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형상점가 교육 현장에는 익숙한 장면이 있다. 강사가 소비트렌드와 친절서비스를 설명하고, 상인들은 한동안 고개를 끄덕인다. 교육이 끝난 뒤에는 수료증과 단체사진이 남는다. 그런데 며칠 후 골목을 찾아가면 달라진 것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점포 정보는 여전히 제각각이고, 공동홍보를 맡을 사람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 장면을 상인들의 무관심으로만 설명하면 교육의 실패 원인을 놓치게 된다. 골목형상점가에 필요한 교육을 전통시장 교육의 축소판으로 다뤘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
전통시장과 골목형상점가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전통시장과 골목형상점가는 같은 법 체계 안에서 지원 대상이 될 수 있지만, 현장의 운영조건은 다르다. 전통시장은 비교적 오래된 시장의 역사와 명칭, 상인회, 공동시설, 고객 인지도가 있는 경우가 많다. 골목형상점가는 여러 업종의 점포가 생활도로와 상업공간에 흩어져 있고, 상인들의 공동 경험과 상권 정체성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곳이 많다.
현행 전통시장법은 골목형상점가를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점포가 일정 수준 밀집한 구역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한 곳으로 규정한다. 전통시장과 같은 이름을 쓰더라도 조직의 형성 정도와 공간의 결합 방식이 다르다.
전통시장 교육에서 유용했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전통시장에서는 상품 진열, 공동행사, 고객응대, 시장매니저 활용이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골목형상점가에서는 그 이전에 상인들이 무엇을 함께 해결할 것인지부터 합의해야 한다.
| 구분 | 전통시장 중심 교육 | 골목형상점가에 필요한 교육 |
|---|---|---|
| 출발점 | 이미 존재하는 시장조직과 공동시설 | 느슨한 점포 관계와 미완성 조직 |
| 주요 과제 | 점포경영, 고객응대, 공동행사 | 상인조직, 공동문제, 상권 정체성 |
| 고객전략 | 시장 방문과 재래시장 경험 강화 | 골목을 찾아올 이유와 점포 연결 |
| 실행방식 | 시장 단위 사업 운영 | 작은 공동실험과 역할 분담 |
| 교육성과 | 수료와 사업 참여 | 실제 회의, 홍보, 고객변화, 후속운영 |
골목형상점가 교육은 ‘무엇을 배웠는가’보다 ‘무엇을 함께 바꾸었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김용한 박사는 『골목형상점가 지정과 활성화의 정석』에서 지정 이후의 교육이 제도 설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지정은 온누리상품권 가맹과 각종 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출발선이다. 지정서를 받았다고 상권의 공동운영 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는 현장 인터뷰에서 골목형상점가 교육은 상인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시간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방식을 연습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 당일에 상인들이 골목의 문제를 하나 정하고, 담당자를 나누고, 일주일 안에 작은 실행을 해보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예를 들어 첫 교육에서 ‘우리 골목은 외부 고객이 점포 위치를 찾기 어렵다’는 문제를 확인했다면, 다음 단계는 강의가 아니다. 점포 위치와 영업시간을 조사하고, 사진을 통일하고, 네이버 플레이스 와 SNS에 올릴 담당자를 정해야 한다. 실행 결과를 다음 교육에서 확인해야 교육이 사업의 일부가 된다.
전통시장 교육에는 상인대학, 상인대학원, 정보통신기술 교육, 맞춤형 교육 등 다양한 과정이 활용돼 왔다. 이러한 교육체계는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경영역량을 높이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골목형상점가에는 조직이 만들어지는 단계와 공동사업을 처음 시도하는 단계에 맞춘 별도 설계가 필요하다.
상인 개인의 매출교육만으로는 골목의 고객을 만들 수 없다
골목형상점가 상인은 각자 다른 업종과 고객을 상대한다. 음식점, 미용실, 세탁소, 병원, 학원, 소매점이 한 구역에 함께 있을 수 있다. 각 점포의 매출을 높이는 교육만 진행하면 상인들은 서로의 경쟁자로 남는다.
골목을 하나의 방문 목적지로 만들려면 점포 사이의 연결을 교육해야 한다. 음식점에서 식사한 고객이 주변의 공방과 카페를 찾고, 병원을 방문한 보호자가 인근 생활서비스를 이용하는 흐름을 설계해야 한다. 상인들이 자신의 점포만 홍보하는 방식으로는 체류시간과 재방문을 키우기 어렵다.
김 박사는 『전통시장과 지역상권 활성화 지원의 역설』에서 지원사업이 상인의 자립역량으로 남지 않으면 사업비가 줄어드는 순간 활동도 멈출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교육도 같은 기준으로 봐야 한다. 강사가 좋은 내용을 전달했는지가 아니라, 상인들이 교육 이후 스스로 회의하고 실행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교육과정에는 다음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첫째, 상권의 점포·업종·고객·생활동선을 함께 읽는 기초진단이다. 둘째, 골목이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약속할지 정하는 공동브랜드 설계다. 셋째, 점포정보와 콘텐츠를 관리하는 온라인/AI 실습이다. 넷째, 행사보다 재방문을 만드는 고객 여정 설계다. 다섯째, 회의록·업무분장·성과자료를 남기는 운영교육이다.
지원사업 전후를 연결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6년도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지원사업에는 전통시장뿐 아니라 골목형상점가도 대상에 포함된다. 시장경영지원에는 상인교육과 경영자문, 시장매니저와 배송매니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제도상 참여 기회가 넓어진 만큼 교육도 지원사업 준비와 실행, 사후운영을 연결해야 한다.
공모를 앞두고 사업계획서 작성법만 가르치는 교육은 부족하다. 지원받기 전에는 상권진단과 조직화를 돕고, 사업 중에는 역할 분담과 고객실험을 진행하며, 사업 후에는 결과기록과 다음 운영계획을 세워야 한다. 세 단계가 이어질 때 교육은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상권의 운영체계가 된다.
교육 참여율만으로 성과를 판단해서도 안 된다. 회장 외에 업무를 맡는 상인이 늘었는지, 회의 결정사항이 공유되는지, 공동홍보 자료를 누가 관리하는지, 고객 반응을 다음 사업에 반영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지원사업 공고와 교육 수료증은 남았지만 상인조직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교육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셈이다.
골목형상점가 2,000개 시대에 필요한 상인교육은 상인을 교실에 앉히는 교육이 아니다. 골목의 문제를 함께 보고, 작은 약속을 실행하고, 결과를 기록하며, 다음 사람에게 업무를 넘기는 교육이다.
한 번의 강의로 상권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교육이 회의와 공동홍보, 고객조사, 온라인 정보관리로 이어지면 골목에는 이전과 다른 운영 습관이 남는다. 전통시장과 다른 골목형상점가의 경쟁력은 교육시간이 아니라 교육 이후 상인들이 함께 움직이는 장면에서 확인된다.
김용한 박사는 경영학박사이자 엠아이넥스트 대표로 로컬상권·전통시장·지역관광·국비공모 분야의 현장 컨설팅과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골목형상점가 지정과 활성화의 정석』, 『전통시장과 지역상권 활성화 지원의 역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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