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문재래시장에서는 같은 먹거리도 서로 다른 거래가 된다. 주민에게 생선과 채소는 집으로 가져갈 식재료이고, 여행객에게 감귤과 오메기떡은 선물이자 여행의 기억이다. 야시장 음식은 구입한 자리 주변에서 바로 먹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이 시장을 읽는 출발점은 유명 메뉴의 개수가 아니라, 물건을 고르고 가져가거나 먹고 정리하는 방식의 차이다. 올해 다회용기 도입은 그 차이가 시장 운영의 과제로 이어진 사례다.

광복 뒤 열린 장터, 화재를 딛고 이어진 거래

동문재래시장의 출발은 광복 직후인 1945년이다. 한국관광공사는 동문로터리 일대 남수각 하류 주변에서 매일 물건을 사고팔던 장이 상설시장으로 발전했다고 소개한다. 날짜가 정해진 장날에만 열리는 오일장과 달리, 일상적인 구매가 이어지는 상업 기반이었다. 오늘날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는 특징을 먼저 떠올리면, 제주 주민의 생활 수요를 받아온 이 시장의 오랜 성격이 뒤로 밀리기 쉽다.

현재 자리의 역사는 시장이 처음 형성된 시점과 구분된다. 한국관광공사 안내에 따르면 1954년 3월 대형 화재를 겪었고, 같은 해 11월 지금의 장소로 이전했다. 따라서 1954년을 시장 전체의 탄생 연도로 쓰거나 1945년부터 현재 건물과 골목이 그대로 이어졌다고 설명하면 시간의 층위가 섞인다. 형성, 재난, 이전이라는 과정은 동문시장이 한 번 지어진 시설보다 거래가 옮겨가며 이어진 장소라는 점을 보여준다.

주변의 여러 시장을 한 덩어리로 부르는 관행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동문재래시장과 동문수산시장, 동문시장 주식회사를 각각 소개한다. 동문시장 주식회사는 갈옷과 한복, 옷감 등 포목점이 중심인 상가건물형 시장으로, 그 거래를 바탕으로 국수 골목이 형성됐다고 설명한다. 재래시장의 식재료와 인접 시장의 전문 업종이 겹쳐 보이는 것이 동문 일대의 특징이다. 각 시장의 연혁과 건물을 서로 바꿔 설명할 수는 없다.

장바구니와 여행 가방, 저녁 식사가 만나는 곳

동문재래시장의 품목은 곡식과 채소, 과일, 축산물, 수산물, 건어물에 생활용품과 신발, 의류까지 걸쳐 있다. 제주관광공사의 안내는 오메기떡과 빙떡, 감귤류, 흑돼지 관련 먹거리도 함께 소개한다. 식재료를 사는 거래와 조리된 음식을 사는 거래가 나란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같은 제주산 먹거리라도 집에서 조리할 물건인지, 이동 중 가져갈 선물인지, 당장 먹을 음식인지에 따라 소비자가 시장에 기대하는 기능은 달라진다.

여행 동선과 연결되는 입지도 뚜렷하다. 제주관광공사는 2025년 봄 관광 발표에서 동문재래시장을 공항과 가까워 잠시 들러 쇼핑하기 좋은 곳으로 제시하고, 수산물과 특산품을 여행 선물의 예로 들었다. 별도의 상설시장 소개에는 12개 출입구와 올레 17코스의 끝, 18코스의 시작이라는 연결점도 나온다. 원도심을 걷는 여행과 출발 전 구매가 시장으로 이어질 여지가 함께 있다.

낮의 상점과 밤의 야시장은 운영 시간도 나눠 읽어야 한다. 비짓제주는 야시장을 5~10월에는 오후 7시, 11~4월에는 오후 6시에 시작해 자정까지 운영하되 재료가 소진되면 마감한다고 안내한다. 일반 점포는 점포별 운영이 다르다. 10월 20일 수정된 한국관광공사 정보에는 고객지원센터의 휠체어·유모차 대여, 주출입구 접근과 장애인 화장실도 안내돼 있다. 시간과 편의시설을 함께 살피면, 동문시장은 한 번의 야식 방문뿐 아니라 이용 목적과 동반자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공간이다.

