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자는 말은 쉽다. 그러나 함께 벌고 함께 비용을 부담하는 일은 다르다. 지역의 가게와 체험장, 숙박업체를 하나의 여행상품으로 묶었다고 가정해보자. 여행자는 한 번 결제했지만 현장에서는 여러 사람이 각자의 일을 한다. 이때 누구에게 얼마가 돌아가고, 취소에 따른 부담을 누가 지는지가 불분명하면 공동상품은 다음 판매를 준비하기 어렵다.

지역 협업을 평가하는 질문도 바뀌어야 한다. 얼마나 많은 기관이 참여했는가보다 참여한 사람이 다음에도 함께할 이유가 남았는가를 물어야 한다. 그 이유는 좋은 취지에 대한 공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노동이 어떤 기준으로 인정받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협의체 다음에는 거래의 규칙이 필요하다

한국관광공사가 2026년 1월 27일 발표한 지역관광추진조직(DMO) 육성 지원 공모는 지역관광협의체 운영과 기획사업 발굴·시행을 사업내용으로 제시했다. 권역형 사업에는 공동 현안 해결과 공유 자원 활용이라는 방향도 담겼다. 이미 접수가 끝난 공모이지만, 지역관광을 개별 시설의 홍보가 아닌 공동의 과제로 다룬다는 점은 살펴볼 만하다.

다만 협의체를 만들었다는 사실과 함께 사업할 준비가 됐다는 판단은 구분해야 한다. 회의에서 동의한 방향이 예약을 받고 고객을 응대하는 현장까지 자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홍보물에는 같은 이름이 들어가도 상품 준비에 쓰는 시간과 부담하는 위험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수원문화재단의 2026년 주요업무계획에도 행궁마을 DMO 운영과 발굴 콘텐츠 운영, 여행자라운지와 지역 체험의 연결이 제시돼 있다. 이는 연간 계획이지 성과를 입증하는 자료는 아니다. 여기서 더 생각해볼 과제는 연결된 여러 주체가 어떤 운영 기준으로 함께 움직일 것인가다.

같은 비율보다 설명할 수 있는 몫이 중요하다

공동사업의 공정함을 모두에게 같은 금액을 나누는 일로만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공간을 제공한 사람, 재료를 준비한 사람, 예약과 문의를 맡은 사람의 기여는 성격이 다르다. 눈에 보이는 체험 진행뿐 아니라 판매 전 안내와 판매 후 환불 처리에도 시간이 든다. 이런 일을 몫의 계산에서 빼면 보이지 않는 노동이 특정 참여자에게 쌓일 수 있다.

앞의 가상 여행상품이라면 판매가격을 정하기 전에 항목부터 나누는 편이 낫다. 체험 제공 비용, 공동 홍보 비용, 예약 관리 비용을 구분하고 남는 금액의 배분 기준을 합의하는 것이다. 이는 특정 제도가 요구하는 정산 방식이 아니라 공동 운영을 위한 제안이다. 실제 계약과 세무 처리는 사업의 형태에 맞춰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원칙은 단순하다. 기여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계산 결과를 참여자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한쪽이 계산표를 독점한 채 결과만 전달하면 다른 쪽은 협력자가 아니라 통보를 받는 사람이 된다. 필요한 거래 정보는 함께 확인하되 고객의 개인정보까지 불필요하게 넓혀 공유할 이유는 없다.

문제가 생긴 날의 책임부터 정하자

좋은 날의 수익 배분만 정해서는 부족하다. 비가 와서 체험을 취소하는 날, 한 업체가 갑자기 문을 닫는 날, 예약 인원과 실제 방문 인원이 다른 날을 먼저 떠올려야 한다. 고객에게 연락할 주체와 대체 프로그램을 결정할 주체, 비용을 판단할 주체가 다르면 그 연결 순서까지 정해둘 필요가 있다.

운영 합의는 처음부터 두꺼운 문서일 필요가 없다. 누가 예약을 확정하는지, 판매 내역을 언제 공유하는지, 취소 사유별 비용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정산 이견은 누구와 조정하는지를 먼저 적어보자. 금액과 지급일만 적은 표보다 이런 책임의 흐름이 실제 협업을 지키는 데 중요하다.

공동사업을 맡은 조직도 홍보 실적만 챙길 일이 아니다. 참여자가 문제를 제기할 통로를 마련하고,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을 때 조정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목소리가 큰 사업자의 편의를 공동의 결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장치가 필요하다. 작은 가게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듣는 일도 사업 설계의 일부다.

다음 판매는 지난 정산의 평가에서 시작된다

처음부터 많은 가게를 묶기보다 운영을 확인할 수 있는 작은 상품으로 시작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한 차례 판매가 끝나면 매출뿐 아니라 문의 처리 시간, 취소 과정의 혼선, 정산 지연의 원인을 함께 살펴보자. 참여자가 실제로 들인 노력과 받은 몫을 비교해야 가격과 역할도 고칠 수 있다.

이때 모든 이견을 실패라고 볼 필요는 없다. 처음의 합의가 현장을 충분히 담지 못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기준을 몰래 바꾸지 않고 다음 판매 전에 수정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일이다. 새 참여자가 들어올 때도 같은 설명을 받을 수 있어야 공동사업이 특정 담당자의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지역의 연결은 지도 위에 선을 긋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 선을 따라 움직인 사람에게 납득할 수 있는 몫과 책임이 돌아갈 때 관계가 이어진다. 공동사업의 마지막 일정은 기념사진 촬영이 아니라 서로 이해한 정산이어야 한다. 그래야 이번 사업의 끝이 다음 협업의 시작이 된다.

칼럼니스트 소개

김용한 박사 · 엠아이넥스트·로컬넥스트·국비공모랩 대표. 지역상권·로컬관광·국비공모·스타트업 및 AI·AX 분야에서 컨설팅과 강의,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2026년도 지역관광추진조직(DMO) 육성 지원 사업자 공모 · 수원문화재단 2026년 주요업무계획, 지역관광개발사업 운영

로컬넥스트뉴스로컬넥스트뉴스 | [로컬넥스트 칼럼] ⑫ 지역의 공동사업, 정산이 끝나야 협업이 남는다지역의 공동 관광사업은 참여 기관의 숫자보다 역할과 수익, 비용을 나누는 기준이 분명할 때 지속될 수 있다. 작은 상품부터 예약과 취소, 정산의 책임을 함께 정하고 실제 운영 결과에 따라 합의를 고쳐야 다음 협업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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