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사이 한 정치인이 SNS에 폐버스를 청년주택의 대안으로 활용하자는 취지의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바닥에는 두 가지 문제가 겹쳐 있다. 하나는 청년들이 받아들이는 감정이다. 다른 하나는 정책 아이디어라면 당연히 거쳐야 할 비용과 주거 적정성, 대안 비교가 충분했느냐는 질문이다.

“청년에게는 이 정도 공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폐버스라는 단어를 접한 청년들이 이런 느낌을 받는다면 단순한 예민함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집은 잠을 자는 상자가 아니다. 씻고 밥을 먹고 쉬며, 다음 날의 일과 미래를 준비하는 생활의 기반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미 최저주거기준을 별도로 두고 가구 구성에 따른 최소 주거면적과 필요한 시설 등을 주거정책의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더 눈여겨볼 부분도 있다. 현행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에서는 컨테이너·움막 등에 일정 기간 거주하는 사람을 주거지원 대상이 될 수 있는 주거취약계층 범주에 포함하고 있다.

청년 공공주거라면 단순히 지붕과 침대가 있느냐가 아니라 정상적인 생활을 지속할 수 있느냐를 먼저 물어야 한다.


‘폐버스니까 싸다’는 전제부터 검증해야 한다

폐버스주택 논의를 들여다볼 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비용 계산이다.

버스 차체를 싸게 확보했다고 집 한 채이 싸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장기간 거주하려면 단열과 냉난방, 급·배수, 전기, 화장실과 환기시설, 소방·안전설비, 내부 마감이 필요하다. 부지에 상하수도와 전기를 연결하는 기반공사와 유지관리비도 발생한다.

따라서 정책에서 비교할 숫자는 ‘폐버스 한 대의 가격’이 아니다.

버스 구입부터 개조, 기반시설, 유지관리까지 포함한 총생애비용과 실제 거주 가능한 인원당 비용을 봐야 한다.

컨테이너와 모듈러 방식도 이미 임시숙소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현행 건축법 시행령은 컨테이너 또는 이와 유사한 구조물을 임시사무실·임시창고·임시숙소로 사용할 경우 가설건축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의 법령해석은 가설건축물 자체가 존치기간을 정해 한시적으로 사용하는 시설이며, 정식 건축물이 적용받는 기준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임시숙소가 가능하다는 것과 청년의 지속적인 공공주거로 적절하다는 것은 같은 질문이 아니다.


서울에서 더 희소한 것은 폐버스가 아니라 ‘땅’이다

이번 논의에서 더 중요한 부분은 부지다.

서울시는 올해 3월 발표한 ‘더드림집+’에서 서울 청년가구의 90%인 약 115만 가구가 임차로 거주하고 있으며, 원룸 임대료가 2015년 월 49만 원에서 2025년 80만 원으로 올랐다고 밝혔다. 이에 기존 청년주택 4만9천호에 2만5천호를 추가해 2030년까지 총 7만4천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이 계획의 하나로 청년 매입임대와 기숙사형 청년주택 905세대를 모집했다. 주변 시세의 30~50% 수준으로 공급하고 최대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서울의 청년주거정책이 지금 풀어야 할 문제는 분명하다.

적정한 비용으로, 더 많은 청년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얼마나 공급할 것인가다.

그렇다면 청년주택에 사용할 부지가 확보됐을 때 정책 판단도 이 기준에서 출발해야 한다.

폐버스는 기본적으로 땅을 수평적으로 점유한다. 버스 사이의 통행공간과 안전거리, 기반시설 공간도 필요하다. 반면 공동주택은 용도지역과 용적률 등 도시계획 조건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토지를 입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해당 부지가 공동주택 건축이 가능한 곳이라면 반드시 비교해야 한다.

폐버스 몇 대를 설치하면 몇 명이 살 수 있는가. 같은 부지에 청년 임대주택을 건설하면 몇 세대를 공급할 수 있는가. 총사업비를 사용연수와 공급인원으로 나눴을 때 어느 쪽의 비용 효율이 높은가.

이 비교 없이 ‘폐버스를 재활용하니 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재활용보다 먼저 따져야 할 ‘토지의 기회비용’

정책에서는 눈에 보이는 사업비만큼 보이지 않는 비용도 중요하다.

바로 기회비용이다.

