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집 근처 공원에서 각목과 방망이가 등장하는 집단폭행이 벌어졌다. 평택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주민이 안심하고 산책하고 귀가할 수 없는 골목에서 지역의 삶의 질과 상권 활성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로컬의 경쟁력을 평가할 때 생활안전이 차지하는 무게를 다시 짚어야 한다.
수사 중인 사건, 확인된 사실부터 구분해야
다수의 언론매체가 전한 경찰 설명에 따르면 사건은 10월 3일 오후 11시 30분께 평택시 포승읍 도곡리 주택가 공원에서 발생했다. 현장 영상에는 여러 사람이 상대방을 둔기로 때리거나 발로 차는 모습이 담겼다. 출동한 경찰은 러시아와 키르기스스탄 국적의 20대 남성 두 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다른 용의자들을 추적하고 있다.
다만 체포 사실만으로 두 사람의 구체적인 가해 역할까지 확정할 수는 없다. 경찰은 이들이 일방적으로 폭행당했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으며, 인적사항을 확보한 뒤 석방해 치료받도록 했다. 범행 동기와 당사자 관계 역시 규명할 과제다.
가담 규모도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경찰은 영상 등을 토대로 10여 명으로 추정했지만, 한 목격자는 40여 명이라고 진술했다. 목격자 추산을 확정 인원처럼 전달해서는 안 된다. 체포된 두 사람은 유학비자 등으로 입국한 합법 체류자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곧바로 불법체류 문제나 외국인 전체의 범죄성으로 확대할 근거는 없다.
범죄에 대한 두려움도 주민이 치르는 생활비용
주민에게 치안은 검거 건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밤에 어느 길을 걸을 수 있는지, 자녀를 혼자 귀가시켜도 되는지, 공원을 계속 이용할 수 있는지가 일상의 안전을 결정한다. 폭력 사건 이후 이러한 행동이 위축되는지 살피는 일도 지역의 책임이다.
2024년 『국토계획』에 실린 권연화의 연구는 외국인 밀집지역 내·외국인 주민의 공간취약성, 범죄두려움과 주거만족도를 분석했다. 물리적 무질서를 크게 인식할수록 두 집단 모두 주거만족도가 낮아지는 관계가 나타났다. 범죄두려움과 주거만족도의 관계도 확인됐다. 이는 평택의 피해를 측정한 결과는 아니지만, 치안을 생활환경과 함께 봐야 한다는 분석 근거가 된다.
상권에도 점검할 위험 경로가 있다. 밤길이 불안해 방문을 줄이거나 상인이 영업시간을 단축한다면 소비와 교류가 함께 위축될 수 있다. 사람의 왕래가 줄면 골목에서 서로의 상황을 살피는 기회도 감소한다. 이번 사건으로 매출이 떨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안전 문제를 상권정책과 분리하기 어려운 이유다.
주민의 불안을 편견으로만 취급해서도, 영상 한 편으로 지역 전체를 위험지대로 낙인찍어서도 안 된다. 필요한 것은 실제 사건과 반복 신고, 야간 이용환경을 함께 확인하는 구체적인 진단이다.
엄정한 책임 규명과 골목 단위 예방을 함께
우선 경찰은 도주한 가담자를 추적하고 개인별 폭행 행위와 책임을 밝혀야 한다. 주민에게는 수사상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진행 상황과 안전조치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처벌 요구와 정확한 사실 확인은 함께 가야 한다.
예방 대책은 장소와 시간대에 맞춰 설계해야 한다. 공원 진입로와 귀갓길의 조명, CCTV 사각지대, 비상신고 수단을 점검하고 실제 신고가 집중되는 시간에 순찰을 배치하는 방식이다. 시설 설치 뒤에도 정상 작동과 대응 연결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자율방범대는 이번 사건에서 신고와 검거를 도왔다. 그러나 위험한 집단폭행 현장 대응을 주민의 용기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굳혀서는 안 된다. 경찰·지자체·주민조직의 역할과 지원체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외국인 주민이 신고하고 진술할 수 있도록 통역과 다국어 안내를 갖추는 것도 수사와 예방의 기반이다.
성과는 순찰 횟수나 장비 숫자를 넘어 반복 사건, 신고 대응, 주민의 야간 이용과 안전 인식으로 확인해야 한다. 평택 사건을 계기로 물어야 할 것은 분노의 크기가 아니라, 사건 이후 골목이 얼마나 안전해졌는가다.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생활환경이 로컬 활성화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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