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동피랑마을의 그림은 주택의 담장과 계단, 언덕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에 놓여 있다. 항구를 내려다보는 전망과 집 사이를 잇는 골목이 함께 관람 공간을 이룬다. 이 길에는 마을을 철거하려던 계획이 벽화 그리기를 계기로 바뀐 역사가 있다. 새 벽화가 들어서는 과정에는 낡은 그림을 손보는 일과 생활 공간을 지키는 일이 함께 놓여 있다.

철거 대신 그림을 택한 언덕

‘동피랑’은 동쪽의 벼랑이라는 뜻을 지닌 이름이다. 통영항 주변의 높은 지형에 집들이 모여 있고, 정상에는 조선시대 통제영을 지키던 동쪽 포루인 동포루가 자리한다. 항구와 가까운 언덕이라는 입지, 방어시설의 흔적, 경사면을 따라 생긴 주택지가 한 공간 안에 포개져 있다.

2000년대 중반 통영시는 동포루 복원과 공원 조성을 위해 마을 철거를 추진했다.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대가 이어졌고, 2007년 벽화 공모가 마을의 전환점이 됐다. 한국관광공사 자료는 그해 10월 통영의제21이 전국의 참여자를 불러 벽화를 그렸다고 설명한다. 그림을 매개로 마을의 가치를 다시 보는 움직임이 형성된 것이다.

이후 시는 정상부 일부 건물을 철거해 동포루를 복원하고 나머지 마을을 남기는 방향으로 계획을 바꿨다. 따라서 지금 보이는 동포루를 조선시대 건물이 그대로 남은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복원된 역사 공간 아래에서 실제 주거가 이어지는 구조가 동피랑의 형성 과정을 보여준다.

담장의 그림에서 항구의 높이까지

동피랑의 관람은 하나의 전시실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굽은 오르막을 따라 벽화와 작은 조형물, 계단과 바닥의 그림이 흩어져 있다. 바다와 통영의 풍경, 동백꽃처럼 지역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도 등장한다. 집 사이의 좁은 시선이 그림에 머물다가 정상에서는 강구안과 통영항을 내려다보는 넓은 시야로 바뀐다.

정책브리핑의 통영 소개는 골목의 카페와 기념품 가게, 동포루의 전망을 함께 다룬다. 다만 마을을 걷는 일과 개별 점포를 이용하는 일은 구분된다. 동피랑 전체가 단일 시설처럼 같은 시각에 문을 열고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주택과 가게가 섞인 길 자체가 관광 공간을 이루는 방식이다.

주민 조직이 운영하는 쉼터도 이 구조의 한 부분이다. 통영시에 따르면 동피랑생활협동조합은 2013년 마을기업 운영을 시작했으며, 동포루 아래에서 쉼터와 관광 안내의 역할을 맡는다. 벽화마을이라는 지역 자원을 주민 조직의 사업으로 연결한 사례다.

이 조합은 2025년 9월 카페와 포토부스 운영 수익을 적립해 주민 100여 명에게 추석 선물을 전했다. 마을의 관광 기능과 공동체 활동이 만나는 구체적인 장면이다. 다만 당시의 선물 전달을 모든 주민에게 같은 소득이 발생했다는 뜻이나 2026년의 실적으로 확대할 수는 없다.

살아 있는 마을이어서 생기는 가치와 조건

동피랑의 강점은 별도의 세트장을 만들지 않고 집과 골목의 형태를 예술의 바탕으로 삼았다는 데 있다. 항구를 향한 지형과 벽화, 주민의 생활이 같은 길에서 만난다. 반면 담장에 그림이 있다고 해서 그 안의 집까지 관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통영시 관광 안내가 조용한 관람과 사생활 존중을 명시하는 이유도 이곳이 현재의 주거 공간이기 때문이다.

지형이 만드는 경험에는 이동 조건도 따른다. 공식 안내는 오르막 골목을 소개하면서 장애인 입장과 체험에 보조인의 도움이 필요하고 휠체어 대여는 없다고 표시한다. 정상의 전망은 경사면을 오르는 동선과 연결돼 있다. 이를 평탄한 산책로나 전 구간에 같은 접근 조건을 갖춘 관광시설로 소개하면 실제 이용 조건을 놓치게 된다.

