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현장을 다니다 보면 요즘 자주 마주치는 이름이 있다. ‘골목형상점가’라는 이름이다. 지정서를 전달받은 상인들은 온누리상품권 가맹과 정부 지원사업 참여에 기대를 건다. 전통시장 밖에 있다는 이유로 정책에서 비켜나 있던 음식점, 카페, 미용실과 생활서비스 점포가 지원 대상에 들어왔다는 점은 반가운 변화다.

골목형상점가 제도는 2020년 도입 이후 2022년 부터 빠르게 확산됐다. 2026년 7월 진주시의회 업무보고에서는 전국 골목형상점가가 1,998곳에 이른다는 수치가 제시됐다. 이후에도 지방자치단체별 신규 지정이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이미 2,000곳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중소벤처기업부가 최신 전국 통합 현황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공개자료와 최근 지정 속도에 근거한 추정으로 보는 것이 정확 할 것이다. 

지정 확대 속도를 보여주는 자료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특별성과 포상 공적조서에는 광주·전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 관내 골목형상점가가 2024년 82곳에서 773곳으로 증가한 실적이 제시됐다. 자료별 집계 기준과 범위는 더 살펴봐야 하지만, 지역의 지정 속도가 매우 가팔랐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진주시의회가 제시한 1,998곳과 이 같은 증가 흐름을 함께 보면 골목형상점가 2,000개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고, 3,000개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2,000곳은 축하할 숫자다. 동시에 지정 이후의 운영을 더 엄격하게 살펴야 할 숫자다.


정부 지원도 ‘지정’에서 ‘유망상권 육성’으로 움직인다

정부 정책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모두의 지역상권 추진전략’의 일환으로 2026년 지역상권 육성사업을 신설하고, 유망골목상권 50곳을 최종 선정했다. 로컬기업 집적지와 골목형상점가 등을 대상으로 조직화, 상권기획, 역량 강화, 공동브랜드, 마케팅과 기반시설 개선을 묶어 지원하는 사업이다.

선정된 상권에는 국비와 지방비를 5대 5로 매칭해 1년간 상권당 최대 5억 원이 투입된다. 정부가 골목형상점가를 온누리상품권 가맹구역으로만 보지 않고, 지역의 특색을 갖춘 유망상권으로 키우겠다는 정책 신호다. 

정부는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도 백년시장과 유망골목상권 등 지역상권 활성화 사업을 2027년부터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구체적인 선정 규모와 예산은 다음 연도 사업공고에서 확정돼야 하지만, 올해 50곳으로 출발한 유망골목상권 사업이 내년부터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변화는 골목형상점가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한편으로는 2,000여 곳 가운데 정부가 성장 가능성을 인정한 일부 상권에 지원이 집중되는 경쟁의 시작이기도 하다. 지정서만 보유한 상권과 상인조직·콘텐츠·사업계획을 갖춘 상권의 차이가 더 뚜렷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로컬넥스트뉴스 기획 특집: 골목형상점가 2,000개 시대, 그 과제는?] ① 골목형상점가 2,000개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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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서를 받은 다음 날, 골목은 무엇을 시작했는가

골목형상점가 지정을 준비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상인 동의서를 받고 구역도를 그려야 한다. 점포 수를 확인하고 상인조직을 구성하며 회칙과 임원도 정해야 한다. 이해관계가 다른 상인을 설득하는 일은 서류 작성보다 훨씬 어렵다.

이 과정을 통과해 지정서를 받으면 골목에는 현수막이 걸린다. 문제는 그다음 날부터다.

누가 정기회의를 소집하고 회비를 관리할 것인가. 공동사업에는 몇 개 점포가 참여할 것인가. 고객이 일부러 이 골목을 찾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지원사업이 없을 때도 상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지정 준비에 힘을 쏟느라 이 질문을 뒤로 미룬 상권이 적지 않다.

지정은 흩어진 점포를 정책 대상으로 묶는 행정 절차다. 지정서가 고객을 데려오지는 않는다. 온누리상품권 가맹 스티커가 붙었다고 재방문 고객이 바로 늘어나지도 않는다. 현장에서 지켜보면 골목형상점가의 성패는 지정 순간보다 지정 후 첫 1년이 중요하다.


최대 5억 원이 상권의 힘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유망골목상권 지원은 현장에 적지 않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 골목의 정체성을 찾고 공동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 낡은 환경을 개선하고 지역 자원과 연계한 상품, 체험 프로그램과 방문 동선도 개발할 수 있다. 개별 점포가 감당하기 어려웠던 마케팅과 고객 데이터 관리도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다.

다만 사업비의 크기가 상권의 성장 가능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외부 용역사가 기획하고 실행한 뒤 상인들이 행사 당일에만 참여한다면 골목에는 운영 경험이 남지 않는다. 사업 종료와 함께 홍보 채널이 멈추고 공동회의도 사라지는 장면은 여러 상권 지원사업에서 반복돼 왔다.

