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의 문제는 빈 건물이 많다는 데 있지 않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들이 그곳에 머물 이유와 다시 찾을 콘텐츠가 사라졌다는 데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국토교통부·문화체육관광부가 인구 감소와 상권 침체로 쇠퇴하는 지방 원도심을 되살리기 위해 ‘거점특화「원도심 RE:CORE 프로젝트」’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RE는 공간의 핵심 기능을 다시 되살린다는 의미로, 공실상가와 유휴건물 정비라는 하드웨어 사업에 청년·창업인·문화예술인·지역콘텐츠를 결합하는 부처 협업형 재생사업이다.
지방 원도심의 쇠퇴는 수도권으로의 인구와 산업 집중, 청년인구 유출, 상권 침체가 겹치면서 심화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2022년 상반기 6.7%에서 2026년 상반기 8.5%로 상승했다. 공실 증가는 임대료 하락이나 건물의 미관 저하에 그치지 않는다. 유동인구 감소, 소비기회 축소, 주변 점포의 추가 폐업으로 이어지며 원도심 전체의 기능을 약화시킨다.
공실을 채우는 방식부터 달라진다
국토교통부는 공실상가를 매입하거나 장기 임대, 상생협약 등을 통해 ‘원도심 활성화상가’로 조성한다. 리모델링한 공간은 문화예술인 작업실, 창업공간, 공유오피스, 팝업스토어 등으로 활용하고, 입주 청년·문화예술인·창업인에게 사업기간 동안 임대료도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임대료를 지원해 입주자를 채우는 것만으로는 원도심 활성화를 보장할 수 없다. 사람이 들어오는 것과 사람이 정착하는 것은 다르고, 입주자가 생기는 것과 상권이 살아나는 것도 다르다. 따라서 입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저렴한 공간만이 아니라 고객을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 판로, 협업 네트워크, 지역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사업 기회다.
정부가 사업 종료 이후에도 효과가 지속되도록 최소 10년의 운영계획을 도시재생활성화계획에 포함하도록 한 점은 중요한 장치다. 임대기간과 임대료 수준, 임대료 증액 상한 등을 사전에 설계한다는 취지다. 다만 계획이 문서에만 머물면 4년간의 지원이 끝난 뒤 다시 공실이 늘어날 수 있다. 누가 운영하고, 어떤 수익으로 관리하며, 입주자와 지역 상인이 어떤 역할을 맡을지까지 구체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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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면으로 확장되는 상권 구조
원도심 곳곳에 흩어진 공실과 유휴시설은 지역 특성에 맞는 ‘특화거점’으로 전환된다. 미활용 공공시설, 미사용 모텔, 집단 공실상가 등을 문화예술 거점, 창업보육시설, 상권지원시설, 로컬브랜드 전시·판매공간 등으로 활용한다.
핵심은 개별 건물 하나를 새롭게 꾸미는 ‘점’에서 멈추지 않는 것이다. 특화거점과 주변 공실상가를 연결하고, 다시 특화거리와 상권 전체로 확장하는 ‘점·선·면’의 구조가 필요하다. 정부는 중기부의 로컬테마상권·유망골목상권, 백년시장·문화관광형시장, 소상공인 생활문화 혁신지원과의 연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로컬창업 스튜디오’는 원도심 유휴공간을 로컬창업기업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판로 확대와 스케일업까지 연결하는 구상이다. 이 방식이 작동하려면 창업기업을 단순 입주자로 보지 않고, 상권의 핵심점포이자 콘텐츠 생산자로 육성해야 한다. 가게 하나가 지역의 방문 이유가 되고, 여러 핵심점포가 동선과 이야기를 만들 때 비로소 상권 전체의 변화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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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는 행사보다 반복 방문을 만들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의 문화자원과 인적자원을 활용해 원도심을 대표하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창·제작부터 실증·고도화·유통까지 단계적으로 지원한다. 육성된 콘텐츠는 축제와 문화시설, 상권, 온라인 플랫폼, 특화거점과 활성화상가에서 전시·마켓·체험 프로그램으로 확산된다.
초기에는 국민에게 친숙한 인기 콘텐츠와 로컬 콘텐츠를 활용한 팝업스토어도 추진한다. 주민에게는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 콘텐츠 기업에는 사업화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그러나 팝업스토어와 축제가 방문객을 일시적으로 끌어오는 데 그치면 원도심은 ‘행사장’으로 소비될 뿐이다. 콘텐츠는 행사 당일의 방문객 수보다 주민의 일상 이용, 지역 창작자의 지속 활동, 상점의 매출, 재방문으로 평가해야 한다.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가 콘텐츠에 녹아 있고, 계절과 시간에 따라 반복해서 경험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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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365억 원보다 중요한 것은 운영 주체다
정부는 수도권을 제외한 4극3특 권역별 1~2곳 내외를 우선 선정해 2027년부터 거점특화「원도심 RE:CORE 프로젝트」시범사업을 시작한다. 2029년까지 권역별 2~3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상은 도시쇠퇴지역 가운데 도심 또는 부도심에 해당하고 공실상가가 밀집해 재생이 시급한 원도심이다.
선정지역에는 지역당 최대 약 365억 원 규모의 사업비가 지원된다. 국토부는 4년간 국비 최대 210억 원, 총사업비 최대 300억 원을 반영했고, 문체부는 대표 문화콘텐츠 제작·확산에 국비 최대 24억 원, 콘텐츠를 활용한 원도심 활성화에 최대 8억4천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재정 규모는 상당하지만 돈이 투입됐다는 사실이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자체가 공공시설을 조성한 뒤 민간 운영자를 찾지 못하거나, 콘텐츠가 지역 상권과 연결되지 않으면 시설은 또 다른 유휴공간이 된다. 사업 선정 단계부터 운영주체, 입주자 확보, 콘텐츠 수익모델, 상권 데이터, 사업 종료 이후 재원계획을 검증해야 한다.
거점특화「원도심 RE:CORE 프로젝트」는 빈 공간을 채우는 사업이 아니라 지역의 작동 방식을 회복하는 사업이어야 한다. 청년이 활동하고, 창업자가 성장하며, 문화예술인이 창작하고, 주민과 방문객이 소비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때 원도심은 다시 지역의 중심이 될 수 있다. 결국 성패는 얼마나 많이 고쳤는지가 아니라, 사업 종료 후에도 사람들이 그곳에 머물고 다시 찾는 구조를 만들었는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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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출처|중소벤처기업부·국토교통부·문화체육관광부 「비어가는 원도심, 사람과 콘텐츠로 다시 채운다」(202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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