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축제를 준비할 때 다회용기를 얼마나 확보할 것인지부터 묻기 쉽다. 그러나 그릇을 나눠주는 순간에는 아직 순환이 시작됐을 뿐이다. 음식을 먹은 사람이 어디에 돌려놓는지, 누가 모아 씻는지, 다음 주문 전에 깨끗한 그릇이 돌아오는지까지 이어져야 한다. 출발점은 구매 목록이 아니라 반납 이후의 일이다.
그릇이 아니라 순환하는 일을 사는 것이다
목포시는 10월 20일 다회용기 세척사업단 ‘에코워싱’의 본격 운영을 알렸다. 시 발표에 따르면 전남목포지역자활센터가 운영하는 사업단은 목포항구축제 음식부스의 다회용기 공급과 회수, 세척을 맡았다. 이 사례에서 주목할 대목은 용기의 소재보다 사용 전후의 과정을 하나의 운영으로 묶었다는 점이다.
다회용기는 한 번 더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진 물건이다. 실제로 다시 쓰이게 만드는 것은 사람과 시간, 운송과 세척이다. 그릇이 돌아오지 않거나 세척이 밀려 공급이 끊기면 좋은 취지는 상인의 영업 부담으로 바뀐다. 방문자에게 실천을 요청하면서 운영의 빈틈까지 떠넘겨서는 안 된다.
사업 예산도 이 흐름을 따라 나눠야 한다. 용기 확보비만이 아니라 수거 인력, 운반, 세척, 보관, 파손과 분실에 대한 책임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싼 그릇을 많이 확보하는 선택과 축제 내내 안정적으로 재사용하는 선택은 같은 판단이 아니다.
반납이 쉬워야 방문자의 행동이 달라진다
반납대는 행사장 배치가 끝난 뒤 남은 자리에 놓을 시설이 아니다. 음식을 먹는 곳에서 다음 공간으로 이동할 때 자연스럽게 만나는 위치여야 한다. 사람의 이동을 거슬러 한참 돌아가야 한다면 친환경 참여는 번거로운 추가 과제가 된다. 캠페인 문구를 늘리기 전에 실제 반납 경로부터 걸어볼 필요가 있다.
부안군이 3월 공고한 올해 축제장 다회용기 지원사업 용역은 회수 부스와 운영 인력, 세척 시설과 운반 차량, 수거·세척·재공급을 수행 조건에 포함했다. 이는 사업을 어떻게 요구했는지 보여주는 자료이지, 실제 운영 성과를 입증하는 자료는 아니다. 다만 발주 단계에서 용기 공급 이후의 일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방문자 안내도 행동 단위로 바꿔야 한다. 남은 음식은 어디에 버리고 용기와 수저는 어떻게 나누는지, 식사 구역 밖으로 가져가도 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어야 한다. 어린이와 고령자도 무리 없이 이용할 높이와 접근 공간을 살펴야 한다. 질서를 지키라는 요구보다 잘 돌려놓기 쉬운 조건이 먼저다.
상인의 대기와 세척 노동을 예산에 넣어야 한다
상인에게 중요한 것은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도 필요한 그릇을 받을 수 있느냐다. 행사 전체 물량이 충분해도 특정 시간과 부스에서 부족하면 운영은 멈춘다. 메뉴에 맞는 규격을 사전에 확인하고, 공급 요청을 받는 담당자와 추가 물량을 보내는 기준을 정해야 한다. 현장에서 누구에게 전화할지 모르는 체계는 준비가 끝난 체계가 아니다.
반납대에 사람이 몰리는 시간과 세척 작업이 집중되는 시간도 다르다. 운영 인력을 개막식에 맞춰 배치할 것이 아니라 식사와 퇴장 흐름에 맞춰야 한다. 휴게와 교대, 오염 용기와 세척 완료 용기의 구분, 재공급 전 확인 절차까지 업무표에 담아야 한다. 친환경이라는 말이 보이지 않는 노동을 값싸게 사용하는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지역이 세척 시설부터 새로 지을 필요도 없다. 기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지, 운송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여러 행사 일정이 겹칠 때 처리할 여력이 있는지부터 비교해야 한다. 시설 규모가 아니라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하루의 작업량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과잉 투자와 공급 불안을 함께 줄일 수 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돌아올 수요가 있는가
축제 며칠만으로 연중 운영이 저절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지역의 정기 행사와 공공시설 등에서 반복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공급처를 늘리기 전에 각 이용처의 위생 요구와 회수 주기, 운반 비용을 확인할 일이다. 지역 일자리는 장비를 들여온 날보다 안정적으로 일을 배정할 수 있을 때 가까워진다.
성과 역시 배포한 용기 수 하나로 끝내서는 안 된다. 공급한 수량 가운데 돌아온 수량, 파손과 분실, 공급 지연, 세척과 운송 비용을 함께 기록해야 한다. 일회용품 대체량과 환경 효과는 다른 지표다. 세척과 운송 조건을 따져보지 않고 탄소 감축 성과까지 단정해서는 안 된다.
첫 행사에서 드러난 문제는 다음 계약의 조건으로 남겨야 한다. 반납이 밀린 위치, 상인이 부족을 겪은 규격, 작업자가 감당하기 어려웠던 시간대를 고치는 일이 반복돼야 한다. 지원금으로 한 번 보여주는 친환경보다 지역 안에서 계속 수행할 수 있는 운영 능력이 더 오래 남는다.
친환경 축제의 수준은 무대 앞 선언보다 식사가 끝난 뒤의 질서에서 드러난다. 방문자는 편하게 돌려놓고, 상인은 영업을 이어가며, 작업자는 정당한 조건에서 다음 사용을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축제가 남겨야 할 것은 다회용기 재고가 아니라 그릇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지역의 역량이다.
칼럼니스트 소개
김용한 박사 · 엠아이넥스트·로컬넥스트·국비공모랩 대표. 지역상권·로컬관광·국비공모·스타트업 및 AI·AX 분야에서 컨설팅과 강의,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목포시, 다회용기 세척사업 ‘에코워싱’ 본격 운영 · 부안군 공고 제2026-498호, 2026년 축제장 다회용기 지원사업 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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