올해 선정된 50곳은 지원금을 얼마나 빠르게 집행했는가보다 상인들이 무엇을 함께 결정하고 실행했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2027년 사업을 확대하기 전에 올해 선정 상권의 운영 과정과 성과를 면밀히 살펴야 같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김용한 박사 “활성화 방향부터 합의하고, 상인이 움직일 힘을 키워야 한다”

『골목형상점가 지정과 활성화의 정석』과 『전통시장과 지역상권 활성화 지원의 역설』 저자인 김용한 박사는 로컬넥스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골목형상점가 2,000곳 돌파는 정책의 외연이 빠르게 넓어진 성과”라면서도 “이제는 지정 속도보다 실제로 작동하는 상권이 몇 곳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여러 지역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컨설팅하면서 지정 이후의 방향을 충분히 논의하지 못한 상권을 자주 보았다고 했다.

“지정 과정에서는 상인들이 자주 모이지만 지정서를 받고 나면 회의가 뜸해지는 곳이 있다. 공모사업이 나오면 외부 전문가를 급하게 섭외해 계획서를 만들고, 사업비가 없으면 공동활동도 멈춘다. 1년 운영계획을 세우는 일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 골목을 어떤 상권으로 만들 것인지 상인들이 함께 결정해야 한다.”

골목형상점가 활성화 방향은 축제나 시설사업 목록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누가 이 골목을 찾는지, 고객이 불편해하는 것은 무엇인지, 주변 전통시장과 관광자원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부터 살펴야 한다. 상권의 정체성과 목표 고객이 정해진 뒤에야 공동마케팅, 환경 개선, 공동상품과 행사도 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김 박사는 상인의식 변화와 역량 강화가 사업 초기부터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인들이 지원받는 대상에 머물러서는 상권이 오래 움직이기 어렵다. 내 점포의 매출만 보는 데서 벗어나 고객이 골목 전체를 어떻게 경험하는지 살펴야 한다. 회의에서 의견을 내고, 역할을 맡고, 공동사업의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반복돼야 상인조직의 힘이 생긴다. 교육도 강의를 몇 차례 듣는 방식보다 상인들이 자기 상권의 문제를 찾아 직접 해결해보는 현장형 과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는 2026년 유망골목상권 사업에 대해서도 기대와 과제를 함께 제시했다.

“상권당 최대 5억 원은 골목의 경쟁력을 바꿀 수 있는 적지 않은 사업비다. 다만 상인의 논의와 실행을 외부 전문가가 대신하면 지원이 끝난 뒤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전문가는 계획서를 대신 써주는 사람이 아니라 상인들이 고객을 조사하고 사업을 기획하며 성과를 관리할 수 있도록 역량을 남겨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성과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상인회가 매월 회의를 여는지, 회비를 내는 회원과 공동사업 참여 점포가 늘어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고객 의견을 운영에 반영했는지, 상인들이 직접 기획한 사업이 있는지, 온누리상품권 이용 고객이 다시 방문하는지, 지원금 없이 이어가는 공동활동이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지원사업의 성과는 집행한 예산보다 상인들에게 남은 판단력과 실행력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골목형상점가 활성화는 상인들이 자신들의 골목을 스스로 운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지속된다.

[로컬넥스트뉴스 기획 특집: 골목형상점가 2,000개 시대, 그 과제는?] ① 골목형상점가 2,000개 시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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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개의 지정보다 2,000개의 운영계획이 필요하다

유망골목상권 50곳 선정은 골목형상점가 정책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지정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지원 기회가 주어지기 어렵다. 상인조직의 실행력, 지역 자원과의 연결, 차별적인 콘텐츠, 고객 유입 가능성과 지원 종료 후 운영계획을 갖춘 상권이 선택받게 된다.

정부가 2027년 사업을 대폭 확대하더라도 모든 골목형상점가를 지원할 수는 없다. 지방자치단체와 상인회는 공고가 나온 뒤 계획서를 급하게 만드는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 상권 현황을 조사하고, 고객을 만나고, 공동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준비가 지금부터 필요하다.

골목형상점가 2,000개 시대는 정책의 완성이 아니다. 지정된 골목 가운데 몇 곳이 스스로 회의를 열고, 고객이 다시 찾아오며, 다음 사업을 직접 준비하는지가 새로운 성적표가 된다.

정부 지원 5억 원보다 더 오래 남아야 할 것은 상인들이 함께 움직여 본 경험이다. 그 경험이 쌓인 골목만이 유망골목상권을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상권으로 성장한다.

로컬넥스트뉴스로컬넥스트뉴스 | [로컬넥스트뉴스 기획 특집: 골목형상점가 2,000개 시대, 그 과제는?] ① 골목형상점가 2,000개 시대가 열렸다2026년 7월 공개된 지방의회 자료와 최근 지정 속도를 고려하면 전국 골목형상점가는 2,000곳을 넘어섰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도 2026년 유망골목상권 50곳을 선정해 상권당 1년간 최대 5억 원을 지원하고 2027년부터 사업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정책의 무게중심도 지정 건수에서 상인조직, 공동사업, 고객 유입과 자립 운영으로 옮겨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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