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현장에서 마케팅 이야기를 꺼내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우리 지역은 좋은데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말이다. 그래서 홍보예산을 늘리고 SNS 콘텐츠를 만들고 인플루언서를 초청한다. 포털 광고도 하고 영상도 제작한다.

나는 이 장면을 볼 때마다 한 가지를 먼저 묻는다. “사람들이 이곳까지 일부러 찾아와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바로 답하지 못한다면 홍보부터 시작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지역을 몰라서만 가지 않는 것이 아니다. 알고 있어도 갈 이유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서울에서 두 시간, 수도권에서 한 시간 넘게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지역이라면 더 그렇다. 여행객은 시간과 교통비를 지불한다. 그 비용보다 더 큰 기대가 있어야 출발한다.

그래서 지역마케팅에서 먼저 만들어야 할 것은 ‘인지도’보다 ‘방문동기’다.

예를 들어 바다가 있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바다는 전국 곳곳에 있다. 전통시장이 있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시장 역시 많다. 오래된 골목, 특산물, 카페, 전망 좋은 장소가 있다는 정보만 나열한다고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다.

고객은 장소의 목록보다 “거기에 가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본다.

같은 바다라도 해 질 무렵 갯벌을 걸으며 사진을 찍고, 지역 어민이 잡은 해산물을 먹고, 작은 공연까지 즐길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장 역시 단순히 장을 보는 공간보다 그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상인의 이야기, 골목 탐방이 연결되면 방문 목적지가 될 수 있다.

찾아올 이유는 거창할 필요가 없다. 다만 선명해야 한다.

“우리 지역에는 볼거리가 많다”는 문장은 방문동기가 아니다. “토요일 오후 세 시간 동안 오래된 양조장과 시장을 걷고, 지역 막걸리와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문장은 행동을 떠올리게 한다.

지역마케팅의 차이는 이런 구체성에서 벌어진다.

현장에서 또 하나 자주 보는 실수가 있다. 지역이 가진 것을 모두 보여주려는 것이다. 관광지 10곳, 맛집 20곳, 체험 프로그램 15개를 한꺼번에 소개한다. 정보는 많아지지만 고객의 선택은 오히려 어려워진다.

지역은 백화점식으로 자신을 설명해서는 안 된다.

누구에게 어떤 이유로 선택받을 것인지 먼저 정해야 한다. 아이가 있는 가족에게 필요한 이유와 20대 여행객이 원하는 이유는 다르다. 반려동물과 여행하는 사람,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 사진을 찍는 사람도 원하는 장면이 다르다.

좋은 로컬마케팅은 모든 사람을 부르려 하지 않는다. 특정한 사람이 “여기는 나를 위한 곳 같다”고 느끼게 만든다.

이 지점에서 지역의 자원도 다시 보게 된다.

평범한 논길이 아침 산책 코스가 될 수 있고, 오래된 방앗간이 지역의 기억을 들려주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주민에게 익숙한 작은 포구도 도시 사람에게는 특별한 하루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설을 계속 만드는 일이 아니다. 이미 있는 자원을 고객이 경험하고 싶어 하는 방식으로 다시 묶는 일이다.

나는 지역 현장을 다니다 보면 시설은 많은데 이유가 없는 곳을 자주 만난다. 전망대도 있고 둘레길도 있고 체험장도 있다. 그런데 왜 이번 주말에 그곳에 가야 하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규모가 작아도 한 문장으로 설명되는 지역은 강하다.

“노을을 보며 갯벌에서 하루를 보내는 섬.” 

“백 년 된 가게를 따라 걷는 시장 골목.” 

“지역 농부와 함께 수확하고 저녁을 먹는 마을.”

이런 문장은 광고 문구에 머물지 않는다. 상품을 만들고 동선을 설계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준이 된다.

홍보는 그다음이다.

찾아올 이유가 분명한 지역은 무엇을 홍보해야 하는지도 명확하다. 사진 한 장, 영상 한 편에도 같은 이야기가 담긴다. 방문한 사람 역시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기 쉽다. 자연스럽게 후기와 추천이 쌓인다.

지역마케팅의 첫 질문은 “어떻게 알릴까”가 아니다.

“사람들이 왜 우리 지역까지 와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홍보비도 콘텐츠도 제 역할을 한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지역의 이름이 아니라, 그곳에서 보내게 될 시간에 대한 기대다.

지역을 알리기 전에 찾아올 이유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로컬마케팅의 출발점이다.


[기자·칼럼니스트 소개] 김용한 박사 / 엠아이넥스트 대표

로컬 비즈니스 생태계와 지역상권·관광·생활인구, 스타트업 및 AI 마케팅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과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활성화, 로컬관광, 국비공모 및 지역사업 기획을 수행해 왔으며, 다수의 관련 저서를 집필했다.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를 정책과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글을 쓰고 있다.

로컬넥스트뉴스로컬넥스트뉴스 | [로컬마케팅 컬럼] ① 지역을 알리는 것보다 ‘찾아올 이유’를 만드는 일이 먼저다지역마케팅은 지역을 더 많이 알리는 일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시간을 들여 그 지역까지 찾아가야 할 구체적인 이유를 만들고, 그 이유를 경험과 소비로 연결하는 설계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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