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을 이야기할 때마다 청년 유입, 출생률, 귀농·귀촌 인구부터 꺼낸다. 인구를 늘려야 지역이 살아난다는 판단 때문이다. 틀린 접근은 아니지만, 이미 사람이 줄어든 지역의 오늘을 해결하기에는 너무 느리다.

통계청은 2022년과 비교해 2052년에는 세종과 경기를 제외한 15개 시도의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고령화도 동시에 진행된다. 이제 지역정책은 ‘사람을 얼마나 더 데려올 것인가’와 함께 ‘적은 인구로도 지역을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  AI는 사람을 데려오는 기술보다 부족한 사람을 돕는 기술이어야 한다

지역에서 먼저 사라지는 것은 인구 숫자가 아니다. 저녁에 탈 버스가 없어지고, 가까운 병원과 약국이 줄어들며, 농산물을 판매할 사람과 가게의 홍보물을 만들 사람이 없어진다. 청년 한 명이 떠나면 주민등록인구만 한 명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그가 맡았던 일과 관계도 함께 비어간다.

이 빈틈에서 AI의 쓸모를 찾아야 한다. 수요에 따라 운행하는 교통, 고령자의 건강 이상을 살피는 돌봄, 농작물의 생육과 병해충을 확인하는 농업, 소상공인의 주문·고객관리·콘텐츠 제작이 대표적이다. 주민이 행정서류 한 장을 처리하려고 먼 읍내까지 가지 않도록 돕는 생활 안내도 필요하다.

나는 여러 지역 현장을 다니며 새 시설은 들어섰지만 운영할 사람이 없어 문이 닫힌 공간을 자주 보았다. AI 투자는 눈에 띄는 체험관이나 장비 구매보다 주민과 현장 조직이 반복해서 맡고 있는 일을 줄이는 데 먼저 쓰여야 한다.


■  흩어진 일과 생활서비스를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인구감소지역의 문제는 자원이 전혀 없다는 데 있지 않다. 교통·의료·돌봄·관광·상권 정보가 기관과 사업별로 흩어져 있어 주민과 방문객이 필요한 순간에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AI가 고령 주민의 병원 예약일과 버스 운행시간을 맞추고, 귀가 길에 장보기와 약 수령까지 연결한다면 한 번의 이동으로 여러 생활 문제가 해결된다. 관광객에게도 유명 관광지만 나열할 것이 아니라 취향, 이동시간, 영업시간에 맞춰 식당·시장·체험장·숙박을 묶어 제안해야 한다. 그 동선 안에서 지역 상인의 매출과 주민의 서비스 이용이 함께 일어난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5년 3분기 인구감소지역 생활인구 분석에서도 일부 지역은 등록인구보다 훨씬 많은 체류인구가 방문했지만, 방문이 특정 읍·면·동에 집중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방문객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AI는 사람을 세는 도구가 아니라 지역 안에서 이동과 소비, 체류를 넓히는 설계 도구가 되어야 한다. 


■  AI보다 먼저 지역이 결정해야 할 것이 있다

AI를 도입한다고 지역의 문제가 저절로 풀리지는 않는다.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틀리면 버스가 필요한 마을을 놓치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주민은 서비스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 플랫폼을 구축한 뒤 운영 주체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또 하나의 사용하지 않는 시스템으로 남는다.

그래서 출발점은 기술이 아니라 지역의 불편이어야 한다. 주민·소상공인·농민·관광객이 반복해서 겪는 문제를 찾고, AI가 줄일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을 정해야 한다. 성과도 앱 가입자 수보다 이동시간 단축, 돌봄 공백 감소, 상인의 업무시간 절감, 방문객의 체류와 재방문 증가로 확인해야 한다.

2026년 지방소멸대응기금은 1조 원 규모로 배분되며 정책 방향도 시설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변화가 새 이름을 붙인 AI 사업을 늘리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AI는 지방소멸을 멈추는 만능 해법이 아니다. 다만 사람이 줄어도 병원에 갈 수 있고, 가게를 운영할 수 있으며, 외지인과 관계를 이어갈 수 있게 돕는다. 인구를 기다리는 지역보다 지금 있는 사람의 삶과 일을 다시 연결하는 지역에서 AI의 가치가 먼저 드러난다.

로컬넥스트뉴스로컬넥스트뉴스 | [AI 시대 로컬은?] ① AI는 지방소멸의 해법이 될 수 있는가인공지능(AI)이 지방소멸을 막아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부족한 일손을 보완하고, 흩어진 생활서비스와 지역 자원을 연결하며, 방문객과 지역의 관계를 이어주는 도구로 활용한다면 인구가 줄어도 작동하는 지역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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