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오래 머물게 하려면 무엇을 팔아야 할까. 관광과 상권을 기획할 때 필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주민의 하루까지 이 질문으로만 설명하면 놓치는 자리가 생긴다. 음료를 주문하지 않아도 앉을 수 있고,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으며, 혼자 왔다고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도서관은 그런 자리가 될 수 있다. 지역의 체류를 소비로 연결하는 일과 소비하지 않을 자유를 지키는 일은 서로 반대가 아니다.

소비 이전의 시간을 받아주는 공간

상권의 매출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지역의 모든 공간이 구매를 요구할 필요는 없다. 지갑이 가벼운 청소년, 약속 사이에 시간이 남은 주민, 낯선 동네에서 잠시 쉬고 싶은 사람에게 공공의 자리는 생활을 이어가는 바탕이다. 여기서 쉬거나 읽는 시간은 곧바로 매출로 환산되지 않아도 사라져야 할 시간이 아니다.

도서관을 지역활성화와 연결할 때도 카페 같은 인테리어나 관광 명소로서의 사진부터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름다운 공간을 한 번 구경하는 일과 내일도 부담 없이 이용하는 일은 다르다. 특별한 날의 방문을 만드는 장식보다 평범한 날의 이용을 보장하는 운영이 먼저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선언은 실제로 머무를 수 있을 때 힘을 얻는다.

프로그램의 수보다 선택의 폭을 보자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2025년 1월 22일 발표한 업무계획에서 취약계층과 지역 간 정보격차를 줄이는 독서 지원, 청소년 관심사를 반영한 프로그램 개발, 담당 사서의 역량 강화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계획에서 확인되는 정책 방향이지, 오늘 새로 시작하는 사업이나 그 성과를 뜻하지 않는다. 여기서 지역이 읽어야 할 대목은 프로그램을 많이 만드는 일보다 이용자의 서로 다른 조건을 살피는 일이다.

가상의 동네 도서관을 생각해 보자. 주말 행사는 늘 만석인데 방과 후 청소년이 조용히 머물 자리가 부족할 수 있다. 독서모임은 활발하지만 처음 온 사람에게는 이미 친한 사람들만의 모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참여자 숫자만 세면 두 문제 모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신청하지 않은 사람, 말하지 않고 앉아 있는 사람의 이용 경험도 운영계획 안에 들어와야 한다.

교류를 권할 수는 있어도 친교를 의무로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혼자 책을 읽는 좌석과 작은 모임을 위한 자리를 구분하고, 대화가 가능한 시간과 조용히 이용할 시간을 안내하는 방식부터 검토할 만하다. 머무름의 형태를 하나로 정하지 않아야 주민은 자신의 속도로 지역과 가까워질 수 있다.

연결은 공간보다 담당자 사이에서 시작된다

2026년 2월 27일 게시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의 협의회 정기총회·세미나 안내에는 회원기관 간 협력과 실무분과 연구 공유가 담겨 있다. 그림책 자료 정리, 소통과 관계를 다룬 서평, 학교도서관의 책 쓰기 등 서로 다른 실무 주제를 함께 다루도록 구성했다. 이 자료를 행사 개최 결과나 효과의 증거로 확대할 수는 없다. 다만 시설을 각각 운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무의 지식을 나누려는 접근은 주목할 만하다.

지역 안의 협력도 거창한 통합 플랫폼보다 작은 업무 약속에서 시작할 수 있다. 학교와 도서관이 청소년의 이용 시간을 함께 살피고, 복지기관과는 필요한 자료를 안내하는 방법을 정하며, 지역 서점과는 역할을 침범하지 않는 독서 활동을 논의하는 식이다. 협약서에 기관 이름을 늘어놓는 것보다 문의를 받은 사람이 누구에게 연결할지 아는 편이 이용자에게 유용하다.

그렇다고 사서에게 지역의 모든 문제를 맡겨서는 안 된다. 독서 안내와 공간 운영, 전문기관으로의 연결은 각각 필요한 역량과 책임이 다르다.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을 때의 대응, 협력기관과 확인할 연락 창구, 업무를 인계할 기록을 갖추고 그에 필요한 시간을 인정해야 한다. 사람을 연결하는 서비스는 담당자의 선의만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성과표에 평범한 하루를 남겨야 한다

운영 점검은 행사 일정표 밖으로 나가야 한다. 주민이 이용하려는 시간에 문이 열리는지, 자리가 부족한 시간은 언제인지, 처음 온 사람이 도움을 쉽게 요청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용하지 않는 주민의 이유를 듣는 짧은 의견 수렴도 프로그램 만족도 조사와는 다른 빈틈을 보여줄 수 있다.

지역 상점과의 관계도 구매 실적을 강요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도서관에서 보낸 시간이 주변 산책이나 일상의 장보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도서관의 존재 가치를 평가하면 공공의 자리를 다시 소비시설로 좁히게 된다. 도서관은 상권을 위한 대기실이 아니라 주민의 생활을 지탱하는 독립된 기반이다.

지역이 살 만한 곳이 되는 순간은 반드시 큰 소비가 일어나는 순간과 같지 않다. 잠시 앉아 책을 펼쳤고, 아무것도 사지 않았지만 불편하지 않았던 하루도 그 지역을 다시 선택할 이유가 된다. 지역활성화는 얼마나 더 쓰게 할 것인가와 함께 어디에서 부담 없이 머물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도서관의 빈 의자는 비어 있는 성과가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주민을 받아들일 여유일 수 있다.

칼럼니스트 소개

김용한 박사 · 엠아이넥스트·로컬넥스트·국비공모랩 대표. 지역상권·로컬관광·국비공모·스타트업 및 AI·AX 분야에서 컨설팅과 강의,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 ·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전국 어린이·청소년 담당 사서, 한자리에 모이다

로컬넥스트뉴스로컬넥스트뉴스 | [로컬넥스트 칼럼] ⑯ 도서관은 아무것도 사지 않아도 머무는 곳이다지역의 활력에는 소비를 늘리는 전략뿐 아니라 돈을 쓰지 않고도 편안히 머물 수 있는 공공의 자리가 필요하다. 도서관의 가치는 행사 참여자 수보다 반복 이용을 가능하게 하는 시간과 사람, 지역기관의 협력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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