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지원사업의 공정성은 평가 당일 심사장에서만 지켜지지 않는다. 평가위원 출신이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주겠다는 온라인 광고 한 줄, 선정기업 자료를 제공한다는 홍보 문구, 평가위원 경력을 내세운 상담 상품에서도 평가제도의 신뢰는 흔들릴 수 있다.

창업진흥원 사업관리실은 8월 5일 창업지원사업 예비위원들에게 ‘예비위원 공정성 유지 및 제3자 부당개입 주의사항’을 안내했다. 예비위원 등록 당시 동의한 서약서에 따라 예비위원 신분과 명칭을 활용한 개인 컨설팅·멘토링 홍보를 가급적 지양해 달라는 내용이다.

이번 공지는 온라인 전문가 시장의 변화를 배경으로 한다. 블로그와 유튜브, 인스타그램, 단체 대화방, 재능거래 플랫폼과 전문가 매칭 서비스에는 ‘창업지원사업 평가위원 출신 컨설팅’, ‘선정기업 사업계획서 샘플 제공’ 같은 상품이 노출된다.

이러한 활동 자체를 모두 부적절하다고 볼 수는 없다. 문제는 예비위원이나 평가위원이라는 표현이 정부기관과의 직접적인 연결, 내부 심사정보, 선정 가능성을 보증하는 것처럼 사용될 때 생긴다. 신청기업은 해당 전문가가 심사기준이나 평가위원 성향을 알고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 일부 사업자는 그 오해를 이용해 고액의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선정 보장을 약속할 수도 있다.


예비위원과 평가위원은 같은 신분이 아니다

예비위원은 향후 평가나 점검 등에 참여할 수 있는 후보군이다. 실제 평가에 위촉돼 참여하는 시점부터 평가위원 신분이 되며, 평가가 끝나면 다시 예비위원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과거 평가 참여 경력이나 현재의 예비위원 지위를 상시적인 평가권한처럼 홍보해서는 안 된다.

직무상 알게 된 사업 내용과 추진 일정, 신청기업의 사업계획과 평가 결과, 평가지표와 배점, 평가위원회 구성 등도 외부에 누설하거나 사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 평가가 끝났다고 해서 알게 된 정보의 보호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안내문은 허위 사업 신청, 허위 선정 약속, 부정 청탁, 정부기관 사칭, 보조금 대가성 지급도 제3자 부당개입의 유형으로 제시했다. “선정되면 지원금의 일부를 달라”거나 “기관과 연결돼 있으니 확실히 선정시켜 주겠다”는 제안은 정상적인 컨설팅과 거리가 멀다.

이번 안내를 예비위원의 강의·연구·컨설팅 활동을 제한하는 조치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가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는 일과 공공 평가 신분을 영업의 보증처럼 사용하는 일은 구분돼야 한다. 예비위원인지 평가위원인지 정확히 밝히고, 선정 보장이나 내부정보 접근을 암시하지 않으며, 이해관계가 생기면 신고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공공 창업지원사업에서 전문가의 이름은 신뢰를 얻는 수단인 동시에 책임의 무게를 가진다. 신청기업의 절박함을 이용해 영향력을 과장하는 순간 전문성은 거래 문구로 축소된다. 창업지원 생태계가 건강하게 작동하려면 평가에 참여하는 사람뿐 아니라 평가 주변에서 사업을 돕는 전문가도 자신의 경계를 분명히 지켜야 한다.

로컬넥스트뉴스로컬넥스트뉴스 | 창업진흥원이 창업지원사업 예비위원에게 ‘공정성 유지 및 제3자 부당개입 주의사항’을 안내한 이유창업진흥원이 창업지원사업 예비위원에게 개인 홍보와 평가정보 관리, 제3자 부당개입에 관한 주의사항을 안내했다. SNS와 재능거래 플랫폼에서 예비위원·평가위원 신분이 사업 수주와 선정 가능성을 높이는 수단처럼 활용되는 현실을 고려한 예방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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