주택을 건설할 수 있는 서울의 공공부지를 낮은 밀도로 사용한다면 그 땅에 공급할 수 있었던 다른 주택의 기회를 포기하게 된다.

서울시는 올해 청년주거 대책에서도 시유지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부지, 대학 인근 정비사업, 국공유지 등을 활용해 청년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청년특화단지는 시유지와 SH 부지를 활용하고, 자립준비청년주택에는 저활용 소규모 시유지를 투입한다.

토지 활용도가 정책의 중요한 변수라는 사실을 서울시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청년 폐버스주택의 타당성을 검토한다면 버스의 재활용 가치부터 강조할 일이 아니다. 해당 토지가 가진 다른 활용 가능성부터 계산해야 한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최소한 들어갈 공간’이 아니다

청년들이 원하는 집이 반드시 넓고 비싼 아파트일 필요는 없다.

감당할 수 있는 임대료, 출퇴근 가능한 위치, 안전한 생활환경, 사생활을 보호받으며 일정 기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공간이면 된다.

서울시도 올해 청년주거대책의 방향을 ‘공급·주거비·안전망’ 세 축으로 잡았다. 청년주택을 단순한 공간 제공이 아니라 주거비와 안전, 장기적인 생활 안정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청년의 주거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제공하는 주거의 기준부터 낮춰서는 곤란하다.

정책을 설계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런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내 자녀에게도 이곳에서 몇 년 동안 생활하라고 권할 수 있는가.”

청년이라는 이유로 다른 주거 기준을 적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가장 단순한 질문이다.

논쟁보다 먼저 공개돼야 할 여섯 가지 숫자

폐버스주택이 실제 정책 대안으로 검토된다면 찬반 논쟁에 앞서 숫자부터 공개하는 편이 낫다.

부지 면적, 설치 가능한 버스 수, 실제 거주 가능 인원, 개조와 기반시설을 포함한 총사업비, 1인당 공급비용, 예상 사용기간이다.

한 가지는 반드시 더 필요하다.

같은 부지와 재원을 일반 청년주택이나 다른 공공주거 방식에 투입했을 때의 공급 가능 세대 수다.

이 자료가 나온 뒤라야 정책의 경제성을 판단할 수 있다.

특히 해당 부지가 공동주택 건축이 가능한지, 임시 사용만 가능한 토지인지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토지 조건이 다르면 비교 결과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책 검증이다.


책임 있는 자리의 ‘아이디어’는 공개되는 순간 달라진다

아이디어 자체를 막을 이유는 없다. 정책도 처음에는 작은 발상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정책을 결정하거나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공개적으로 내놓는 아이디어에는 다른 무게가 실린다.

개인의 메모장 안에서는 생각에 불과하다. SNS에 공개되는 순간 시민은 그것을 정책의 가능성으로 받아들인다. 언론이 보도하고 정책 대상자가 반응하며 행정조직에서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의 검증이 먼저다.

청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거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지, 실제 비용은 얼마인지, 기존 방식보다 경제적인지, 해당 부지에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할 방법은 없는지 정도는 공개 전에 검토할 수 있는 질문이다.

이번 논란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도 여기에 있다.

청년주거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겨루는 분야가 아니다. 한 사람의 몇 년간의 생활과 자산형성, 출발선에 영향을 주는 정책이다.

책임 있는 자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는 공개되는 순간부터 단순한 아이디어로 남지 않는다. 왜 이 방식이어야 하는지, 더 나은 대안은 없는지 설명할 책임도 함께 시작된다.

청년 폐버스주택 논란에서 먼저 필요한 것은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를 더 키우는 일이 아니다.

폐버스를 얼마나 싸게 구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서울의 귀한 땅과 공공재원을 사용하는 방법 가운데 이것이 정말 청년에게 가장 나은 선택인가를 숫자로 검증하는 일이다.

로컬넥스트뉴스로컬넥스트뉴스 | [로컬넥스트 이슈] 청년 폐버스주택, 왜 공분을 부르는가…문제는 ‘버스’보다 정책의 눈높이와 땅이다청년주택 대안으로 폐버스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버스에서 살기 싫다’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다. 폐버스를 실제 주거공간으로 만드는 비용과 주거 수준, 서울의 희소한 부지를 사용하는 방식, 같은 재원으로 공급할 수 있는 주택 수까지 비교해야 정책으로서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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