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국비사업을 준비하는 지자체 사이에서 ‘미래대응기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기금이 만들어지면 어떤 사업을 지원하는지, 우리 지역은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별도의 공모가 나오는지부터 궁금해한다. 예산이 부족한 지역의 처지에서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미래대응기금은 특정 지역개발사업에 예산을 나눠주는 일반적인 공모사업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걷힐 때 재원을 적립하고, 미래 전략 분야에 투자하거나 세입 여건이 나빠졌을 때 지방재정을 지원하기 위한 장치다. 2026년 10월 현재 관련 제도는 입법과 구체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따라서 지자체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공고를 예상해 사업계획서를 서둘러 쓰는 일이 아니다. 제도의 취지와 정부의 투자 방향을 읽고, 어떤 지원방식이 마련되더라도 꺼내 쓸 수 있는 지역의 미래과제를 준비하는 일이다. 정책의 이름에 먼저 반응하면 사업을 급조하게 된다. 지역의 문제와 성장 가능성을 먼저 정리해 둔 지자체는 제도가 구체화된 뒤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 미래대응기금을 기존 국비공모와 같은 방식으로 보면 안 된다
국비공모 담당자는 새로운 기금이라는 말을 들으면 공고 시기와 신청 규모부터 찾는다. 그러나 기금이 조성된다고 해서 모든 재원이 지자체 대상 공모로 배분되는 것은 아니다. 중앙정부 직접사업, 지방재정 지원, 출자·융자, 정책사업 연계 등 여러 방식으로 운용될 수 있다. 지원 대상과 배분 기준도 법률과 시행방안이 마련되어야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미래대응기금은 지방교부세와도 연결되어 있어 지방정부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정부는 내국세 수입이 장기 추세를 웃돌 때 일부 재원을 적립하고, 세입 여건이 크게 나빠지면 지방정부를 추가로 지원하는 안정화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이는 2023년과 2024년의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줄어든 경험을 반영한 구상이다.
여기에는 두 개의 관점이 함께 존재한다. 정부는 미래를 위한 전략적 투자와 지방재정의 충격 완화를 강조한다. 지방정부는 보통교부세로 받을 재원의 일부가 기금으로 이동하면서 재정 자율성이 낮아질 가능성을 걱정한다. 어느 한쪽의 설명만 듣고 판단하기 어렵다. 지자체는 기금의 조성 방식, 지방 배분 규모, 사용 자율성, 지원 조건, 기존 교부세와의 관계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얼마를 받을 것인가’보다 먼저 따져야 할 질문이 있다. 이 기금이 지방정부의 재정 부족을 보완하는 장치인지, 국가 전략 분야에 투자하는 재원인지, 두 기능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지다. 이 구분이 선명해져야 지역이 준비할 사업의 성격도 정할 수 있다.
● 정책 이름보다 정부가 돈을 쓰려는 방향을 읽어야 한다
2027년 국비사업은 미래대응기금 하나만 떼어 준비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경제성장전략과 부처별 업무계획,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함께 봐야 한다. 인공지능 전환, 첨단산업, 연구개발, 탄소중립, 인구위기, 지역균형성장, 지역관광, 소상공인 생산성 향상처럼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5극 3특을 중심으로 초광역권의 전략산업을 지원하고, 규제·금융·인재·재정을 묶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지역관광도 개별 시설이나 일회성 행사보다 방문과 이동, 숙박, 음식, 체험을 연결하는 패키지형 지원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변화는 지자체에 꽤 까다로운 과제를 던진다. 사업 한두 개를 나열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산업과 인재, 정주와 생활서비스, 관광과 상권처럼 서로 떨어져 있던 정책을 하나의 지역문제 안에서 연결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청년 유출을 해결하겠다며 창업공간만 조성해서는 설득력이 약하다. 지역기업의 인력 수요, 교육기관의 인재 양성, 주거와 교통, 청년이 이용할 생활서비스, 지역에 머문 뒤 성장할 경로가 함께 보여야 한다. 체류형 관광을 내세우면서 관광시설 하나를 짓는 방식도 같은 한계를 가진다. 관광객의 이동과 소비, 주민의 소득, 운영기업의 성장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제시해야 한다.
미래에 투자한다는 표현은 넓고 매력적이다. 그래서 더 구체적인 사업이 필요하다. 우리 지역에서 누구의 어떤 문제가 달라지는지 설명하지 못하면 ‘미래’는 사업명 앞에 붙인 수식어에 머문다.
● 지역 현안을 ‘투자할 만한 미래과제’로 바꿔야 한다
현장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빈 점포가 늘고, 청년은 떠나며, 농촌은 일손이 부족하고, 관광객은 와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문제를 적는 것만으로 국비사업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정부가 재원을 투입했을 때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까지 보여줘야 한다.
