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초기의 시간은 제품 개발에만 쓰이지 않는다. 계좌 한도를 풀고, 지원사업 자격을 증명하고, 재무요건을 해석하고, 실패 뒤 재도전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도 시간이 들어간다. 중소벤처기업부가 10월 23일 규제합리화위원회에 상정한 창업기업 규제합리화 방안은 이 마찰을 창업·성장·재도전의 흐름으로 묶은 10개 과제다. 방향은 분명하지만 발표된 개선안과 오늘부터 적용되는 제도는 같지 않다.

업력의 시계를 멈추는 특례는 아직 ‘설계’ 단계다

방안은 병역·출산 등 불가피한 경영 공백이 있으면 기존 창업기업 인정기간 7년에 최대 5년을 더해 창업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특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매출 발생까지 시간이 걸리는 업력 3년 미만 초기기업에는 정부 R&D의 부채비율·완전자본잠식 제한을 사전 배제 사유가 아니라 선정평가 기준으로 다루는 개선도 포함됐다. AC가 지분 50% 이상을 투자한 벤처스튜디오 기업을 창업기업 범위에 넣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 문장을 곧바로 “지원 가능”으로 옮기면 위험하다. 일부는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이나 시행령을 고쳐야 하고, 일부는 부처별 R&D 관리지침과 공고문이 바뀌어야 효력이 생긴다. 신청을 준비하는 기업은 과제별로 발표일, 필요한 개정 문서, 시행일, 적용 대상, 경과조치를 따로 적어야 한다. 공고 마감일보다 개정이 늦으면 기존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계좌·펀드·상장은 서로 다른 문서에서 움직인다

초기기업의 한도제한계좌는 은행별 판단 편차를 줄이도록 금융권 공동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창업지원사업 선정 이력처럼 공신력 있는 증빙을 해제요건에 보태는 방향이다. 모태펀드 출자 자펀드는 만기 연장 때 출자자 전원 동의 외의 경로를 마련하고, 벤처기업 확인에 인정되는 투자기관 유형은 21개에서 23개로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기술특례상장 복수평가는 공통 자료와 표준서식을 마련할 계획이다.

창업기업 입장에서는 하나의 패키지처럼 보이지만 실제 창구는 다르다. 계좌는 은행 업무지침, 펀드는 표준규약, 벤처확인은 시행령, 상장은 전문평가 운영지침이 기준이다. 재무 담당자는 발표자료 한 장을 보관하는 데서 끝내지 말고 자기 회사가 이용할 창구의 최신 서식과 적용일을 확인해야 한다. 바뀐 제도보다 예전 서식을 낸다면 행정부담은 그대로 남는다.

재도전의 핵심은 실패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경력을 남기는 일이다

성실경영평가는 재기 노력 중심으로 기준을 바꾸고, 중기부 중심의 특례를 관계부처로 넓히는 방향이 담겼다. 개인사업자가 다른 업종을 추가로 시작하거나 기존 법인의 임원이 단독 창업하는 경우처럼 현행 규정에서 연속·확대로 보던 일부 사례를 창업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법인 대표자 경력과 정부사업을 통한 창업 준비 이력을 담는 가칭 도전·창업경력서도 제안됐다.

여기서 재도전 기업이 준비할 것은 미화된 성공담이 아니다. 이전 기업의 폐업·채무·세금·지원금 정산, 의사결정과 개선 조치를 시간순으로 남겨야 한다. 제도가 넓어져도 부정수급이나 불성실 행위까지 지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확인 가능한 기록은 심사 대응뿐 아니라 새 투자자와 공동창업자가 위험을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10개 과제를 회사 일정표로 바꾸는 방법

첫째, 우리 회사와 직접 관련된 과제만 고른다. 둘째, 현재 규정과 개선안을 나란히 놓는다. 셋째, 법 개정·시행령·가이드라인·공고 반영 중 무엇이 남았는지 표시한다. 넷째, 효력 발생 전과 후의 대체 경로를 준비한다. 계좌 한도가 사업 집행을 막는다면 기다리기보다 현재 은행이 인정하는 거래 목적 증빙을 먼저 갖추는 식이다.

정부는 민간 협·단체 네트워크,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규제 스크리닝, 창업벤처규제혁신위원회와 공동 규제실증 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업에는 규제 애로를 구체적인 처리시간·비용·거절 근거와 함께 제출할 통로가 생기는 셈이다. “규제가 어렵다”는 호소보다 어느 조문과 서식이 어떤 거래를 멈췄는지 기록할 때 개선안도 현장에서 작동한다.

이번 방안의 가치는 혜택의 숫자보다 창업기업이 규제의 적용 경로를 추적할 수 있게 한 데 있다. 발표는 방향을 정하지만 사업을 움직이는 것은 개정된 문서와 시행일이다. 회사 안에서는 대표가 발표문을 읽고 끝낼 일이 아니다. 재무·R&D·투자 담당자가 같은 변경표를 보고, 신청 직전에 원문과 창구 안내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규제 대응력은 법무팀의 규모보다 현재 기준, 바뀔 기준, 그 사이의 대안을 한 장에서 관리하는 습관에서 시작된다.

로컬넥스트뉴스로컬넥스트뉴스 | [창업·스타트업 이슈] 창업기업 규제합리화 10개 과제, ‘지원 확대’보다 적용 시점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정부가 창업·성장·재도전 전 과정의 규제합리화 10개 과제를 제시했다. 스타트업은 발표 문구를 현재 권리로 오해하지 말고 법령·지침 개정 여부와 실제 적용일을 자금·R&D·상장 일정표에 따로 기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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