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한 기업이 도시락을 만들고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 농산물을 판매한다고 해서 생활권의 공백이 자동으로 메워지는 것은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0월 23일 농업·농촌형 예비사회적기업 7곳을 새로 지정했다. 발표에 등장한 기업들은 돌봄기관, 지방정부, 생산자와 판로를 연결하려는 공통점을 보인다. 지정은 출발선이고, 지자체의 과제는 그 연결이 특정 보조사업이 끝난 뒤에도 작동하도록 책임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7곳의 활동은 서로 다른 농촌 문제에서 시작한다

고령의 우곡봄봄사회적협동조합, 함양의 농업법인 꽃담, 김제의 온도농장은 취약계층 돌봄서비스와 지역 기관의 자원을 연결하는 사례로 소개됐다. 영주의 악어새와 순천의 고선원은 지역 농산물의 공동생산·판매를 통해 주민 일자리와 농가소득을 묶는 모델로 제시됐다. 이름은 모두 예비사회적기업이지만 해결하려는 문제와 필요한 파트너는 다르다.

따라서 지자체가 “예비사회적기업 몇 곳을 육성했다”는 숫자로만 관리하면 중요한 차이를 놓친다. 돌봄형 조직에는 복지기관의 대상자 연계와 서비스 기준이 중요하고, 생산·판매형 조직에는 원물 공급 약속, 품질관리, 주문 주기와 정산이 중요하다. 공통 지원표보다 사업모델별 생활권 지도가 먼저 필요하다.

지정은 재정지원의 자동 확정이 아니다

농식품부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면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이 주관하는 재정지원, 대출·투자, 판로지원 사업에 참여할 자격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참여 자격과 지원금 수령은 다른 단계다. 개별 사업의 공개모집, 심사, 예산 범위, 수행 조건을 다시 통과해야 한다. 사회적기업 육성법도 사회서비스 제공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예산 범위와 공개모집·심사를 전제로 둔다.

지자체는 지정서를 곧 재원으로 계산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지원사업에 언제 신청할 수 있는지, 자부담과 고용 유지 조건은 무엇인지, 미선정 때 운영을 어떻게 이어갈지 현금흐름표로 확인해야 한다. 예비 지위는 가능성을 넓히지만 거래와 매출을 대신하지 않는다.

생활권의 연결은 계약과 데이터로 확인한다

돌봄서비스라면 누가 대상자를 발굴하고, 서비스 기준을 정하며, 사고와 중단에 책임지는지 구분해야 한다. 지역 농산물 판매라면 참여 농가의 물량, 품질, 가격, 반품, 대금 지급일을 적은 약정이 필요하다. 협력기관 이름이 많은 것보다 실제 업무의 인계 지점이 분명한지가 중요하다.

성과도 기업 매출 하나로 보기는 어렵다. 돌봄 공백이 줄었는지, 주민 일자리가 얼마나 지속됐는지, 참여 농가의 출하 안정성이 높아졌는지, 공공기관 의존도가 과도하게 커지지 않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지자체가 가진 복지·농정·일자리 데이터는 개인정보와 목적 외 이용을 피하면서 필요한 범위만 연결하고, 측정 시점과 담당 부서를 정해야 한다.

지자체가 할 일은 사업을 대신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첫째, 기업이 해결하려는 생활권 문제와 기존 공공서비스의 경계를 그린다. 둘째, 복지기관·농협·학교·로컬푸드 매장·민간 구매처 중 필요한 파트너를 실제 거래와 서비스 계약으로 연결한다. 셋째, 보조금 종료 뒤 남아야 할 고객과 매출, 인력, 시설의 책임을 사전에 합의한다. 넷째, 지원사업 선정 여부와 무관하게 중단하면 안 되는 서비스의 대체 경로를 둔다.

행정이 모든 판로와 인건비를 떠안으면 기업은 공공사업 수행기관에 머물 수 있다. 반대로 시장 논리만 강조하면 수익성이 낮은 돌봄과 취약계층 서비스가 먼저 줄어든다. 공공은 서비스의 최소 기준과 책임선을 세우고, 기업은 주민이 다시 선택할 품질과 거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 역할 구분이 사회적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함께 지킨다.

농업·농촌형 예비사회적기업 7곳의 지정은 농촌 문제를 기업 혼자 해결하라는 요청이 아니다. 지역의 공공서비스, 주민 조직, 생산자, 구매처가 흩어진 자원을 연결할 수 있는 주체를 하나 더 세운 일에 가깝다. 지자체는 협약식이나 지정 현판보다 실제 이용자와 거래 상대가 어디에서 이탈하는지 살펴야 한다. 돌봄 대상자 인계가 늦거나 농산물 대금 정산이 밀리면 연결망의 약한 지점이 드러난다. 분기마다 서비스 중단, 계약 갱신, 참여 농가 변화와 민원 처리 결과를 함께 점검하면 지원이 조직의 존속이 아니라 생활권의 기능을 지키는지 판단할 수 있다. 성과는 지정 수가 아니라 그 연결이 끊길 때 누가 다시 잇고, 보조사업이 끝난 뒤에도 주민의 돌봄과 거래가 계속되는지에서 확인된다.

로컬넥스트뉴스로컬넥스트뉴스 | [국비공모·정책 이슈] 농업·농촌형 예비사회적기업 7곳 지정, 지자체는 ‘자격’보다 생활권의 연결을 봐야 한다농림축산식품부가 농촌 돌봄·일자리·농가소득 과제를 다루는 농업·농촌형 예비사회적기업 7곳을 새로 지정했다. 지자체는 지정 자체를 성과로 세기보다 주민 수요, 공공서비스, 생산자 조직, 판로와 운영 책임이 생활권 안에서 이어지는지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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