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사람을 남기는 정책은 대개 새로 들어올 사람을 향한다. 주택을 마련하고 일자리를 알리며 전입을 권한다. 그러나 이미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 몸이 불편해졌을 때도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지는 덜 묻는다. 익숙한 집이 있어도 식사와 이동, 돌봄이 끊기면 거주를 지속하기 어렵다. 정주 전략에는 들어오는 길뿐 아니라 떠나지 않아도 되는 조건이 필요하다.
돌봄은 복지사업이면서 지역의 생활 기반이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3월 27일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전국에서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거주지에서 의료·요양·돌봄을 통합적으로 연계하는 제도다. 현재 복지부 전용 누리집도 신청, 조사·종합판정, 개인별 지원계획, 서비스 제공, 모니터링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안내한다. 제도 시행과 지역마다 필요한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되는 상태는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통합돌봄을 복지부서의 업무로만 바라보면 지역정책과의 연결이 약해진다. 집에서 생활할 수 있느냐는 주거환경과 이동, 가족의 시간, 가까운 생활서비스가 함께 결정한다. 사람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를 일자리 부족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까닭이다. 돌봄의 연속성은 주민을 붙잡는 수단 이전에, 주민이 자신의 생활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기반이다.
연결했다는 기록과 도움이 도착한 시간은 다르다
복지부가 7월 2일 발표한 시행 100일 자료는 6월 26일 기준 3만7,304명에게 서비스가 연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자료는 인구감소지역과 의료취약지의 자원 부족, 방문 신청의 불편, 담당 인력의 업무 부담도 함께 짚었다. 이 수치는 당시 운영 실적이지 11월 현재의 누적 실적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초기 성과 옆에 드러난 연결의 어려움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다.
기관 명단을 많이 확보했다고 주민의 하루가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담당자가 의뢰서를 보냈어도 제공기관이 언제 방문하는지 정해지지 않았다면 생활의 공백은 남는다. 이를테면 퇴원 뒤 식사를 준비하기 어려운 주민을 가정해 보자. 상담과 서비스 배정이 각각 완료돼도 첫 지원이 시작되기 전 며칠을 누가 살필지 빠져 있다면, 행정의 완료와 주민의 해결은 서로 다른 시점에 도착한다.
따라서 인계의 기준을 발송에서 확인으로 옮겨야 한다. 누가 의뢰를 받았는지, 실제 시작일은 언제인지, 수용이 어려우면 누구에게 돌아오는지를 정해야 한다. 모든 기관이 모든 일을 책임질 수는 없다. 다만 어느 단계에서도 책임의 다음 주인이 사라지지 않게 하는 일은 공동으로 설계할 수 있다.
읍면동의 빈 시간부터 지역계획에 담아야 한다
지자체가 먼저 만들 것은 홍보용 서비스 목록보다 생활권별 공백 지도다. 읍면동마다 필요한 지원과 실제 제공 가능한 시간, 이동 거리, 대기 상황을 함께 놓아야 한다. 기관 주소가 가까워도 방문할 인력이 없으면 가깝다고 보기 어렵다. 평균 제공량이 충분해 보여도 특정 마을과 시간대가 비어 있을 수 있다. 총량보다 누가 언제 이용하지 못하는지에서 우선순위를 찾아야 한다.
다음은 인계 규칙을 작게 시험하는 일이다. 퇴원 뒤 일상 복귀처럼 연결이 중요한 구간을 정하고, 담당 연락 창구와 수용 여부 회신, 지연 시 대체 경로를 확인한다. 회의를 몇 번 열었는지보다 연락이 끊긴 지점이 줄었는지를 보아야 한다. 이는 모든 지역에 같은 서비스와 처리시간을 강요하자는 뜻이 아니다. 지역의 공급 여건을 드러내고 감당할 수 있는 약속을 명확히 하자는 제안이다.
지역의 식사 제공 조직이나 이동 지원 주체와 협력할 때도 선의만 기대해서는 오래가기 어렵다. 업무 범위와 비용, 제공 기준, 종사자의 부담을 검토해야 한다. 생활서비스의 협력과 전문적인 의료·요양 업무는 구분하고 각각 필요한 자격과 절차를 따라야 한다. 주민 정보를 지역 관계자에게 넓게 나누는 방식도 경계해야 한다. 필요한 정보만 적법한 절차와 권한 안에서 다루는 원칙은 연결의 속도보다 뒤로 밀릴 수 없다.
성과표에는 해결하지 못한 필요도 남겨야 한다
연계 건수만 성과로 삼으면 지원하기 쉬운 수요부터 채우는 판단이 생길 수 있다. 실제 지원 시작까지 걸린 시간, 중단된 이유, 아직 충족되지 않은 필요를 함께 기록해야 한다. 이용자의 상태와 가족의 사정이 달라졌을 때 계획을 다시 조정하는지도 중요하다. 숫자가 늘었다는 사실보다 생활의 끊김이 줄었는지를 확인하는 평가가 필요하다.
돌봄 이용이 적은 지역을 곧바로 수요가 적은 지역으로 읽어서도 안 된다. 신청 방법을 모르거나 이동이 어렵거나 공급이 부족한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적이 낮은 생활권에서는 홍보, 접근, 제공 역량 중 무엇이 막혔는지 먼저 나눠 보아야 한다. 원인이 다른 곳에 같은 사업을 추가하면 예산은 늘어도 주민의 불편은 그대로 남는다.
지역의 지속가능성은 새 주민을 몇 명 유치했는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오래 살아온 사람이 생활의 어려움을 겪어도 익숙한 관계 안에서 다음 날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살던 곳에 남을 수 있다는 신뢰는 제도 이름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끊기지 않는 연결에서 만들어진다.
칼럼니스트 소개
김용한 박사 · 엠아이넥스트·로컬넥스트·국비공모랩 대표. 지역상권·로컬관광·국비공모·스타트업 및 AI·AX 분야에서 컨설팅과 강의,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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