풍부한 선택의 이면에는 먹을 자리와 반납 동선이 있다

다양한 상품과 낮·밤의 소비가 겹치는 점은 동문재래시장의 강점이다. 주민의 장보기와 여행객의 특산품 구매가 같은 상권에서 만난다는 점도 그렇다. 다만 손에 음식을 들고 이동하는 소비가 늘어나는 공간에서는 판매대 앞의 주문만으로 이용이 끝나지 않는다. 대기, 통행, 취식, 쓰레기 처리가 이어진다. 먹거리의 선택지가 풍부하다는 평가와 음식을 편하게 먹고 마무리할 수 있다는 평가는 서로 다른 질문이다.

이 문제는 막연한 추측만은 아니다. 제주도가 작성해 한국디자인진흥원이 공개한 2025년 7월 공공서비스디자인 보고서는 동문 야시장 이용 과정을 조사하면서 혼잡과 통행 불편, 줄 서는 사람과 보행 동선의 겹침, 별도 취식 공간 부족 등을 문제로 정리했다. 개별 포장 중심의 판매 구조 때문에 기존 일회용품 저감 정책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담았다. 이는 당시 조사에서 확인한 과제이며, 오늘 모든 골목에서 동일한 불편이 발생한다는 현장 판정은 아니다.

보고서는 다회용기와 먹을 공간, 반납을 하나의 이용 과정으로 묶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친환경 용기 자체보다 손님의 행동과 상인의 판매를 함께 다뤘다는 점이다. 그릇을 바꿔도 먹을 곳과 돌려줄 곳이 거래와 동떨어져 있으면 이용자의 수고가 남는다. 동문시장의 과제는 관광객의 관심을 실제 이용 편의로 연결하는 데 있다. 메뉴의 유명세와 시설의 존재만으로 그 과정 전체의 품질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올해의 변화는 용기 공급, 최근 장보기 지원도 생활 거래를 향했다

올해 확인되는 변화 가운데 하나는 야시장의 다회용기 공급이다. 경기도는 7월 24일 공식 발표에서 경기도주식회사와 제주도가 그달부터 동문재래시장 야시장 32개 매장을 대상으로 다회용기 사용 활성화 지원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7월 23일 열린 친환경 미래시장 비전 선포식도 함께 알렸다. 지난해 이용 경험 조사에 이어 올해는 지원사업의 대상과 추진 시점이 구체화됐다. 먹거리 관광의 확대가 시장의 운영 방식을 바꾸는 일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9월의 공식 발표에는 생활 식재료 구매를 향한 지원도 있다. 제주도는 9월 4일 추석맞이 농축산물 환급 행사를 알리며 동문재래시장을 도내 참여 전통시장 10곳에 포함했다. 행사는 9월 16~20일 국산 신선 농축산물을 대상으로 운영하도록 안내됐다. 특산품과 야시장의 이미지 뒤에서 명절 식재료를 구매하는 생활 거래 역시 정책 지원의 대상이었다. 행사는 종료됐지만 시장을 찾는 수요가 관광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은 남는다.

두 사업을 함께 보면 시장의 현재가 더 입체적으로 드러난다. 농축산물 환급은 무엇을 사는가에, 다회용기 지원은 산 음식을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관여한다. 전자는 장바구니의 부담을, 후자는 일회용 포장 중심 소비의 구조를 다루는 접근이다. 확인한 공식 발표만으로 매출 상승이나 폐기물 감축 규모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거래의 앞단과 뒷단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지원한다는 방향은 읽힌다. 동문재래시장의 최근 변화는 새 먹거리의 추가만으로 설명하기보다 이 운영 과정의 확장 속에서 볼 만하다.

동문재래시장이 지켜온 것은 제주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일상의 연결이다. 관광이 더해진 오늘에는 그 연결이 선물 구매와 저녁 식사, 사용한 용기의 처리까지 길어졌다. 시장의 깊이는 오래된 연도나 인기 메뉴에만 있지 않다. 여러 목적의 거래를 받아내면서, 먹고 난 뒤까지 이용 경험의 범위를 넓혀가는 변화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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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넥스트뉴스로컬넥스트뉴스 | [로컬넥스트 로컬상권 투어 17/100] 제주 동문재래시장, 장보기와 야식의 골목에 들어온 다회용기제주 동문재래시장은 식재료와 생활용품을 거래하는 상설시장에 특산품 쇼핑과 야간 먹거리 소비가 겹쳐진 곳이다. 과거 조사에서 드러난 취식·혼잡·폐기물 문제와 올해 다회용기 지원사업을 연결하면, 시장의 경쟁력은 판매 이후의 이용 경험까지 포함한다는 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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