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재원이 등장할 때 지자체가 먼저 경계해야 할 것은 기대가 검토를 앞지르는 일이다. 지원 규모가 크다는 소식이 들리면 그동안 추진하지 못했던 사업을 다시 꺼내게 된다. 청년공간, 관광거점, 산업지원시설, 정주환경 개선사업이 후보 목록에 오른다. 그러나 신청할 사업이 많다는 사실과 투자할 만한 사업이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은 다르다.
정부가 9월 1일 공개한 2027년도 예산안에는 미래대응기금 162조3,000억 원을 조성하고,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 분야에 사업비 45조4,000억 원을 투자하는 계획이 담겼다. 기금 조성액 전체가 지자체 대상 공모재원으로 풀리는 구조는 아니다. 지자체는 각 부처의 세부사업과 지원방식을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10월 4일 보도된 국회 전문위원 검토 내용은 이 기대에 중요한 점검 과제를 더했다. 미래대응기금의 주요항목별 지출 변경 한도, 세수에 의존하는 재원의 지속성, 사업선정 기준의 구체성에 대한 우려다. 이는 확정된 제도의 운영 결과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국회 심사 중인 법률안에 대한 검토다.
나는 이번 논의를 지역사업의 준비 수준을 다시 살피라는 신호로 읽는다. 정부가 재원을 얼마나 마련하는지와 별개로, 지자체는 지원이 줄거나 교부가 늦어져도 사업을 유지할 수 있는지 답해야 한다. 기금의 이름보다 사업의 약점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
● 13조6,000억 원을 새로운 공모재원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변경 한도 논란에서는 숫자의 성격부터 정확히 봐야 한다. 정부안은 미래대응기금의 주요항목별 지출금액을 30% 범위에서 자체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도에 나온 약 13조6,000억 원은 사업비 45조4,000억 원에 30%를 단순 적용한 규모다. 별도로 조성한 추가재원도, 지자체가 신청할 수 있는 공모예산도 아니다.
국회 전문위원이 지적한 문제는 변경 가능한 비율과 금액이 커질수록 사전 심의의 실효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른 사업성 기금에 적용되는 20%보다 높은 한도를 인정할 이유와 통제장치가 충분한지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이 비율을 근거로 기금 전체의 쓰임새를 제한 없이 바꿀 수 있다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설명도 함께 봐야 판단이 균형을 갖는다. 기획예산처는 10월 4일 설명자료에서 기금운용계획은 국회의 사전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한다고 밝혔다. 자체 변경으로 국회가 삭감한 사업을 증액하거나 신규사업의 주요항목을 신설할 수 없다는 제한도 설명했다.
지자체가 여기서 얻어야 할 실무적 판단은 분명하다. 예산안에 담겼다는 사실만으로 지원 규모와 일정이 고정됐다고 전제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에서 확정한 기금운용계획, 부처별 사업지침, 실제 교부조건을 단계별로 확인해야 한다. 준비 중인 사업에도 어떤 조건까지 확인됐는지 표시해야 과도한 기대가 내부 의사결정을 앞서지 않는다.
● 변동하는 세입으로 계속사업을 운영할 때의 부담을 따져야 한다
재원 지속성 논의는 지자체가 특히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래대응기금은 내국세의 장기 추세를 웃도는 추가세수 등을 주요 재원으로 삼는다. 산업경기와 세입 여건에 따라 들어오는 돈이 달라질 수 있지만, 이미 시작한 사업의 지출은 같은 속도로 줄이기 어렵다. 국회 검토에서도 중장기 재원 확보 가능성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역에서는 이 문제가 시설 준공 뒤 운영비로 나타날 수 있다. 국비를 받아 건물을 짓더라도 인건비, 유지보수비, 프로그램비는 매년 필요하다. 시설 조성에 필요한 지방비만 계산하면 사업의 실제 부담이 가려진다. 지원 종료 이후에 지방재정이 감당해야 할 금액을 사업 초기부터 따져야 한다.
