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활성화 사업은 해마다 반복되지만, 사업이 끝난 뒤에도 상권에 사람이 남고 상인이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시설을 정비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상권의 경쟁력을 만들기 어렵다. 정책의 성패는 사업비 규모보다 현장 문제를 얼마나 정확하게 정의하고, 실행 가능한 운영 구조로 전환했는지에 달려 있다.

지난 9월 10일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6년 상권육성 전문인력 양성과정 사업담당자 정책활성화 워크숍’은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했다. 이번 과정은 상권사업 담당자들이 변화하는 시장과 소비자 행동을 이해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직접 설계할 수 있도록 강의와 실습을 결합해 운영됐다.


상권정책의 출발점은 ‘사업 아이디어’보다 ‘현장 문제’

김용한 엠아이넥스트·로컬넥스트 대표가 진행한 정책기획 워크숍에서는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경쟁환경, 골목형상점가 증가, 소비자 행동 변화, 체류형 상권의 중요성, 디지털·온라인 인프라, 관광형 시장의 확산 등을 폭넓게 다뤘다.

최근 소비자는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시장을 찾지 않는다. 검색과 추천을 통해 방문할 이유를 먼저 확인하고, 현장에서 체험과 이야기를 소비하며, 방문 이후에는 온라인을 통해 경험을 공유한다. 지역 상권도 가격과 상품만으로 경쟁하기보다 체류시간, 고객 경험, 콘텐츠, 재방문 이유를 함께 설계해야 하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청년을 유입하자”, “관광객을 늘리자”, “시장을 현대화하자”는 선언만으로는 정책이 되기 어렵다. 누가 핵심 고객인지, 언제 방문하는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어떤 경험을 기대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상권정책의 첫 질문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가’여야 한다는 의미다.

현장 사진 속 강의실에서도 참가자들은 조별 테이블에 앉아 ‘현장 문제 분석’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강사가 일방적으로 사례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업담당자들이 자신이 담당하는 지역의 문제를 꺼내고 이를 정책과제로 구체화하는 과정이었다.


AI는 기획자를 대신하지 않는다

워크숍에서는 AI 시대 소비 트렌드와 맞춤형 추천, 고객 여정, 체험과 공유, 생활권 소비와 관광 소비의 결합, 취약계층 배려, 데이터 기반 기획도 다뤄졌다.

AI 활용 기획서 작성 실무에서는 현황 진단, 아이디어 발굴, 초안 작성, 조건 제공, 측정 가능한 지표 설정, 팩트체크, 현장 의견 반영, 반복 개선의 흐름이 제시됐다. AI가 빠르게 문장을 만들어준다고 해서 좋은 정책기획서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 현황과 대상 고객, 예산 조건, 운영주체, 성과지표를 정확하게 입력하고 결과를 검증해야 한다.

특히 성과지표를 제시할 때는 단순히 ‘매출 증대’, ‘방문객 증가’라고 쓰는 데 그치지 않고 기준값과 측정단위, 측정방법, 달성시점을 함께 설정해야 한다. 그래야 사업이 종료된 뒤 무엇이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AI 시대의 공공기획 역량은 문서를 빨리 작성하는 능력이 아니다.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 AI가 제시한 내용을 무엇과 비교할 것인지,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AI는 기획자의 대체재가 아니라 사고를 확장하고 검토 시간을 줄이는 보조도구에 가깝다.

[현장] 상권정책, ‘사업비 확보’에서 ‘현장 변화’로…사업담당자 정책활성화 워크숍
AI 생성 이미지


아이디어는 발표와 평가를 거쳐야 실행계획이 된다

두 번째 워크숍에서는 ‘상권정책 워크숍 랩’을 활용한 참여형 실습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팀을 구성해 기존 정책과 현장의 불편을 파악하고, 아이디어를 발상한 뒤 우선순위를 평가했다. 이후 정책기획서를 작성하고 전지에 내용을 시각화해 발표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방식의 의미는 정책기획을 개인의 문서작업으로 한정하지 않는 데 있다. 상권정책은 행정 담당자 한 사람의 판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상인과 주민, 고객, 지역기관, 민간 운영주체가 문제를 공유하고 역할을 조정해야 실제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획서에는 문제 정의와 목표뿐 아니라 대상의 명확성, 사업 운영 시나리오, 예산 산출 근거, 추진체계와 역할 분담, 일정표, 성과지표가 포함돼야 한다. 특히 사업을 누가 운영하고, 사업 종료 이후 누가 유지하며, 수익과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가 빠지면 사업은 보조금이 끝나는 순간 함께 멈출 가능성이 커진다.

발표와 상호평가는 기획의 빈틈을 확인하는 장치다. 다른 팀의 질문을 받는 과정에서 대상 고객이 모호하거나, 운영주체가 불분명하거나, 예산이 활동 내용과 연결되지 않는 문제가 드러난다. 이 과정을 거쳐야 아이디어가 실행계획으로 발전한다.

이번 워크숍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상권사업 담당자는 보조사업을 집행하는 행정 실무자를 넘어 지역의 변화를 설계하는 정책기획자가 되어야 한다. 더 큰 시설과 더 화려한 사업명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을 관찰하고 고객의 문제를 정의하며, AI와 사람의 판단을 결합해 지속 가능한 실행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사업비를 확보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진짜 성과는 사업 종료 이후에도 상인이 운영할 수 있고, 고객이 다시 방문하며, 지역 안에서 새로운 관계와 소비가 만들어지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상권정책의 다음 경쟁력은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현장을 읽고 실행을 설계하는 담당자의 역량에서 시작된다.

로컬넥스트뉴스로컬넥스트뉴스 | [현장] 상권정책, ‘사업비 확보’에서 ‘현장 변화’로…사업담당자 정책활성화 워크숍2026년 상권육성 전문인력 양성과정 사업담당자 정책활성화 워크숍이 대전 KT인재개발원에서 열렸다. 상권 환경과 소비 트렌드 분석, 현장 문제 정의, 정책 아이디어 발굴, 기획서 작성, AI 활용, 조별 발표와 상호평가를 연계해 사업담당자의 실전 정책기획 역량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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