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세가 실제로 줄어드는 것인가, 아닌가.”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싼 지방정부의 반발을 이해하려면 이 질문부터 정확히 풀어야 한다.
정부는 2027년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추가 세수를 활용해 약 162조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고, 이 가운데 약 45조원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등 미래투자에 쓰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문제는 이 기금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방교부세를 계산하는 ‘내국세의 범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내국세 19.24%가 지방 몫인데, 계산하기 전에 기금을 먼저 뗀다
현재 보통·특별교부세의 기본 재원은 지방재정 배부대상 내국세의 19.24%다. 지방교부세는 사용처가 정해진 국고보조금과 달리 지자체가 지역 사정에 맞게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일반재원이다. 재정력이 약한 지역에 더 많이 배분해 지역 간 격차를 조정하는 기능도 한다.
정부 개편안에서는 내국세 가운데 일정한 추세치를 넘어선 추가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먼저 출연하고, 그 금액을 제외한 내국세를 기준으로 19.24%를 계산한다.
지자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존 산식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지방 몫이 될 수 있었던 추가 세수 일부가 지방교부세 계산 전에 미래대응기금으로 이동한다. 내년 기준 기존 방식과 비교한 교부세 차이는 약 30조50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 말대로 교부세 총액은 실제로 늘어난다
여기서 ‘30조5000억원 삭감’이라고만 표현하면 사실을 절반만 설명하게 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7년 지방교부세 총액은 77조2000억원으로 2026년 본예산 69조4000억원보다 7조8000억원, 11.3% 늘어날 전망이다. 미래대응기금 전입의 영향을 직접 받는 정률교부세도 전년보다 6조1000억원 증가한다.
정부는 여기에 미래대응기금 지방계정을 통해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방미래성장지원금’ 3조5000억원과 지방비 매칭이 없는 국민생활편의 복합센터 1조5000억원 등 5조원의 추가 지방재원도 지원하겠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내년에 지자체가 받는 지방교부세가 올해보다 30조5000억원 줄어든다”는 주장은 정확하지 않다.
더 정확한 표현은 “기존 산식을 유지했을 때 받을 수 있었던 교부세보다 약 30조5000억원 적게 산정될 가능성이 있다”다.
지자체가 화나는 이유는 ‘금액’보다 ‘돈의 성격’이다
그런데도 지방의 반발은 상당히 거세다.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지방교부세법 개정안 의견조회에서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와 전국 63개 지자체가 우려 또는 반대 입장을 냈다.
지방의 주장은 단순하다.
교부세로 내려오면 지자체가 주민 수요에 따라 복지, 도로, 농업, 소상공인, 상권, 문화사업 등에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미래대응기금으로 먼저 가져간 뒤 지방계정이나 개별 사업을 통해 다시 내려보내면 돈의 사용방식과 사업 선정에서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방에서 보기에는 ‘내 돈 10원을 받는 것’과 ‘중앙정부가 10원을 걷어갔다가 필요한 사업을 골라 다시 주는 것’은 같은 10원이 아니다.
이번 갈등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세수가 부족하면 같이 줄고, 많이 걷히면 중앙이 가져간다?”
또 하나의 반발 이유는 위험부담의 비대칭성이다.
경기도는 정부 의견조회에서 세수가 예상보다 부족하면 교부세 감소분을 지방도 함께 부담하면서,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걷히면 추세치를 넘는 부분을 교부세 산정에서 빼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도 비슷한 이유로 지방의 재정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3~2024년 세수결손 당시 지방정부는 이미 교부세 감소 충격을 경험했다. 정부 역시 당시 대규모 세수 부족으로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 감액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지방의 시각에서는 세수가 나쁠 때 손실은 함께 부담하면서 세수가 좋을 때 증가분은 충분히 공유하지 못하는 구조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재정이 약한 지역일수록 더 민감하다
교부세 의존도가 높은 지방은 체감하는 위기감이 더 크다.
경북은 기존 산식과 비교할 경우 보통교부세 감소 영향이 약 4조5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자체 추산했고, 이철우 경북지사는 미래투자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지방의 자주재원을 줄여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옥천군의회도 교부세가 줄 경우 복지와 농업, 소상공인 지원 등 주민 생활과 직접 맞닿은 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며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런 지역에서는 지방교부세가 단순한 보조금이 아니다. 자체 세입만으로 기본 행정서비스를 감당하기 어려운 지방정부의 살림을 지탱하는 재원이다.