청년창업 거점을 구상한다면 입주공간과 장비 구입비만 적어서는 부족하다. 창업기업을 발굴하고 판로를 연결할 사람, 시설을 관리할 조직, 입주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후속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이용료 수입을 예상했다면 실제 입주 수요와 납부 가능성으로 검증해야 한다. 빈 공간을 줄이기 위해 만든 시설이 또 하나의 운영 부담이 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지원 축소와 교부 지연을 가정한 검토도 필요하다. 이는 기금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아니라 사업의 대응력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지원이 늦어졌을 때 먼저 추진할 활동과 보류할 공사를 나누고, 재원이 부족해졌을 때도 유지해야 할 서비스를 정해야 한다. 조정 가능한 사업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택할 여지가 남는다.
● 미래투자는 사업 이름보다 ‘추가로 생기는 변화’로 설명해야 한다
사업선정 기준에 대한 논의는 지역사업의 차별성을 더 엄격하게 검토할 이유가 된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제시한 넥스트(NEXT) 원칙은 자본 축적, 과감한 투자, 탄력적 집행, 시급성이다. 국회 전문위원은 이 원칙과 구체적인 선정 기준이 법률안에 충분히 담겼는지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향후 지자체 공모의 확정된 평가항목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내가 사업기획에서 먼저 확인할 것은 새 재원이 투입됐을 때 기존 사업보다 무엇이 더 달라지는가다. 이미 다른 예산으로 지원하는 시설과 프로그램을 새 이름으로 묶었다면 추가 투자의 이유가 약하다. 재원이 바뀌었다는 사실만으로 주민이 받을 서비스나 지역기업의 경쟁력이 개선되지는 않는다.
기존 사업과의 관계는 기능별로 나눠 설명해야 한다.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사업,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 부처별 산업·창업 지원사업을 함께 검토해 같은 대상과 활동을 겹쳐 지원하는지 살펴야 한다. 국회 검토에서도 청년·성장동력·지방 계정과 기존 재정사업의 지원영역이 중복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예를 들어 이미 관광안내시설이 있다면 새 거점을 짓기 전에 기존 시설이 충분히 이용되지 않는 이유부터 찾아야 한다. 관광객의 이동정보가 부족한지, 숙박과 체험 예약이 연결되지 않는지, 지역상권으로 이어지는 동선이 끊겼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새로운 투자는 기존 사업이 해결하지 못한 지점에 쓰여야 한다. 이 판단이 있어야 여러 재원을 연결해도 사업의 경계와 책임이 분명해진다.
● 이월이 가능하다는 사실과 집행 준비가 됐다는 사실은 다르다
이월 특례는 지역개발사업에 필요한 여유를 줄 수 있다. 주민협의와 토지보상, 영향평가에는 시간이 걸린다. 한 해 안에 모든 절차를 끝내기 어려운 사업에 일정한 이월을 허용하면 무리한 연말 집행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이월 가능성을 준비 부족의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 대목은 국회 검토와 정부 설명을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보도에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이월 규정이 연속 적용될 때 집행이 장기간 늦어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정부는 실제 집행에서 재이월까지만 허용하고, 사업기간 최대 3년으로 운용하겠다는 취지를 설명했다. 장기간 이월이 확정된 권한인 것처럼 사업일정을 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
지자체는 이월 규정을 확인하기 전에 사업이 늦어질 원인부터 찾아야 한다. 부지 사용권은 확보됐는지, 토지보상 협의는 어느 단계인지, 설계에 필요한 조건은 정리됐는지 살펴야 한다. 관계 부서의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면 완료 시점과 책임자를 정해야 한다. 일정표에 ‘협의 추진’이라고 쓰는 것과 실제 협의를 마친 것은 전혀 다른 준비 수준이다.
기획 단계에서 지연 원인을 줄일수록 확보한 재원이 주민에게 빨리 도달한다. 국비를 받았다는 보도자료보다 시설과 서비스가 실제로 운영되는 시점이 지역에는 더 중요하다.
