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이 안 팔리는 시대가 아니다.
사람들이 떡을 사는 장면이 달라졌는데, 익숙한 떡집의 장사 방식이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곳이 많다."


떡 시장이 1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품목별 국내판매액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떡류 국내 판매액은 2018년 5,641억원에서 2024년 9,291억원으로 약 65% 증가했다. 시장은 6년 사이 상당히 커졌다.

2025년 쌀 소비 통계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떡류 제조업의 쌀 소비량은 2025년 26만 3,961톤으로 전년보다 32.1% 증가했다. 떡 산업 자체가 줄어드는 시장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숫자다.

그런데 이상한 장면이 하나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떡국떡·떡볶이떡 제조업을 다시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오는 2031년 9월까지 대기업의 사업 인수·개시·확장이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의 높은 영세성과 경영 안정 필요성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시장 성장세를 고려해 대기업의 허용 출하량은 일부 확대했다.

시장은 커지고 있는데 왜 떡을 만드는 소상공인은 여전히 보호가 필요한가.

이 질문에서 요즘 떡 시장을 읽어야 한다.


[로컬넥스트뉴스 트렌드] 떡 시장은 1조원을 바라보는데, 왜 동네 떡집은 힘들까…‘힙한 떡’이 바꾼 소비 공식
*팜매액 점유율은 전체 과자.빵.떡시장에서의 점유율임
편집: 로컬넥스트뉴스


예전에는 ‘무슨 떡을 만들까’, 지금은 ‘언제 먹게 만들까’

동네 떡집의 오랜 매출처는 비교적 분명했다.

설과 추석이 있었고 돌잔치와 결혼, 개업, 제사와 답례가 있었다. 한 번 주문하면 여러 상자씩 나갔다. 좋은 쌀을 쓰고 떡을 잘 만드는 능력이 장사의 중심이었다.

이 소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젊은 소비자가 떡을 만나는 장면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딸기나 망고를 넣은 찹쌀떡을 한두 개 산다. 호박과 카스텔라를 조합하고 크림이나 치즈, 초콜릿을 넣는다. 커피와 함께 먹고 단면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다. 인기 상품은 온라인 판매시간을 기다렸다 주문한다.

같은 떡인데 사실상 다른 시장에서 팔리고 있다.

예전 떡집의 전화가 행사 주문을 받기 위해 울렸다면, 지금 잘되는 디저트 떡 브랜드의 주문창은 신제품 출시와 온라인 재입고 시간에 움직인다.


‘힙한 떡’의 비밀은 크림이나 과일이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하면 안 된다.

전통 떡집이 살아남으려면 모든 떡에 생크림을 넣고 과일을 얹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최근 소비자가 반응하는 상품을 들여다보면 재료보다 더 중요한 변화가 있다.

한 사람이 쉽게 살 수 있는 양, 들고 다니기 좋은 포장, 사진으로 기억되는 모양, 찾아가야 할 이유가 되는 대표상품, 온라인으로 다시 주문할 수 있는 유통방식​이다.

떡의 맛만 바꾼 것이 아니라 구매 과정 전체를 바꿨다.

상권 현장을 오래 들여다보면 비슷한 사례를 자주 만난다. 시장 전체 매출이 커졌다고 기존 점포의 매출이 함께 오르지는 않는다. 고객이 움직이는 길과 구매방식이 바뀌면 새로운 길목을 잡은 사업자가 성장한다.

떡 시장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동네 떡집이 ‘목적지’가 될 수 있다

이 변화는 지역 상권에서 더 흥미롭다.

유명 빵집 하나를 찾아 지역을 방문하는 ‘빵지순례’가 관광 동선이 된 것처럼 떡도 충분히 방문 목적이 될 수 있다. 특정 지역의 쌀과 쑥, 콩, 딸기, 복숭아 같은 농산물을 대표 떡과 연결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역 쌀로 만든 백설기, 지역 과일을 넣은 찹쌀떡, 오래된 시장의 대표 인절미가 상품→가게→골목→지역 방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서는 백 년 된 제조법만큼 ‘이곳에 와야 먹을 수 있는 이유’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로컬 상권에서 필요한 떡집의 변화도 이 지점에 있다.

[로컬넥스트뉴스 트렌드] 떡 시장은 1조원을 바라보는데, 왜 동네 떡집은 힘들까…‘힙한 떡’이 바꾼 소비 공식
자료 : AI 생성 이미지


해외에서는 이미 K-푸드 한 품목으로 커지고 있다

시장 밖으로 눈을 돌리면 기회는 더 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떡류 수출액은 2020년 5,376만3000달러에서 2024년 9,137만6000달러로 증가했다. 4년 만에 약 70% 커진 규모다. 농식품부도 떡을 대표적인 K-푸드 품목 가운데 하나로 보고 해외 유통 판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나타나는 일시적 유행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전통음식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냉동·소포장·간편조리·디저트 형태로 소비 장면을 넓히면 시장의 경계도 달라진다.


떡이 아니라 ‘떡집의 장사’를 다시 볼 때다

지금 떡 시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숫자는 9,291억원 하나가 아니다.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떡류 제조업의 쌀 소비도 늘고 있고 수출도 증가한다. 그런데 영세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도 다시 5년 연장됐다.

시장이 커지는 것과 기존 떡집이 잘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이보다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면도 드물다.

젊은 소비자가 떡을 떠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찾고 있다.

다만 명절과 행사 때 여러 상자를 주문하던 고객과, 오늘 한두 개를 사서 커피와 함께 먹는 고객은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동네 떡집이 물어야 할 질문도 여기에 있다.

“요즘 사람들은 왜 떡을 안 살까”보다 “우리 떡을 일부러 찾아와 한 개라도 사고 싶게 만들 이유가 있는가.”

지금 뜨는 ‘힙한 떡’이 전통 떡집에 던지는 숙제는 새로운 맛 하나를 더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오래된 떡을 지금의 고객이 사고 싶은 상품과 경험으로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기자 소개 | 김용한 박사·엠아이넥스트 대표/로컬넥스트뉴스 발행인
20년 넘게 로컬상권·전통시장·관광·창업 현장에서 컨설팅과 연구, 강의를 수행해 온 현장형 전문가다. 로컬넥스트뉴스를 통해 지역상권과 생활인구, 로컬관광, 소상공인·스타트업, AI·AX 등 변화하는 지역경제의 흐름을 현장의 시선으로 분석하고 있다. 40여권의 저서를 집필했으며, 정책과 현장 사이에서 지역의 다음 가능성을 읽어내는 글을 쓰고 있다.

로컬넥스트뉴스로컬넥스트뉴스 | [로컬넥스트뉴스 트렌드] 떡 시장은 1조원을 바라보는데, 왜 동네 떡집은 힘들까…‘힙한 떡’이 바꾼 소비 공식국내 떡류 판매액은 2024년 9,291억원까지 커졌고 떡류 제조업의 쌀 소비량도 2025년 크게 증가했다. 그런데 정부는 떡국떡·떡볶이떡 제조업을 다시 5년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떡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소비는 행사·대량주문에서 소포장·디저트·온라인·목적지 소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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