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관광 현장에서 방문객 수만큼 자주 놓치는 숫자가 있다. 재방문율이다.
축제 때 수만 명이 몰렸고, 유명 관광지에 방문객이 늘었다는 이야기는 쉽게 나온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다음 계절에도 다시 오는지, 가족이나 지인을 데리고 재방문하는지, 지역상품을 다시 구매하는지는 잘 묻지 않는다.
나는 이 지점이 늘 아쉽다.
관광객 한 명을 처음 데려오는 데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광고를 하고, 영상을 만들고, 인플루언서를 부르고, 축제를 연다. 그 방문객이 한 번 보고 떠난 뒤 관계가 끊긴다면 매번 새로운 사람을 다시 불러와야 한다.
지역관광의 체력은 첫 방문보다 두 번째 방문에서 드러난다.
다시 오게 하는 지역은 ‘다음 이유’가 있다
한 번 방문한 곳을 또 찾는 데에는 이유가 필요하다.
첫 방문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는 지역보다 다음에 다시 올 이유를 남기는 지역이 강하다.
봄에는 꽃길이 있고, 여름에는 야시장과 물놀이가 있으며, 가을에는 수확 체험이 있고, 겨울에는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지역은 계절 자체가 재방문 이유가 된다.
공간도 마찬가지다.
같은 카페, 같은 메뉴, 같은 포토존만 반복된다면 두 번째 방문의 동기는 약해진다. 반대로 계절마다 메뉴가 달라지고, 지역 작가의 전시가 바뀌고, 새로운 프로그램이 열리면 익숙한 장소도 다시 찾을 이유가 생긴다.
나는 지역 컨설팅 현장에서 “무엇을 새로 만들까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때마다 새 시설보다 먼저 묻는다.
“지난번에 왔던 사람이 이번에는 왜 다시 와야 합니까.”
이 질문에 답이 없으면 새로운 시설을 만들어도 재방문으로 연결되기 어렵다.
다시 찾는 곳에는 ‘사람의 기억’이 남아 있다
관광은 장소만 소비하는 일이 아니다.
사람은 공간보다 사람을 오래 기억하기도 한다.
시장 상인이 건넨 한마디, 농부와 함께 먹은 식사, 공방 주인이 알려준 작은 이야기, 숙소 주인이 추천해 준 아침 산책길은 관광안내책자보다 오래 남는다.
지역을 다시 찾게 만드는 힘은 이런 관계에서 생긴다.
특히 규모가 작은 로컬에서는 사람 자체가 강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관광객이 “그 집 사장님 잘 계실까”, “지난번에 갔던 공방에 또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지역은 단순한 목적지를 넘어선다.
이런 관계는 의도적으로 관리할 수도 있다.
방문객에게 다음 행사 소식을 알려주고, 지역상품의 새 소식을 전하고, 계절별 추천 코스를 보내는 방식이다. 개인정보를 무리하게 수집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방문 이후에도 지역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접점을 만들자는 것이다.
관광이 끝난 뒤에도 관계가 이어져야 두 번째 방문의 가능성이 커진다.
재방문은 만족보다 ‘새로운 기대’에서 만들어진다
만족한 관광객이 반드시 다시 오는 것은 아니다.
좋았다고 말하고 다른 지역으로 떠날 수도 있다.
관광객은 늘 새로운 곳을 찾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족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음 방문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 한다.
“다음 달에는 야시장이 열린다.”
“가을에는 이 골목에서 수확축제가 열린다.”
“겨울에는 이 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이런 정보가 머릿속에 남으면 한 번의 여행이 다음 여행과 연결된다.
지역의 소상공인과 관광사업자도 이 흐름을 같이 만들어야 한다.
카페는 주변 숙소를 안내하고, 숙소는 시장의 아침 프로그램을 추천하며, 시장은 인근 공방과 산책길을 연결해야 한다. 고객 한 명을 서로 빼앗는 구조보다 지역 안에서 여러 번 소비하도록 돕는 구조가 오래 간다.
재방문은 개별 점포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 경험의 문제다.
지역관광은 이제 방문객을 모으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
한 번 온 사람이 다음에 누구와 다시 올지, 무엇 때문에 다시 찾을지, 그때 어떤 경험을 새롭게 제공할지까지 설계해야 한다.
축제가 끝난 뒤 연락이 끊기고, 여행이 끝난 뒤 지역과의 관계도 끝난다면 그 관광은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반대로 방문이 관계로 이어지면 지역은 조금씩 단골을 만든다.
좋은 지역은 관광객을 많이 모으는 곳이 아니라 다시 오고 싶은 기억과 다음 이유를 함께 남기는 곳이다.
재방문은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 지역이 계속 새로운 이유를 만들고, 사람과 관계를 이어갈 때 만들어진다.
[기자·칼럼니스트 소개] 김용한 박사 / 엠아이넥스트 대표
로컬상권·전통시장·로컬관광·생활인구, 스타트업과 AI 마케팅 분야에서 컨설팅과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지역상권 활성화, 관광콘텐츠, 로컬브랜딩, 국비공모 및 지역사업 기획 현장을 오랫동안 경험했으며 다수의 관련 저서를 집필했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과 창업가, 공무원, 지역활동가의 고민을 바탕으로 지역이 실제로 달라지기 위해 필요한 전략과 실행의 기준을 글로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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