지자체는 지역 현안을 다음 네 가지 질문으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준비 영역 | 지자체가 확인할 질문 |
|---|---|
| 정책 적합성 | 정부의 미래 투자 방향과 지역의 문제가 어디에서 만나는가 |
| 지역 차별성 | 다른 지역이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자원과 산업 기반이 있는가 |
| 실행 가능성 | 부지, 인허가, 지방비, 전담조직과 협력 주체가 준비되어 있는가 |
| 성과 지속성 | 지원이 끝난 뒤 누가 운영하고 어떤 재원으로 유지할 것인가 |
가령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사실만 제시해서는 부족하다. 지역의 의료·돌봄 인력과 디지털 기술, 유휴시설, 사회적경제 조직을 연결해 주민이 체감할 서비스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농촌 소멸에 대응한다면 귀농교육 프로그램을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마트농업과 청년 일자리, 주거, 판로를 묶어 정착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상권과 관광 분야도 투자 논리를 바꿔야 한다. 낡은 거리를 정비하겠다는 계획보다 생활인구가 어느 경로로 들어와 어디에서 머물고 무엇을 소비하는지를 보여주는 편이 강하다. 시설의 새로움보다 사람과 소비가 움직이는 구조가 평가자의 판단을 끌어낸다.
● 2027년을 준비한다면 지금 ‘사업 후보군’을 만들어야 한다
제도의 세부 내용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면 준비 시간이 부족해진다. 그렇다고 확인되지 않은 지원조건을 전제로 예산과 시설 규모부터 정해서도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성된 신청서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사업 후보군이다.
먼저 부서별로 흩어진 지역 현안을 모아야 한다. 기존 중장기계획과 용역보고서, 주민 제안, 민원, 통계자료를 검토하면 같은 문제가 여러 부서에서 다른 이름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청년 문제를 일자리 부서만 맡고, 관광객 체류 문제를 관광 부서만 다루면 사업의 폭이 좁아진다.
다음으로 후보사업마다 한 장짜리 준비카드를 만들 필요가 있다. 해결할 지역문제, 정책 연계, 목표 대상, 사업공간, 참여기관, 지방비, 사전절차, 예상 성과와 위험요인을 담으면 된다. 이 문서는 사업계획서의 축소판이 아니다. 사업을 계속 준비할지, 보완할지, 보류할지를 판단하기 위한 내부 검토자료다.
부단체장이나 기획부서가 주관하는 협업회의도 필요하다. 미래대응 과제는 한 부서가 홀로 완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부서가 기업 수요를 확인하고, 인구부서가 정주 조건을 살피며, 관광과 상권부서가 생활인구와 소비 연결을 설계해야 한다. 예산부서는 지방비와 중기재정계획을 검토하고, 사업부서는 부지와 인허가 일정을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의 역할도 분명히 해야 한다. 전문가는 정부 정책을 해석하고 사업논리의 빈틈을 찾아줄 수 있다. 그러나 지역의 데이터를 모으고 부서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실행 책임을 지는 일은 지자체가 맡아야 한다. 지역이 비어 있는 사업계획서는 전문가가 문장을 다듬어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 지방소멸대응기금과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미래대응기금’과 ‘지방소멸대응기금’은 명칭이 비슷하지만 같은 제도가 아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감소지역과 관심지역의 대응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2022년부터 매년 1조 원 규모로 운용되어 왔다. 2027년부터는 시설 조성에 치우친 사업을 줄이고 인구 유입과 주민 체감 성과가 큰 사업에 집중하도록 평가·배분체계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두 제도를 섞으면 준비 방향이 흐려진다. 미래대응기금은 재정 안정과 미래 전략투자를 위한 새로운 구상이며,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감소 대응을 위한 기존 지방지원 재원이다. 다만 지자체 입장에서는 두 제도의 방향을 따로만 볼 수도 없다. 인구감소 대응사업이 정부의 미래 투자 분야, 지역산업, 생활인구, 정주환경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함께 검토해야 재원 간 중복을 피하고 사업의 확장성을 높일 수 있다.
2027년 국비공모를 준비하는 지자체가 기억해야 할 것은 새로운 기금의 이름이 아니다. 제도가 만들어지는 동안 정부가 왜 재정 운용방식을 바꾸려 하는지 읽고, 그 흐름 속에서 우리 지역이 내놓을 미래과제를 준비하는 일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배분액을 놓고 기대부터 키우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법제화와 세부 운용계획을 계속 확인하면서 지역문제, 정책 연계, 실행 주체와 성과 구조를 먼저 갖춰야 한다. 공고가 나온 뒤 사업명을 붙이는 지자체보다, 지금 지역의 다음 5년을 설계하는 지자체가 2027년의 기회를 먼저 잡는다.
[필자 소개] 김용한 박사 / 엠아이넥스트·국비공모랩 대표
국비공모, 지역상권, 로컬관광, 도시재생, 생활인구 전략 분야에서 지자체와 공공기관 대상 연구용역, 컨설팅, 강의, 평가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국비공모사업 기획과 제안서 전략, 발표평가 대응, 선정 이후 실행관리 분야에서 현장 중심의 컨설팅을 이어가고 있다. 『국비공모사업 이렇게 준비하라!』, 『AI 활용, 국비공모 사업계획서 작성 바이블』, 『국비공모 프레젠테이션과 질의응답의 기술』 등을 출간했다. 서울특별시·광주광역시·전북특별자치도 인재개발원을 비롯해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국비공모 관련 강의와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misi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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