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와 추자, 완도를 잇는 배에는 사람만 타지 않는다. 차량과 생활필수품도 함께 바다를 건넌다. 해양수산부는 10월 16일 이 항로를 올해 하반기 연안여객항로 안정화 지원 대상으로 추가 선정했다고 밝혔다. 민간 선사의 운항결손금 일부를 지원하는 조치다. 항로의 가치를 읽을 때 승객이 얼마나 많이 탔는지와 함께 어떤 이동과 운송을 이어 주는지 살펴야 하는 이유가 이 선정에 담겨 있다.
적자를 메우는 지원의 대상과 범위
연안여객항로 안정화 지원사업은 2018년 시작됐다. 섬 주민의 하루 생활권을 보장하고 적자 항로의 폐업을 막기 위해 민간 선사의 운항결손금 일부를 지원한다. 이번에 선정된 제주~추자~완도 항로에는 예산 범위에서 운항결손금의 최대 70%를 지원할 예정이다. 사업비 전체의 70%를 부담하거나 모든 승객의 운임을 그 비율만큼 할인한다는 뜻은 아니다.
운항결손금 보전은 항로 운영의 수입과 비용 사이에서 생기는 적자를 다루는 제도다. 주민에게 직접 지급하는 지원금과는 정책의 작동 경로가 다르다. 선사가 항로를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을 보완하고, 이를 통해 섬과 육지를 오가는 통로를 지키려는 것이다. 따라서 지원이 결정됐다는 사실과 주민이 체감하는 이동의 안정성은 서로 이어져 있지만 같은 결과로 간주할 수는 없다.
같은 섬에 닿아도 실을 수 있는 것이 다르다
해수부 설명에 따르면 이 항로의 송림블루오션호는 2024년 5월부터 운항하며 승객과 차량, 생활필수품을 운송해 왔지만 2년 연속 적자를 겪었다. 추자도에 기항하는 다른 선박인 산타모니카호는 1톤 이하 차량을 수송하는 반면, 송림블루오션호는 최대 25톤 차량을 수송할 수 있다. 두 배가 같은 섬에 닿는다는 사실만으로 운송 기능까지 같다고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중량 차량을 실을 수 있는 통로의 유지는 주민 개인의 여행뿐 아니라 섬으로 들어가는 물자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배를 이용하는 승객 수가 비슷해도 차량과 화물을 어느 범위까지 운송하는지에 따라 항로가 담당하는 역할은 달라진다. 특정 운항편의 수익만으로 그 기능을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는 이번 지원으로 물류비가 이미 내려갔다는 뜻이 아니라, 항로 유지의 공공적 의미를 해석하는 기준이다.
관광객 수요와 주민의 생활 이동
관광객은 계절이나 여행 목적에 따라 배를 선택하지만, 주민의 이동에는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반복되는 수요가 있다. 육지의 서비스와 시장에 접근하고 필요한 물건을 들여오는 연결은 방문객이 많은 날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관광객 증가가 항로 수입에 도움이 될 수 있어도, 그 수치만으로 주민에게 필요한 운송 기능이 충분히 유지되는지 답하기는 어렵다.
정책을 평가할 때에도 승객 수와 함께 운항의 연속성, 차량 운송의 범위, 다른 항로로 대신할 수 있는 기능을 구분해 읽어야 한다. 가령 다른 배가 있어도 실을 수 있는 차량이 다르면 대체 가능성의 의미가 달라진다. 항로가 있다는 명목상의 연결과 실제 필요한 이동을 할 수 있는 연결 사이의 차이를 살피는 일이다. 이런 관점은 새로운 의무 지표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선정 사유를 주민의 생활과 연결해 보는 해석이다.
선정 이후에도 남는 운항의 조건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8월 12일 하반기 지원 대상자 모집공고를 게시했다. 해수부의 이번 발표에 따르면 신청은 8월 18~28일 접수됐고, 학계·연구기관·현장 전문가 등이 참여한 선정 절차를 거쳤다. 지금은 새로운 신청자를 받는 단계가 아니라 지난 모집 이후 항로를 선정한 단계다. 지원 소식을 보고 별도의 주민 신청이나 신규 운항 개시 안내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예산 범위의 최대 지원 비율이 개별 항로의 확정 지급액이나 장래의 계속 지원을 뜻하지도 않는다. 운항결손금 보전만으로 기상에 따른 결항이나 선박 안전, 실제 운항시간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주민과 방문객이 이용할 배편은 해당 운항 안내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지원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는 일과 특정 날짜의 이동 가능성을 판단하는 일은 필요한 정보가 서로 다르다.
제주~추자~완도 항로의 추가 선정은 섬의 교통을 여객 수입만으로 맡겨 두기 어려운 이유를 보여준다. 주민이 이동할 수 있는 배와 생활물자를 실을 수 있는 배가 함께 유지돼야 생활권의 연결이 구체성을 얻는다. 이번 조치의 의미도 지원 비율이라는 한 숫자보다 그 연결을 지키는 데 있다. 이후의 정책 성과는 선정 발표 자체가 아니라 운항이 이어지고 필요한 운송 기능이 유지되는 과정에서 읽어야 한다.
기자 소개|김용한 김용한 기자는 경영학 박사이자 경영컨설턴트로, 지자체·공공기관의 정책기획과 국비공모, 창업·마케팅 분야 교육·컨설팅을 수행해 왔다. 현재 엠아이넥스트와 국비공모랩 대표로 지역 현장의 문제를 실행 가능한 사업과 연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료와 확인 기준
- 해양수산부 — 섬 주민 일상 뱃길 운항결손금 지원 보도자료 · 발표 2026-10-15
- 부산지방해양수산청 — 2026년 하반기 연안여객항로 안정화 지원사업 대상자 모집공고 · 발표 202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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