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천변에는 동이 트기 전 농민과 소비자가 만나는 장이 선다. 남부시장 안의 점포와 식당, 2층의 청년몰은 또 다른 목적으로 사람을 맞고, 금·토 저녁에는 야시장이 열린다. 올해 문을 연 모이장은 공연과 특산품 판매를 더했다. 전주남부시장의 변화는 오래된 장터 위에 새 이름의 시설을 얹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찾는 사람이 한 시장 안에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풍남문 밖 장에서 이어진 도시의 식재료 거래

남부시장의 모태는 조선 초기 풍남문 밖에 서던 장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이 장의 역사와 1905년 공설시장 개설을 구분해 소개한다. 오랜 거래의 계승과 근대 시장의 개설을 같은 연도로 압축해서는 역사를 제대로 읽기 어렵다. 성문과 천변을 끼고 형성된 위치는 지금도 남부시장을 이해하는 배경이다.

전주시 관광안내는 싸전다리와 매곡교 사이 전주천변의 새벽시장을 농민과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장터로 설명한다. 낮의 상점에 앞서 이른 시간부터 물건과 사람이 모이는 거래가 있다는 뜻이다. 관광객에게는 낯선 시간의 시장 구경이지만, 그 바탕에는 먹거리와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사고파는 기능이 있다.

콩나물국밥과 피순대, 모주 같은 음식은 남부시장을 알리는 요소다. 그러나 먹거리 이름만으로 시장의 성격을 채우면 새벽의 식재료 거래와 일상 구매는 배경으로 밀린다. 남부시장이 오래 남아온 맥락은 특별한 날의 간식과 평소의 장보기가 같은 지역의 유통 안에서 만난다는 데서 읽을 수 있다.

이 역사 위에서 창고와 공판장 같은 기존 공간의 용도가 달라졌다. 물건을 보관하고 유통하던 시설이 청년의 가게와 문화 활동을 담기 시작한 것이다. 남부시장의 현재는 전통과 청년을 따로 전시하는 풍경보다, 서로 다른 쓰임이 한 건물과 골목에 겹치는 과정에 가깝다.

시장 2층 청년몰과 옛 공판장의 모이장은 다른 공간이다

청년몰은 시장 2층에 방치돼 있던 창고를 활용한 공간이다. 전주시의 공식 안내에는 일러스트·책방·수공예 소품·음식점 등이 소개돼 있다. 2026년 9월 관광공사의 행사 기록에서도 시장 6동 2층 청년몰의 굿즈와 카페, 수공예·주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생활시장 안에서 취향에 따라 둘러볼 거래가 더해진 셈이다.

모이장은 이 청년몰과 구분해야 한다. 전주시는 3월 3일 옛 원예공판장 건물에 조성한 모이장의 개관식을 열었다고 3월 6일 밝혔다. 1층은 특산물과 식음료 판매, 공연, 팝업 전시 등을 담은 복합문화공간이다. 같은 건물 2층에는 별도의 문화재생사업으로 조성한 서브컬처 공간이 있다. 시장 6동 2층 청년몰과 모이장 건물 2층을 하나로 묶어 소개하면 장소를 잘못 안내하게 된다.

이 공간들을 실제로 연결한 시도는 9월 5일 올데이 트립에서 드러났다. 야시장과 청년몰, 모이장, 옥상 영화, 새벽시장과 아침 식사를 잇는 행사였다. 시장의 장점이 특정 먹거리 하나보다 여러 시간대의 다른 경험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그날의 심야 영화와 스탬프 프로그램이 매일 이어지는 상설 운영은 아니다.

방문 경험에는 점포별 운영 차이도 포함된다. 전주시 청년몰 안내는 가게마다 문을 여는 시간이 달라 SNS를 참고하라고 명시한다. 야시장도 금·토 저녁 운영이라는 범위를 먼저 알아야 한다. 시장을 언제나 모든 시설이 함께 열려 있는 하나의 관광시설로 생각하면, 실제로 만나는 가게와 기대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공간을 연결한 행사와 시장의 지속적인 거래 사이

남부시장의 강점은 이미 있는 생활 거래 위에 취향 소비와 문화 방문을 겹칠 수 있다는 점이다. 새벽 장을 찾는 사람과 청년몰의 물건을 고르는 사람, 공연 관객의 목적은 서로 다르다. 이 차이를 지우기보다 같은 시장 안에서 무엇이 이어지는지를 보는 편이 상권을 설명하는 데 정확하다. 한 프로그램의 인기가 시장 모든 점포의 성과를 뜻하지는 않는다.

