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에 어떤 AI를 도입할 것인가.”

이 질문부터 던진다면 출발점이 조금 늦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우리 지역에서 사람이 반복해서 고생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이다.

지역 현장을 다니다 보면 새로운 정책이 등장할 때마다 비슷한 장면을 본다. 디지털 전환 때는 플랫폼을 만들었고, 빅데이터가 화두가 되자 분석시스템을 구축했다. 지금은 그 자리에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인공지능 전환(AX)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문제는 시스템 하나를 추가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담당 공무원이 여러 엑셀 파일을 다시 취합하고, 관광객 데이터와 소비 데이터가 서로 떨어져 있고, 전통시장 상인은 고객이 왜 줄었는지 알지 못한다면 AI를 도입해도 현장의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AI보다 먼저 ‘지역이 풀어야 할 일’을 찾아야 한다

로컬 AX의 첫 단추는 기술 선정이 아니라 문제 선정이다.

예를 들어 관광객이 줄어드는 지역이라면 ‘AI 관광서비스 구축’부터 사업명에 넣을 필요가 없다. 방문객이 어디에서 유입되고, 얼마나 머물고, 무엇을 소비하며, 왜 다시 오지 않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골목상권이라면 생성형 AI 교육보다 상인이 매일 반복하는 상품등록, 홍보콘텐츠 제작, 고객 문의, 리뷰관리, 재고 확인 가운데 어느 업무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새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행정도 마찬가지다. 회의록 정리, 민원 분류, 정책자료 검색, 국비공모 정보 탐색, 사업성과 취합처럼 사람이 반복하는 업무를 찾아야 한다. 그다음 AI가 어디까지 맡고 사람이 어디에서 판단할지를 정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5년 한국의 지역개발정책과 AI를 별도로 분석하면서 AI가 행정 효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정책의 공간적 타기팅, 정책설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협력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지역별 AI 도입 격차가 새로운 지역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지적했다.

이미 격차는 나타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6년 지역 주도형 AI 대전환 사업을 발표하면서 인용한 대한상공회의소·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AI 활용률은 수도권 40.4%, 비수도권 17.9%였다. 로컬에서 AX를 먼 미래의 기술정책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AI 시범사업’보다 일하는 방식이 바뀌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AI를 도입한 지역과 AX가 진행된 지역은 다르다.

민원 챗봇을 하나 만들고, 공무원에게 생성형 AI 계정을 제공하고, 상인들에게 몇 시간의 AI 교육을 실시했다고 해서 지역의 AI 전환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이전보다 민원 처리시간이 줄었는지, 정책자료를 찾는 시간이 짧아졌는지, 관광객의 체류와 소비를 더 정확하게 파악하게 됐는지, 소상공인이 콘텐츠 제작에 쓰던 시간을 고객관리와 상품개발에 돌릴 수 있게 됐는지를 봐야 한다.

이 지점에서 세계 각국도 비슷한 숙제를 안고 있다. OECD의 「디지털 정부 전망 2026」에 따르면 조사대상 OECD 36개국 가운데 35개국이 정부 업무의 적어도 한 영역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반면 AI 활용의 재무적·비재무적 효과를 측정한다고 응답한 국가는 10개국에 그쳤다. OECD는 성과 측정이 부족하면 확장 가능성이 낮은 시범사업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컬 AX도 ‘무엇을 구축했는가’보다 ‘무엇이 달라졌는가’를 성과표에 올려야 한다.

행정안전부가 2026년 5월 행정문서를 인공지능이 읽고 활용할 수 있도록 기계 판독이 가능한 개방형 문서 형식 준수를 의무화한 것도 눈여겨볼 변화다. AI 활용은 화려한 서비스 화면보다 그 뒤에 놓인 문서와 데이터가 읽을 수 있는 상태로 정리되는 데서 시작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로컬 AX는 지역마다 달라야 한다

나는 로컬 AX를 추진할 때 세 가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반복되는 일이 무엇인지, 흩어져 있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사람의 판단이 늦어지고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다.

농촌지역과 관광도시의 AX가 같을 수 없다. 제조업 집적지역과 골목상권 중심 도시도 출발점이 달라야 한다. 인구감소지역이라면 부족한 행정인력을 보완하고 생활인구와 관광객의 움직임을 읽는 AI가 절실할 수 있다. 제조도시에서는 불량률과 생산성을 개선하는 산업 AI가 먼저일 수 있다. 상권에서는 고객분석과 콘텐츠, 점포 운영을 연결하는 작은 AI부터 효과가 날 수 있다.

정부 정책도 지역 맞춤형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6년 ‘지역 주도형 AI 대전환’ 신규 지역으로 강원특별자치도와 충청남도를 선정했다. 강원은 바이오·헬스케어, 충남은 디스플레이·반도체라는 지역산업을 기반으로 각각 AI 생태계를 구축한다. 두 지방정부에는 각각 연 70억원 규모의 국비를 2년간 지원한다. 앞서 2025년에는 경남·대구·울산·전남·제주가 선정됐다.

이 방향은 중요한 신호를 준다. 다른 지역의 성공적인 AI 모델을 그대로 가져오는 방식보다 우리 지역의 산업과 상권, 관광, 주민 생활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찾아 AI와 연결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지역에 필요한 것은 거대한 AI 계획서 한 권이 아닐 수 있다. 매주 며칠씩 걸리던 업무 하나를 한 시간으로 줄이고, 따로 움직이던 관광과 소비 데이터를 연결하고, 작은 가게가 고객의 질문을 놓치지 않게 만드는 변화부터 시작할 수 있다.

로컬 AX는 AI를 지역에 가져다 놓는 사업이 아니다. 지역이 오래 해오던 일을 다시 들여다보고, 사람이 더 잘 판단하고 더 중요한 일에 시간을 쓸 수 있도록 일의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다.

지역도 이제 AX를 준비해야 한다. 첫 회의의 안건은 ‘어떤 AI를 살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지금 어떤 문제를 가장 비효율적으로 풀고 있는가’​가 되어야 한다.

로컬넥스트뉴스로컬넥스트뉴스 | [로컬넥스트_AI 특집] 로컬의 AI 전환(AX) ① 지역도 이제 AX가 필요하다…로컬의 AI 전환은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가인공지능 전환(AI Transformation·AX)이 지역의 새로운 경쟁조건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로컬 AX는 생성형 AI를 몇 개 도입하는 사업이 아니다. 행정·상권·관광·지역기업이 풀지 못했던 문제를 다시 꺼내고, 데이터를 연결해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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