● 후보사업 목록에 재정 부담과 변경 가능성을 함께 기록해야 한다
2027년 준비회의에서는 사업명과 예상 국비만 적힌 목록을 보완해야 한다. 신청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찾는 동시에, 선정 이후 지방재정과 조직이 감당할 수 있는 사업인지 확인해야 한다. 기획부서, 예산부서, 실행부서가 서로 다른 질문을 던져야 검토의 빈틈이 줄어든다.
다음 표는 정부의 공식 평가기준이 아니라 지자체가 후보사업을 검토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실무 기준이다.
| 검토할 조건 | 확인할 자료 | 결정해야 할 내용 |
|---|---|---|
| 지원조건의 확정 정도 | 예산안·확정 예산·부처 지침의 차이 | 준비를 진행할 범위와 추가 확인사항 |
| 기존 사업과의 관계 | 대상·공간·활동·예산의 비교 | 통합할 사업과 별도로 추진할 기능 |
| 선정 이후 재정부담 | 지방비와 연도별 운영·유지비 추계 | 지방재정이 감당할 규모 |
| 지원 축소·교부 지연 | 단계별 활동과 필수 서비스 목록 | 유지·축소·보류할 사업 범위 |
| 실제 집행 준비 | 부지·인허가·협의 진행상황 | 착수 시점과 지연 대응 책임자 |
표를 채우는 과정에서 사업이 축소되거나 보류돼도 준비의 실패로 볼 필요가 없다.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는 시설을 미리 걸러내는 것은 지역재정을 지키는 판단이다. 서로 겹치는 사업을 통합하는 것도 성과다. 후보사업의 개수보다 검토를 통과한 사업의 실행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성과지표도 사업의 투자 이유와 맞물려야 한다. 관광거점을 조성한다면 준공 여부와 방문객 수에 머물지 않고 숙박 이용, 지역 내 소비, 연계기업의 거래 증가를 살펴야 한다. 청년사업은 참여 인원과 함께 취업·창업 유지, 지역 정착 등 사업 목적에 맞는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 무엇을 측정할지 정하면 누구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도 더 선명해진다.
● 제도가 논의되는 동안 지역은 실행 가능한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
입법 논의가 진행된다는 이유로 준비를 멈출 필요는 없다. 지역의 수요를 조사하고 기존 사업의 한계를 확인하며 운영 주체와 재정부담을 검토하는 일은 세부 지침이 나오기 전에도 할 수 있다. 공고가 발표되면 이 자료를 바탕으로 사업범위와 예산을 조정하면 된다.
지자체의 목소리도 구체적인 자료를 갖춰야 힘을 얻는다. 지원을 늘려 달라는 요청과 함께 어떤 지역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주민이 언제부터 이용할 수 있는지, 기존 재원으로 채우지 못한 부분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교부와 집행, 지방비 부담의 현실을 설명할 수 있어야 제도 설계 논의에도 실무적인 의견을 낼 수 있다.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싼 논의는 지역사업에 재정의 책임을 더 분명하게 묻고 있다. 기금 규모에 기대어 사업을 키우기 전에 지원조건이 달라져도 추진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국비 확보의 성과는 선정 금액에서 끝나지 않는다. 주민이 이용할 서비스를 제때 시작하고, 지원이 끝난 뒤에도 운영할 준비까지 갖춰야 한다.
[필자 소개] 김용한 박사 / 엠아이넥스트·국비공모랩 대표
국비공모, 지역상권, 로컬관광, 도시재생, 생활인구 전략 분야에서 지자체와 공공기관 대상 연구용역, 컨설팅, 강의, 평가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국비공모사업 기획과 제안서 전략, 발표평가 대응, 선정 이후 실행관리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이어가고 있다. 『국비공모사업 이렇게 준비하라!』, 『AI 활용, 국비공모 사업계획서 작성 바이블』, 『국비공모 프레젠테이션과 질의응답의 기술』 등을 출간했다. 서울특별시·광주광역시·전북특별자치도 인재개발원을 비롯해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국비공모 관련 강의와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misi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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