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특례가 많다고 지역의 전략산업이 저절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10월 23일 규제합리화위원회에서 초광역특구법 제정 추진과 320여 개 메뉴판식 특례, 수요응답형 규제유예, 강화된 규제샌드박스 구상을 발표했다. 법안은 아직 제정 전이며 특구도 지정되지 않았다. 지금 지방정부가 준비할 것은 받을 수 있는 특례의 목록이 아니라 여러 지역과 기업이 함께 실행할 사업의 책임선이다.

발표된 방향과 확정된 제도를 구분해야 한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초광역특구는 지방정부와 투자기업이 특구계획을 수립해 신청하고, 규제합리화위원회와 지방시대위원회의 심의·의결, 국무총리 승인, 산업통상부 장관 지정을 거치는 구조다. 320여 개 메뉴판식 특례와 메뉴판에 없는 수요를 다루는 규제유예, 신속·유연한 샌드박스를 담는 법안이 추진 중이다.

내년 상반기 지정 추진도 정부 계획이지 현재의 지정 결과가 아니다. 구체적인 신청요건, 평가기준, 지원 규모와 일정은 국회 입법과 시행령, 후속 안내에서 확인해야 한다. 지자체가 숫자와 예상 지원만 앞세우면 법안이 바뀌거나 일정이 조정될 때 계획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특례보다 먼저 공동 산업의 경계를 정해야 한다

초광역 사업은 행정구역을 넓히는 일과 다르다. 원재료·부품·생산·실증·물류·인재가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 산업의 실제 흐름으로 권역을 그려야 한다. 한 지역은 연구개발, 다른 지역은 생산, 또 다른 지역은 항만과 실증을 맡는다면 각 기능의 연결 일정과 의사결정 구조가 계획에 들어가야 한다.

참여 지자체마다 원하는 사업을 하나씩 붙이면 공동계획은 커지지만 핵심 병목은 흐려진다. 기업 투자가 막힌 인허가, 입지, 전력·용수, 인재, 실증 중 무엇을 공동으로 풀 것인지 먼저 정해야 한다. 특례는 그 병목을 해결할 수단이고 사업의 목적 자체가 아니다.

기업 수요는 투자 약속과 실행자료로 확인한다

특구계획에는 기업의 희망사항보다 투자 시점, 규모, 부지, 고용, 공급망, 필요한 규제특례와 대체안을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 규제가 완화돼도 시장성이나 기술성, 주민수용성, 안전 기준이 해결되지 않으면 투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기업별 핵심 조건과 철회 조건을 구분해야 정책이 과도한 낙관에 기대지 않는다.

현행 지방자치분권 및 균형성장에 관한 특별법은 초광역 협력사업과 국가·지방정부·민간의 초광역 특별협약 근거를 두고 있다. 새 특구계획도 기존 지역계획, 재정사업, 특별협약과 충돌하거나 중복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 새 이름을 붙이는 것보다 이미 합의한 사업의 부족한 규제·재원 연결을 보완하는 편이 실행력이 높다.

권역 거버넌스는 결정권과 비용 분담으로 증명한다

공동 추진단을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갈등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주관 지자체, 산업별 책임기관, 기업 창구, 인허가 조정자, 재원 분담, 성과자료 관리자를 정하고 주요 결정에 필요한 동의 기준을 적어야 한다. 투자지역과 고용지역이 다를 때 세수와 성과를 어떻게 인정할지도 사전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

주민에게는 규제 완화의 이익뿐 아니라 안전, 환경, 주거비, 교통과 노동조건의 변화를 설명해야 한다. 초광역특구 관련 사회적 대화가 진행되는 이유도 기업활동과 지역의 생활조건을 함께 다루기 위해서다. 의견수렴을 홍보 절차로 끝내지 말고 쟁점, 보완조치, 책임기관과 이행기한을 공개해야 한다.

초광역특구법은 지역이 중앙의 공모에 맞추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업과 함께 필요한 특례와 지원을 설계하려는 변화다. 그러나 보텀업이라는 이름만으로 지역 주도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공동 전략산업의 가치사슬, 확정된 투자수요, 규제 병목, 재원과 인재, 주민 영향, 실패 시 대체경로가 같은 계획 안에서 이어져야 한다. 지자체는 320여 개 특례를 모두 공부하기보다 우리 권역의 핵심 투자 한두 건이 왜 지연되고 어느 법령과 기관에서 막히는지부터 기록해야 한다. 입법과 시행령이 확정되면 그 기록을 공식 요건에 맞춰 갱신하고, 권역 간 합의가 없는 항목은 신청 전에 다시 조정해야 한다. 좋은 특구계획은 많은 특례를 요구하는 문서가 아니라 필요한 특례가 실행될 때 누가 투자하고 누가 책임지며 주민에게 어떤 변화가 남는지를 증명하는 약속이다.

로컬넥스트뉴스로컬넥스트뉴스 | [국비공모·정책 이슈] 초광역특구법 추진, 지자체는 ‘320개 특례’보다 공동 사업의 책임선을 먼저 그려야 한다정부가 320여 개 규제특례와 범정부 지원을 담은 초광역특구법 제정을 추진한다. 지자체는 특례 목록을 먼저 나열하기보다 권역 공동의 전략산업, 투자기업의 확정 수요, 인허가 병목과 기관별 책임을 하나의 특구계획으로 묶어야 한다.

저작권자 © 로컬넥스트뉴스(LOCALNEXT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국비공모정책#초광역특구#균형성장#지역전략산업#규제특례#지방정부#광역협력#기업투자#규제샌드박스#지역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