의 사람까지 고객으로 바라봐야 한다.

한 번 방문한 사람을 두 번째 방문으로 연결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좋은 지역은 첫 방문보다 두 번째 방문의 이유가 있다. 계절마다 다른 경험이 있고, 다시 사고 싶은 상품이 있으며,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방문객이 떠난 뒤에도 온라인 콘텐츠와 지역상품으로 관계가 이어진다.

이런 구조가 만들어져야 유동인구가 고객이 된다.


지역 상권을 살리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나가는 사람이 많다고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 고객이 멈추고, 들어가고, 사고, 주변 가게까지 이동해야 상권에 돈이 남는다.

그래서 로컬마케팅은 유동인구보다 ‘행동하는 고객’​을 봐야 한다.

지역에 사람이 없는가.

그 질문만 붙잡고 있으면 답도 인구정책에 머물기 쉽다.

한 번쯤 질문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우리 지역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싶은 이유를 제대로 만들어 놓았는가.”

지역의 다음 기회는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사람이 오지 않는 이유를 인구감소에서만 찾지 말아야 한다. 고객이 시간과 돈을 들여 찾아올 이유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로컬마케팅은 사람을 기다리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움직일 이유를 설계하는 일이다.


[기자·칼럼니스트 소개] 김용한 박사 / 엠아이넥스트 대표

로컬상권·전통시장·로컬관광·생활인구, 스타트업과 AI 마케팅 분야에서 컨설팅과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지역상권 활성화, 로컬브랜딩, 국비공모 및 지역사업 기획 현장을 오랫동안 경험했으며 다수의 관련 저서를 집필했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창업가·공무원·지역활동가의 고민을 바탕으로 지역이 실제로 달라지기 위해 필요한 전략과 실행의 기준을 글로 풀어내고 있다.

로컬넥스트뉴스로컬넥스트뉴스 | [로컬마케팅 컬럼] ② 지역에 사람이 없는가, 고객이 올 이유가 없는가지역에 사람이 줄었다는 사실만으로 상권과 관광의 침체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주민 수보다 중요한 것은 외부 고객이 찾아오고, 머물고, 소비하고, 다시 방문할 수 있는 이유를 지역이 얼마나 만들어 놓았는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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