벽화는 한 번 그렸다고 영구히 유지되지 않는다. 통영시는 2026년 사업 추진 자료에서 일부 벽화의 노후화와 관광 콘텐츠 변화의 필요성을 들었다. 앞서 2024년 제9회 정비에서는 약 5,000㎡에 걸쳐 기존 25곳과 신규 8곳 등 33개 벽면을 새롭게 꾸몄다고 설명했다. 주요 동선과 대로변에는 큰 벽화와 사진 촬영 공간도 조성했다. 주기적인 교체는 마을의 변화이면서 관리가 계속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시는 이를 벽화 정비와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연결하고 있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성과는 어느 벽을 누가 손봤는지, 어떤 교육과 전시가 실제 이뤄졌는지다. 사업 자료의 ‘체류형 관광지’라는 목표만으로 방문 시간이 늘었거나 주민 소득이 개선됐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공간의 매력과 사업의 경제적 효과는 서로 다른 근거를 요구한다.

2026년 채색과 공예, 완료된 일과 남은 계획

최근 확인한 통영시의 동피랑 관련 발표 가운데 8월 5일 자료는 ‘페인트 페스타’ 1회차가 마무리됐다고 알렸다. 7월 30~31일 학생과 운영진 40여 명이 지역 작가의 도안을 바탕으로 벽화 채색에 참여했다. 오래된 벽화를 손보는 과정이 참여자에게는 그림을 직접 완성하는 경험이 된 사례다.

8월 24일 발표에서는 벽화를 공예로 옮긴 ‘리타(利他): 내가 그리는 동피랑’의 교육과 결과전시가 소개됐다. 시민 100명이 7월 11~18일 중 나흘간 8개 기수로 참여해 마을 역사와 공공미술을 배우고 그림을 그렸다. 슈링크 플라스틱과 도자기를 활용해 한 사람당 두 점씩 모두 200점의 작품을 만든 것으로 집계됐다.

결과전시는 8월 23일까지 통영리스타트플랫폼 1층 갤러리 영에서 열렸다. 동피랑 골목 안의 전시가 아니라 별도의 문화 공간에서 열린 행사였으며 이미 종료됐다. 벽화의 소재를 종이나 공예 재료로 옮긴 작업은 마을의 공공미술을 골목 밖에서 다시 해석한 사례다.

이 교육은 통영리스타트플랫폼 창업LAB 입주자인 그림담아 스튜디오 기슬기 대표의 재능 나눔으로 추진됐다. 통영문화재단의 2026년 문화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된 과정이다. 골목에서 작품을 보는 관광과 달리, 시민이 마을의 이미지를 해석해 직접 만들고 다른 시민에게 보여주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참여의 내용이 구체적이다.

시는 8월 발표에서 추가 벽화 조성과 9월 2회차 페인트 페스타, 10월 동피랑 아트위크도 예고했다. 이는 당시의 추진 계획을 전한 자료로, 후속 행사의 개최 결과까지 담고 있지는 않다. 완료된 채색·교육·전시와 후속 계획은 구분된다. 벽화를 매개로 지역 작가와 학생, 시민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참여했다는 점이 올해 확인된 활동의 공통점이다.

동피랑을 이해하는 열쇠는 오래된 마을과 새 그림을 따로 떼어 보지 않는 데 있다. 복원된 동포루, 항구를 향한 골목, 주택의 담장과 시민이 만든 작품은 서로 다른 시간을 담는다. 그 시간이 겹치는 언덕에서 관광의 매력과 생활의 조건을 함께 읽을 수 있다.

자료와 확인 기준

공개자료의 날짜와 확인 범위를 대조한 편집부 심층기사입니다. 보도 당시의 주장·발표된 계획·확인된 결과를 구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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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넥스트뉴스로컬넥스트뉴스 | [로컬넥스트 핫플레이스 투어 17/100] 통영 동피랑마을, 벽화를 새로 칠하며 이어가는 언덕의 생활통영 동피랑마을은 2007년 벽화 그리기를 계기로 철거 계획이 바뀐 주거 마을로, 골목의 그림과 동포루에서 내려다보는 강구안 풍경이 겹치는 곳이다. 2026년에는 벽화 채색과 시민 공예교육이 진행됐으며, 이곳의 관광 경험은 그림의 변화와 주민이 살아가는 공간을 함께 읽을 때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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