전주시가 2월 4일 원도심 상인들과 연 간담회에서도 한옥마을에서 풍남문·웨딩거리·남부시장으로 유동인구를 연결하는 문제가 논의됐다. 시장만의 단독 공실 통계나 매출 감소를 제시한 자료는 아니다. 유명 관광지가 가까이 있다는 입지와 그 사람이 골목의 어떤 거래에 참여하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간의 이용을 뒷받침하는 행정 과제도 있었다. 2025년 11월 27일 전주시의회 회의에서 담당 과장은 남부시장의 지적도와 건축물 사이 법적 불일치, 현황조사의 부족을 설명하며 용역에 현황조사를 담았다고 답했다. 지난해 회의에 기록된 문제와 대응이다. 이를 현재 시장 전체의 위법이나 위험으로 일반화하거나 정비가 끝났다는 결론으로 바꿀 수는 없다.

이 두 자료가 남기는 질문은 화려한 프로그램과 기본 운영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다. 새로운 공간의 방문이 기존 점포로 이어지는 경로와, 공간을 지속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업무는 함께 시장을 구성한다. 남부시장을 문화공간의 성공이나 청년몰의 실패 가운데 하나로 단정하면 이런 서로 다른 과제가 가려진다.

백년시장 사업과 공연 일정에서 보이는 현재의 방향

전주시는 8월 17일 발표에서 남부시장을 2025~2027년 3년간 총 40억 원 규모의 백년시장 육성사업 대상으로 설명했다. 역사·문화 가치의 브랜드화, 로컬브랜드 개발, 상인 역량 강화와 디지털·AI 기반 경영지원, 상인·청년·전문가 협업이 제시됐다. 이는 사업의 추진 방향이며 개별 점포의 매출 증가나 경영 전환이 완료됐다는 결과는 아니다.

지난해 시의회 답변에서도 남부시장 청년몰은 백년시장 사업에 포함해 2026년 재도약을 준비한다고 설명됐다. 청년몰을 시장 전체 사업과 연결해 다루겠다는 공식 방향이다. 이때 지원을 받는 공간과 개별 가게의 영업은 서로 다른 단위다. 육성사업의 진행 상황만으로 청년몰 전체의 성패를 판단하기보다, 사업이 가게의 상품과 운영에 어떤 변화로 남는지를 읽는 일이 중요해진다.

모이장에서는 개관 뒤에도 공연 일정이 안내되고 있다. 한국문화정보원 지역공연ON에는 고니밴드의 ‘호냥전설’이 10월 24일 오후 7시와 25일 오후 5시에 열릴 예정으로 올라 있다. 10월 23일 현재 확인되는 것은 예정된 프로그램이며 개최 결과나 관객 반응은 아니다. 식재료 거래와 다른 목적으로 시장을 찾게 하는 콘텐츠가 편성돼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이 변화의 해석은 시설 수를 더하는 데서 멈추기 어렵다. 육성사업이 제시한 협업과 경영지원이 어떤 점포의 운영으로 구체화되는지, 공연과 야시장의 시간이 기존 상인의 거래와 만나는지가 이후 확인할 내용이다. 발표된 지원과 연결 행사에는 근거가 있다. 그 근거를 시장 전체의 지속적인 수입으로 읽으려면 사업 결과와 일상 거래를 보여주는 자료가 더해져야 한다.

전주남부시장은 새벽에 필요한 물건을 사는 장터이면서 저녁의 문화 방문을 품은 상권이다. 이곳의 특성은 어느 한 시간대의 활기로 대표되지 않는다. 오래된 거래와 새로 생긴 방문 목적이 서로의 자리를 지키며 만나는 과정에 남부시장의 다음 모습이 담겨 있다.

자료와 확인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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