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관광정책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숫자가 있다. 방문객 수다.

축제에 몇 명이 왔는지, 관광지 입장객이 얼마나 늘었는지, 지난해보다 몇 퍼센트 증가했는지를 성과로 제시한다. 숫자는 눈에 잘 보인다. 보고서에도 담기 쉽고 성과를 설명하기에도 편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상인들을 만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람은 많이 왔는데 매출은 별로 늘지 않았습니다.”

지역축제나 관광지 주변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관광객은 늘었는데 식당 매출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시장 방문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숙박까지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람을 데려오는 것과 지역에 돈이 남게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한 시간 머무는 관광객과 하루를 보내는 관광객은 다르다

나는 지역관광의 성과를 볼 때 방문객 수보다 먼저 체류시간을 본다.

한 지역에 10만 명이 방문했다고 하더라도 평균 체류시간이 40분이라면 소비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다. 사진을 찍고 커피 한 잔 마신 뒤 바로 떠난다면 지역 전체가 얻는 효과도 크지 않다.

반대로 방문객 수는 적어도 반나절 이상 머물면 상황이 달라진다.

점심을 먹고, 시장을 걷고, 체험에 참여하고, 카페에 들른다. 저녁까지 머물면 식당과 숙박으로 소비가 이어진다. 여러 업종에 매출이 분산되고 지역 안에서 돈이 움직인다.

그래서 관광객 수만 세는 방식으로는 지역관광의 질을 제대로 볼 수 없다.

관광객 한 명이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몇 곳을 방문했는지, 어느 공간에서 소비했는지까지 봐야 한다.

지역관광의 경쟁력은 많이 오는 곳보다 머물 이유가 이어지는 곳에서 만들어진다.


체류시간은 우연히 늘어나지 않는다

방문객에게 “오래 머물러 달라”고 한다고 체류시간이 길어지지는 않는다.

머물 이유를 지역 안에 연결해 놓아야 한다.

오전에는 전통시장, 점심에는 지역 음식, 오후에는 골목 산책과 체험, 저녁에는 공연이나 야간경관, 밤에는 숙박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필요하다.

많은 지역은 관광지를 점처럼 운영한다.

유명한 전망대 하나, 카페 하나, 시장 하나가 따로 움직인다. 관광객은 검색해서 한 곳을 방문한 뒤 다음 지역으로 떠난다.

점이 선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체류시간도 늘어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지역의 대표 카페를 방문한 고객에게 인근 시장의 먹거리와 산책길을 자연스럽게 안내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주변 공방이나 체험공간을 추천할 수 있다. 숙박시설은 다음 날 아침 지역에서 경험할 프로그램을 연결할 수 있다.

이런 동선이 만들어지면 관광객의 하루가 지역 안에서 길어진다.

지역마케팅은 유명한 장소를 하나 더 만드는 일이 아니라 머무는 시간을 이어 붙이는 작업이어야 한다.


오래 머물게 하려면 ‘다음 행동’이 보여야 한다

지역 현장을 다니다 보면 좋은 자원은 많은데 서로 연결되지 않은 곳이 많다.

관광안내판에는 관광지 목록이 가득하지만 방문객이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할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관광객의 입장에서 보면 선택지가 많다고 편한 것이 아니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다음에는 어디로 가면 되는가”가 보여야 한다.

시장에 온 방문객에게 20분 거리의 전망대를 알려주는 것보다, 시장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골목과 카페, 체험공간을 하나의 코스로 묶어주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체류시간은 관광객의 이동을 편하게 해주는 설계에서 늘어난다.

여기에 지역상품이 더해져야 한다.

관광객이 현장에서 먹고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상품을 구매하고, 여행이 끝난 뒤 온라인으로 다시 주문할 수 있다면 관계는 방문 이후에도 이어진다.

한 번 온 사람을 오래 머물게 하고, 다시 찾게 만드는 것이 지역관광의 힘이다.


방문객 수에서 ‘머문 시간’으로 성과지표를 바꿔야 한다

지역관광은 오랫동안 사람을 얼마나 많이 데려왔는지를 중요하게 봐왔다.

이제는 숫자 하나만으로 성과를 설명하기 어렵다.

방문객 수와 함께 평균 체류시간, 1인당 소비액, 방문 점포 수, 숙박 전환율, 재방문율을 함께 봐야 한다.

특히 관광객이 어느 구간에서 떠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점심 이후 빠져나간다면 오후 콘텐츠가 부족한 것이다. 해가 지기 전에 떠난다면 야간 경험이 약한 것이다. 숙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하루를 더 머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지표를 보면 관광정책의 과제가 훨씬 선명해진다.

사람이 많이 오는 지역보다 오래 머물고 싶은 지역이 강하다.

관광객이 사진 한 장 찍고 떠나는 지역과 하루를 보내고 싶은 지역의 차이는 시설 규모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다음에 무엇을 할지 계속 떠오르게 만드는 경험의 연결에서 차이가 벌어진다.

지역마케팅은 관광객 숫자를 늘리는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가보다, 그들이 지역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 질문을 시작하는 순간 지역관광의 전략도 달라진다.


[기자·칼럼니스트 소개] 김용한 박사 / 엠아이넥스트 대표

로컬상권·전통시장·로컬관광·생활인구, 스타트업과 AI 마케팅 분야에서 컨설팅과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지역상권 활성화, 관광콘텐츠, 로컬브랜딩, 국비공모 및 지역사업 기획 현장을 오랫동안 경험했으며 다수의 관련 저서를 집필했다. 현장의 문제를 고객의 행동과 지역경제의 흐름으로 해석하고, 실제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풀어내는 글을 쓰고 있다.

로컬넥스트뉴스로컬넥스트뉴스 | [로컬마케팅 컬럼] ③ 관광객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머무는가’다관광객 숫자가 많다고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지역에 오래 머물고, 여러 공간을 경험하고, 소비하고, 다시 찾게 만드는 체류 설계가 로컬마케팅의 성과를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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