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오전 버스를 타고 읍내 병원에 간 주민이 진료를 마친 뒤 돌아갈 차를 오래 기다린다고 해 보자. 시장에서 장을 보고 싶어도 귀가 시간을 놓칠까 서두를 수 있다. 여행자 역시 지역에 도착한 뒤 숙소와 식당을 오갈 방법을 알지 못하면 일정을 줄인다. 지역의 매력을 설명하는 안내서에는 많은 장소가 등장하지만, 그 장소를 잇는 이동은 얼마나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가.

돌아갈 시간을 알아야 머무는 시간도 생긴다

생활인구를 늘리려는 지역은 찾아오는 길부터 알린다. 기차역까지 걸리는 시간, 고속도로 나들목과의 거리를 앞세운다. 그러나 역에 내린 뒤 마을로 들어가는 길과 저녁 식사 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불분명하다면 방문자는 차가 없을 때의 여행을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이 문제는 관광객의 편의에만 머물지 않는다. 주민이 장을 보고 약을 찾으며 이웃을 만나는 데에도 이동이 필요하다. 가까운 시설이 있어도 이용할 시간에 갈 수 없다면 생활권 안의 서비스라고 하기 어렵다. 지역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의 시간표를 놓고 교통과 시설 운영시간을 함께 살펴야 한다.

가게의 문을 오래 열자고 권하기 전에 손님과 종사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물을 필요가 있다. 야간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도 공연 종료와 마지막 교통편의 시각을 맞춰 봐야 한다. 이동의 빈틈을 그대로 둔 채 체류시간만 늘리려 하면 부담은 방문자와 운영자에게 넘어간다.

교통의 성과는 주민의 하루에서 읽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6년 2월 발표한 2025년 농촌형 교통모델 조사에는 생활의 목적이 드러난다. 택시형은 병원과 약국 등 의료시설 이용이 중심이었고, 버스형은 의료시설에 더해 장터와 마트, 관공서 등을 찾는 데 쓰였다. 차량을 이용했다는 기록 안에 진료와 장보기, 행정업무가 함께 들어 있는 셈이다.

같은 자료는 완주군의 거점 정류장 환승체계와 순창군의 노선버스·행복콜버스 환승 쿠폰 사례도 소개했다. 새로운 차량 한 종류를 더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존 교통수단 사이를 연결한 방식이다. 이를 모든 지역의 정답으로 복제하기보다, 어디에서 이동이 끊기는지 찾는 참고자료로 읽어야 한다.

성과표에는 승차 인원과 운행 횟수 옆에 이용자의 실제 변화가 들어가야 한다. 진료 뒤 얼마나 기다렸는지, 장을 본 다음 짐을 들고 환승하기 어렵지는 않은지, 예약을 포기한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용 횟수만 늘고 필요한 활동을 하지 못했다면 운영을 다시 조정할 근거가 된다.

AI 배차도 지역의 우선순위가 있어야 작동한다

농식품부는 2026년 7월 인제·진천·봉화·의령·하동 5개 군의 AI 기반 수요맞춤형 교통모델 실증 추진을 발표했다. 지역별 분석과 운영모델 설계를 거쳐 11월부터 본격 서비스를 운영할 예정이며 전화 호출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10월 현재 이 발표를 이미 입증된 운영 성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계획에는 진천의 간선·환승거점·지선 연결, 의령의 복지서비스 연계, 하동의 주민·관광객 공동 이용처럼 서로 다른 방향이 담겼다. 같은 기술을 쓰더라도 지역에서 해결할 이동 문제가 다르면 운영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배차 기술을 도입하기 전에는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이용할지부터 정해야 한다. 관광 수요가 몰리는 날에도 주민의 진료와 장보기 이동을 어떻게 보장할지, 전화 예약과 현장 안내를 누가 맡을지 논의해야 한다. 앱 설치가 어려운 사람의 요청이 빠진다면 수요 데이터만으로는 필요한 이동을 충분히 읽기 어렵다.

교통 담당자와 상인이 같은 하루를 그려야 한다

지역은 노선도와 관광지도를 따로 만드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정류장에서 시장 입구까지 걷는 길, 짐을 둘 자리, 비를 피할 공간, 가게의 휴무일을 함께 확인해 보자. 교통 담당자와 상인, 복지기관, 숙박 운영자가 하루의 동선을 함께 그리면 각자 놓친 불편을 찾을 수 있다.

모든 장소를 한꺼번에 연결할 필요는 없다. 주민의 생활 수요가 분명한 구간부터 시험하고, 방문자의 이동을 더할 수 있는 시간대를 검토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실제 운행구역과 예약 방법, 이용 대상, 마지막 귀가편은 한곳에서 찾을 수 있게 안내해야 한다. 계획 단계의 서비스를 이용 가능한 교통편처럼 홍보해서도 안 된다.

작은 시범운영 뒤에는 이용하지 못한 사람의 사정도 들어야 한다. 호출 기록에 남은 승객뿐 아니라 시간과 비용 때문에 이동을 포기한 주민까지 살펴야 다음 운행계획의 빈틈을 줄일 수 있다.

지역에 머물 이유는 풍경과 콘텐츠에서 시작할 수 있다. 그 이유를 하루의 생활로 바꾸는 데에는 이동의 연결이 필요하다. 병원을 다녀온 주민이 시장에 들르고, 저녁을 먹은 방문자가 안심하고 숙소로 돌아갈 수 있을 때 지역의 시간도 길어진다. 사람을 불러오는 정책은 돌아오는 교통편까지 책임 있게 살피는 데서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칼럼니스트 소개

김용한 박사 · 엠아이넥스트·로컬넥스트·국비공모랩 대표. 지역상권·로컬관광·국비공모·스타트업 및 AI·AX 분야에서 컨설팅과 강의,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출처: 농림축산식품부 농촌형 교통모델 2025년 이용실태 조사 · 농림축산식품부 농촌 특화 AI 기반 수요맞춤형 교통모델 실증 착수

로컬넥스트뉴스로컬넥스트뉴스 | [로컬넥스트 칼럼] ⑤ 돌아오는 교통편이 있어야 지역에 머문다지역에 머물 이유를 만들려면 주민과 방문자가 필요한 곳에 갔다가 돌아올 수 있는 교통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차량 도입이나 호출 기술의 성과를 넘어 환승과 귀가, 상점 이용까지 이어지는 하루의 변화를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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