정부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정부도 이유 없이 제도를 바꾸려는 것은 아니다.
법인세와 같은 국세가 경기 상황에 따라 크게 출렁이면서 지방교부세도 급증과 급감을 반복해 왔다. 행안부는 2005년 이후 교부세가 전년보다 10% 이상 크게 증가한 경우가 10차례, 크게 감소한 경우도 6차례 있었다고 설명한다.
정부는 호황기에 늘어난 세수 일부를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해 두었다가 경기 악화나 세수 부족 때 활용하면 지방재정도 오히려 안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논리는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하지만 재정안정화가 필요하다는 것과 지방의 자주재원을 중앙정부 기금으로 바꾸는 것이 같은 문제는 아니다.
‘얼마를 다시 주느냐’보다 ‘지방이 결정할 권리’를 봐야 한다
이번 논쟁을 단순히 “정부가 지방 돈 30조원을 빼앗는다”거나 반대로 “교부세가 11.3% 늘어나니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친다.
지방정부가 반발하는 이유는 총액만이 아니다.
법정 산식에 따라 자동으로 내려오던 자주재원의 일부를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기금으로 바꾼 뒤 다시 배분하는 구조가 지방분권의 방향과 맞느냐는 문제다.
정부가 미래대응기금을 추진하려면 이 질문에 더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
기금으로 전환되는 지방 몫의 상한을 둘 것인지, 지방계정 가운데 실제 자율재원의 비중을 얼마나 보장할 것인지, 세수 감소기에는 지방의 손실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도 법률에 명확하게 담을 필요가 있다.
미래를 위한 기금은 필요하다.
하지만 지역의 미래를 설계할 돈까지 중앙에서 먼저 거둬 다시 나눠주는 방식이라면 지방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미래대응기금 논쟁이 묻는 것은 30조5000억원이라는 숫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투자를 누가 결정할 것인가. 중앙정부인가, 아니면 지역의 미래를 가장 가까이에서 책임지는 지방정부인가.
지금 국회가 따져야 할 질문도 바로 그 지점에 있을 것이다.
기자 소개|김용한
김용한 기자는 경영학 박사이자 경영컨설턴트로, 20년 이상 지자체·공공기관의 국비공모사업 발굴과 정책기획, 사업계획서 작성, 역량강화 교육과 컨설팅을 수행해 왔다. 특히 정부예산과 공모사업의 구조를 지역 현장의 문제와 연결해 실행 가능한 사업으로 설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엠아이넥스트와 국비공모랩의 대표로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국비공모사업 이해와 접근전략, 미래대응기금 접근전략 등에 대한 활발한 강의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misiceo@naver.com
저작권자 © 로컬넥스트뉴스(LOCALNEXT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로컬넥스트뉴스 이슈] 미래대응기금 162조 만든다는데 지자체는 왜 반발하나…“지방교부세 30.5조가 사라진다?”](/api/uploads/articles%2F48947406-e2f8-45c7-865d-395ecb1b081e.jpg)

로컬넥스트뉴스
![[국비공모·정책 이슈] 지역사회보장계획 우수 44곳, 지자체는 사업 수보다 계획·실행·성과의 연결을 증명해야 한다](/api/uploads/daily-issues%2Fpolicy%2F2026-10-31%2F43113880-60cf-45ce-b65c-2fb57b68c31d.png)
![[국비공모·정책 이슈] 2분기 생활인구, 5월 상반기 최대…지자체는 방문객 수보다 체류의 이유와 소비 경로를 읽어야 한다](/api/uploads/daily-issues%2Fpolicy%2F2026-10-30%2F046fe2ba-2ec2-4326-a9f3-ca802e1a8b98.png)
![[국비공모·정책 이슈] 2027 물순환 촉진구역 2곳 공모, 지자체는 시설 목록보다 물 문제의 연결을 증명해야 한다](/api/uploads/daily-issues%2Fpolicy%2F2026-10-29%2F89076954-6129-432d-982f-821b79c2e0b4.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