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를 만들었는데 주민의 생활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이제 지역은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동안 많은 지역이 ‘스마트’를 앞세웠다.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연결했다. 공공 와이파이를 늘리고 도시데이터 플랫폼과 통합관제센터도 만들었다.

필요한 투자였다. 하지만 현장에 가보면 묘한 장면을 만난다.

데이터는 많이 쌓여 있는데 담당 공무원은 다시 엑셀 파일을 만든다. 관광객 이동 데이터가 있는데 다음 관광상품을 만드는 데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상권분석 시스템은 있지만 정작 시장 상인은 오늘 어떤 상품을 더 팔아야 할지 알기 어렵다.

도시는 스마트해졌는데 일하는 방식은 예전 그대로인 경우가 있다.

AI 시대 지역혁신은 이 지점부터 다시 봐야 한다.


스마트시티가 데이터를 모았다면, AX는 그 데이터로 움직여야 한다

스마트시티의 성과를 낮게 평가할 필요는 없다.

교통, 환경, 안전, 에너지, 공간정보처럼 따로 흩어져 있던 도시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볼 수 있게 만든 것은 큰 변화였다. AI를 활용하려면 이런 기반도 필요하다.

문제는 데이터를 ‘보는 것’에서 멈출 때 생긴다.

교통량이 늘었다는 사실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AI가 어느 시간대에 어디가 막힐지 미리 알려줘야 한다. 관광객 30만 명이 왔다는 집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오래 머물고, 무엇을 사고, 어느 장소로 이동했는지를 읽어 다음 관광상품에 반영해야 한다.

민원도 마찬가지다.

주민이 불편을 신고한 뒤 처리하는 행정에서 한 걸음 더 나가 반복되는 민원의 장소와 유형을 분석해 먼저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 AI를 교통·환경·안전 등 도시 문제 해결에 적용하는 실증사업을 추진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원주와 천안·아산을 첫 AI 특화 시범도시로 선정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스마트’ 다음에 ‘AI’가 붙었다는 표현 자체가 아니다.

도시 데이터를 쌓는 경쟁에서, 그 데이터를 이용해 더 빠르게 판단하고 움직이는 경쟁으로 정책의 무게가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AI 하나 설치했다고 AX 지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에서 AX 사업을 준비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장면이 있다.

“우리도 AI 챗봇 하나 만들자.”

이렇게 시작하면 AI 사업은 생겨도 지역의 변화는 작을 수 있다.

지역은 지자체 청사 안에서만 움직이지 않는다.

산업단지에서는 매일 생산량과 불량 데이터가 쌓인다. 골목상권에서는 매출과 고객 리뷰가 생긴다. 관광지에서는 방문객의 이동과 소비가 반복된다. 농촌에서는 생산과 출하 데이터가 만들어지고, 복지 현장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주민의 정보가 쌓인다.

지역마다 먼저 풀어야 할 문제가 다르다.

제조업이 많은 지역이라면 AI로 생산계획과 품질관리를 개선하는 일이 우선일 수 있다. 관광도시는 방문객이 왜 몇 시간 만에 떠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부족한 행정·돌봄 인력을 AI가 얼마나 보완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다.

골목상권은 더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거대한 상권 AI 플랫폼을 만드는 것보다 점주가 매일 두 시간 걸리던 상품 소개와 홍보 콘텐츠를 20분 만에 만들고, 수백 개의 고객 리뷰에서 불만과 요구를 찾아낼 수 있게 하는 편이 현장에서는 훨씬 빠른 변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지역개발과 AI를 분석하면서 AI가 행정 효율뿐 아니라 지역정책의 설계와 공간별 정책 대응에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반대로 지역별 AI 활용 역량이 벌어지면 새로운 지역 격차가 생길 가능성도 지적했다.

좋은 AI를 보유한 지역보다 AI를 실제 업무에 쓰는 사람이 많은 지역이 더 강해질 수 있다.

[로컬넥스트_AI 특집] 로컬의 AI 전환(AX) ② 스마트시티를 넘어 AX 지역으로…지역혁신의 기준이 달라진다
AI 생성 이미지


지역혁신의 성적표도 ‘구축 건수’에서 ‘변화’로 바꿔야 한다

지역 사업을 평가할 때 우리는 숫자를 좋아한다.

센서를 몇 개 설치했는가. 플랫폼에 몇 종의 데이터를 올렸는가. 교육에 몇 명이 참여했는가. AI 서비스는 몇 개를 개발했는가.

보고서에는 쓰기 좋은 숫자다. 주민의 삶이 좋아졌는지는 이 숫자만으로 알기 어렵다.

AX 시대에는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공무원이 자료를 찾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는가. 반복 민원의 처리 속도가 빨라졌는가. 소상공인이 고객 반응을 더 빨리 파악하게 됐는가. 관광객이 지역 안에서 한 곳이라도 더 방문했는가. 기업의 불량률이 낮아졌는가. 돌봄이 필요한 주민을 더 빨리 찾아냈는가.

이런 변화가 없다면 AI 시스템은 만들어졌지만 AX는 일어나지 않은 셈이다.

나는 앞으로 지역의 AI 정책에서 ‘무엇을 구축했는가’보다 ‘무엇을 덜 힘들게 되었는가’를 묻는 평가가 필요하다고 본다.

AI의 가장 현실적인 가치는 사람을 화려하게 대체하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이 매일 반복하던 일을 줄이고, 흩어진 정보를 연결하고, 판단해야 할 순간에 더 좋은 자료를 제공하는 데 있다.

스마트시티가 도시 곳곳에 눈과 귀를 달아주는 과정이었다면, AX 지역은 그 눈과 귀로 얻은 정보를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단계다.

이제 지자체가 AI 사업을 준비하면서 첫 회의에서 던져야 할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어떤 AI를 도입할까”가 아니다.

“우리 지역에서 주민과 공무원, 상인과 기업이 아직도 가장 불편하게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 문제를 찾아낸 지역이 AI를 제대로 쓸 가능성이 높다.

첨단 장비가 많은 도시가 아니라 AI로 주민의 불편을 줄이고, 상인의 시간을 아끼고,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며, 관광객을 더 오래 머물게 하는 지역​이 다음 단계의 스마트한 지역이다.

지역혁신의 기준은 이미 그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로컬넥스트뉴스로컬넥스트뉴스 | [로컬넥스트_AI 특집] 로컬의 AI 전환(AX) ② 스마트시티를 넘어 AX 지역으로…지역혁신의 기준이 달라진다스마트시티가 도시 곳곳에 센서와 데이터를 깔았다면, AI 전환(AX)은 그 데이터를 실제 일에 쓰는 단계다. 앞으로 지역 경쟁력은 첨단시설을 얼마나 많이 갖췄는지가 아니라 행정·기업·상권·관광 현장에서 AI가 시간을 줄이고 문제를 얼마나 빨리 해결하느냐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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