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농산물을 가공해 판매하는 사업에는 두 가지 장부가 필요하다. 하나는 주문과 비용을 기록하는 장부이고 다른 하나는 주민이 어떤 결정을 함께 내렸는지 남기는 기록이다. 어느 하나만으로 마을기업의 지속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행정안전부가 11월 2일 공개한 중앙마을기업육성·지원위원회 첫 회의 소식은 이 과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법률에 기반한 정책 체계가 출범한 만큼 지자체도 지정 기업의 숫자와 함께 주민 참여와 사업 운영이 어떻게 결합하는지 살펴야 한다.

지정 결과와 내년도 정책 초안은 다른 단계다

행안부는 10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중앙위원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지정된 하반기 마을기업은 신규 20개, 재지정 9개, 고도화 4개로 총 33개다. 발표자료는 단계별 사업비 지원과 함께 향후 우수기업을 육성할 ‘스타 마을기업’ 제도 도입 계획도 설명했다. 지금의 지정 결과와 앞으로 도입할 제도를 같은 확정 혜택으로 안내해서는 안 된다.

회의에서는 2027~2031년 적용을 위한 첫 육성·지원 기본계획 초안을 검토했다. 지원체계,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 지역문제 해결 역량 등이 논의됐다. 초안에 대한 논의가 곧 내년도 모든 사업의 모집조건 확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역에서 신청을 준비한다면 해당 공고의 대상, 접수기간, 요건과 지원조건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올해 8월 15일부터 시행된 마을기업법 시행령도 역할을 나눠 두고 있다. 제22조는 시·도와 시·군·구에 공고, 서류 접수, 요건 검토, 현장 확인 등 관련 권한을 위임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중앙 발표만 기다리기보다 관할 지자체의 공식 절차를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역 담당자는 안내 창구와 심사 권한의 범위를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공동체의 참여를 대표자의 열정으로 대신할 수 없다

마을기업은 지역주민이 지역자원을 활용해 소득과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다. 지역에서 생산했다는 사실만으로 주민의 공동 참여가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자의 개인 영업력에 주문이 집중되고 주민은 행사 때만 참여한다면 사업의 지속성과 공동체의 지속성이 따로 움직일 수 있다. 이는 특정 기업의 현황을 단정하는 말이 아니라 운영을 살필 때 필요한 질문이다.

필자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일하고 누가 판단하며 성과를 어떻게 나누는지가 보이는가다. 주요 거래, 신규 투자, 채용과 보수 같은 결정이 어떤 절차로 이뤄지는지 구성원이 알아야 한다. 실제 요건과 의무는 법령과 조직의 정관을 따라야 하지만, 회의에 몇 명 왔는지뿐 아니라 결정 내용이 업무에 반영됐는지 확인하는 일은 운영의 신뢰를 높인다.

주민 참여의 방식도 같을 필요는 없다. 상시 근무가 가능한 주민과 시간제 참여를 원하는 주민, 원재료를 공급하는 주민의 역할은 다를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노동을 요구하기보다 역할과 책임, 보상 기준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공동체라는 말로 무급 노동이나 특정인의 과도한 부담을 당연하게 여기면 사업이 커져도 갈등의 원인은 남는다.

지자체는 사업비가 끝난 뒤 남을 운영을 살펴야 한다

이번 회의에서 전문인력 확보와 판로 확대, 청년 참여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 것은 지정 이후의 성장 조건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이런 과제가 논의됐다는 사실을 지원사업 확대나 신규 예산 확정으로 바꿔 쓰면 안 된다. 지자체는 현재 운영 중인 지원 안에서 무엇을 점검하고 어떤 자료를 축적할지부터 구체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판매가 늘어도 원재료와 배송, 반품 비용이 더 빠르게 늘면 현금은 부족해질 수 있다. 대표자가 바뀌거나 핵심 작업자가 쉬었을 때도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 상품별 이익과 납기, 작업 분담을 함께 살피면 매출 합계만으로 드러나지 않는 운영 부담을 발견할 수 있다. 특정 수익률을 일률적으로 요구할 문제가 아니라 사업 구조에 맞춰 판단할 일이다.

지원기관은 모든 기업에 동일한 교육을 추가하기보다 막힌 업무를 구분해 도울 수 있다. 회계 정리가 문제인지, 생산 규격이 불안정한지, 공동 의사결정이 지연되는지에 따라 필요한 파트너가 달라진다. 청년 참여도 모집 인원만으로 평가하기보다 맡을 업무와 보상, 배울 기술이 실제로 준비됐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람을 데려오는 일과 그 사람이 역할을 유지하는 일은 다르다.

성과 확인에는 기업의 거래와 지역의 관계를 함께 놓을 필요가 있다. 외부 판매, 지역 공급자와의 거래, 주민의 일과 소득을 사업 목적에 맞게 나눠 본다. 같은 성과를 여러 지원사업에 겹쳐 계산하지 않도록 기준기간과 집계 범위도 유지해야 한다.

법정위원회 출범은 정책을 지속적으로 논의할 기반을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다. 그 기반이 지역에서 힘을 가지려면 마을기업을 지정증과 지원금으로만 설명하지 않아야 한다. 주민이 결정에 참여하고 거래가 운영비를 감당하며 다음 담당자가 일을 이어갈 수 있는지, 그 세 조건이 함께 남을 때 마을기업은 한 번의 지원대상을 넘어 지역의 사업 주체로 자리 잡는다.

로컬넥스트뉴스로컬넥스트뉴스 | [국비공모·정책 이슈] 마을기업 법정위원회 출범, 지정 이후의 운영을 묻다행정안전부가 첫 중앙마을기업육성·지원위원회를 열어 하반기 마을기업 33개를 지정하고 중장기 기본계획 초안을 논의했다. 지자체는 지정 실적을 늘리는 데 그치지 말고 주민의 의사결정 참여와 사업 운영이 함께 지속될 조건을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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