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을 살리는 계획에는 손님을 불러오는 방법이 빼곡하다. 축제와 할인행사, 새로운 간판과 먹거리가 앞자리를 차지한다. 그런데 장사가 끝난 뒤 누가 공용통로를 살피고, 이상을 발견하면 누구에게 알리는지는 얼마나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을까. 다음 날 다시 문을 열 수 있는 조건도 지역상권의 경쟁력이다.
설치한 시설과 작동하는 안전은 다르다
안전시설을 갖추는 일은 중요하다. 다만 설치 수량과 공사 완료 사진만으로 운영 상태까지 설명할 수는 없다. 통로에 물건이 다시 쌓이거나 연락 담당자가 바뀌었는데 명단이 그대로라면 시설과 실제 대응 사이에 빈틈이 생긴다. 안전을 특별점검 때만 확인하는 일로 남겨두면 평소의 작은 변화가 관리 밖으로 밀려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6년 10월 22일 게시한 2027년도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지원사업 수정공고에는 전통시장 안전관리패키지가 포함돼 있다. 신청기간은 10월 20일부터 11월 16일까지다. 이는 내년도 지원대상 선정을 위한 공고이지, 모든 시장에 지금 지원이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다. 사업별 대상과 조건은 수정공고 원문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
이 공고를 읽는 상인회와 지방정부가 덧붙일 질문이 있다. 무엇을 설치할 것인지와 함께 설치한 뒤 누가 관리할 것인지가 계획에 들어 있는가. 유지관리 비용과 담당자 교체 때의 인계가 빠져 있다면 사업비를 확보한 다음에도 같은 숙제가 남는다. 신청서의 시설 목록을 일상의 관리 목록으로 바꾸는 준비가 필요하다.
공동의 위험에는 빈틈 없는 역할이 필요하다
점포 안은 개별 상인의 영역이고 골목과 공용시설은 공동의 영역이다. 그러나 위험은 그 구분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내 점포의 정리가 끝났어도 공용통로가 막혀 있으면 방문객과 이웃의 이동에 영향을 준다. 모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일수록 누군가 하겠지 하고 넘기기 쉽다. 공동관리에는 선의보다 구체적인 담당 구역과 확인 방식이 먼저다.
강원특별자치도 소방본부는 2026년 8월 27일 발표한 추석 대비 대책에서 전통시장 등 다중이용시설 화재안전조사와 비상구·피난통로의 물건 적치 금지 홍보를 제시했다. 그 집중 추진기간은 9월 27일까지로 이미 끝났다. 이 자료를 지금 진행 중인 점검 안내로 읽어서는 안 된다. 다만 시설 점검과 이용자의 일상 행동을 함께 다뤘다는 점은 상권 운영에도 시사점을 준다.
상인회가 전문적인 안전점검을 대신할 수는 없다. 설비 상태 판단과 수리는 해당 분야 전문가의 영역으로 남겨야 한다. 상인들이 맡을 일은 위험 징후를 숨기지 않고 알리고, 공용공간의 변화를 확인하며, 필요한 조치가 끝났는지 함께 살피는 것이다. 발견과 전문 조치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이 분명해야 한다.
확인표에는 발견 다음의 행동까지 적어야 한다
운영 방식은 복잡하게 시작할 필요가 없다. 구역별로 무엇을 살피는지, 어느 시간에 확인하는지, 이상이 있으면 누구에게 연락하는지를 한 장에 정리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담당자가 쉬는 날의 대체 연락망도 있어야 한다. 영업시간이 서로 다른 점포가 섞여 있다면 가장 늦게 문을 닫는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공동관리 시간을 따로 협의해야 한다.
점검표에 확인 표시만 늘어나는 방식은 피해야 한다. 발견 위치와 내용, 조치 담당자, 예정일, 완료 확인을 연결해야 남은 위험이 보인다. 즉시 해소하기 어려운 문제는 전문가와 관계기관의 안내에 따라 이용 제한 등 필요한 조치를 판단해야 한다. 상인에게 위험한 설비를 직접 고치도록 요구하거나 영업 편의를 이유로 대응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
가령 담당자가 교체되는 가상의 상황을 생각해보자. 전임자의 휴대전화에만 유지보수 연락처가 들어 있다면 새 담당자는 장비가 있어도 대응 창구부터 찾아야 한다. 공동으로 관리하는 연락망과 인계 목록이 있으면 그 공백을 줄일 수 있다. 개인정보는 필요한 담당자에게만 공유하고 변경 때마다 확인하는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
행정의 지원도 교육 횟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교육 이후 상인이 실제로 연락 절차를 이해했는지, 지적사항이 개선됐는지, 반복해서 문제가 생기는 구역은 어디인지 살펴야 한다. 미해결 사항을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자료로 쓰기보다 개선 지원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자료로 활용하는 편이 참여를 이끌기 쉽다.
안전관리는 손님을 모으는 홍보처럼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나 상인의 생업과 주민의 장보기, 방문객의 체류는 안심하고 공간을 이용할 수 있을 때 이어진다. 지역을 오래 운영하려면 새 사업을 시작하는 능력만큼 평범한 하루를 지키는 능력이 필요하다. 상권활성화 계획의 마지막 장에는 다음 행사 일정과 함께 오늘 발견한 위험을 누가 끝까지 해결할 것인지가 적혀 있어야 한다.
칼럼니스트 소개
김용한 박사 · 엠아이넥스트·로컬넥스트·국비공모랩 대표. 지역상권·로컬관광·국비공모·스타트업 및 AI·AX 분야에서 컨설팅과 강의,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중소벤처기업부, 2027년도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지원사업 수정공고 · 강원특별자치도 소방본부, 추석 명절 대비 화재예방대책 집중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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